[스트리밍]인도 크리켓을 갖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전체 중계권 규모 70억 달러(9조 160억)인 인도 크리켓 중계권 확보 경쟁 뜨겁게 달아오는 가운데 바이어컴18(파라마운트 계열), 디즈니(TV중계권) 승자. 디즈니는 스트리밍 중계권 잃어 가입자 상당수 이탈은 불가피. 그러나 워낙 낮은 인도 지역 객단가 탓에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니야.
인도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현지 크리켓 프로리그인 ‘인도 프리미어 리그 옥션(Indian Premier League auction, lPL)’ 중계권 싸움이었습니다. 이 전쟁에서 1차전은 미국 기업들이 승리했습니다. 바이어컴18(Viacom18)과 디즈니(Disney)가 크리켓 중계권을 확보한 겁니다.
미국 파라마운트 글로벌 계열 미디어인 바이어컴18은 2023~2027년 인도 IPL중계권(스트리밍 권리)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26억 달러 지급에 합의했습니다. 같은 기간 디즈니(Disney)는 TV 중계 권리를 얻는 조건으로 30억 달러(3조 8,600억 원)를 지불했다고 인도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인도 크리켓의 마지막 2개 중계권(인도 플레이오프 등 토너먼트 게임, 글로벌 TV와 디지털 중계권)도 조만간 경매에 부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 크리켓을 확보하는 자, 글로벌 스트리밍을 지배한다]
알다시피 크리켓은 전 세계에서 (인구 기준)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입니다. 이에 IPL 중계권 확보는 큰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들에게는 많은 추가 구독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도 중계권을 확보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인도 IPL중계권은 원래 폭스(Fox)가 가지고 있었지만 디즈니에 인수된 후 디즈니 계열 인도 스트리밍 ‘스타 인디아(Star Indian)’에 넘어갔습니다. 스타 인디아는 2017~2022년 IPL TV와 스트리밍 플랫폼 중계로 25억 달러를 지출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기 중계권이 TV, 스트리밍 등 4개 패지키로 분리됐다. 디즈니가 얻은 권리는 TV중계에 한정됩니다.
[인도를 잃은 디즈니+의 미래는]
디즈니는 이번 전쟁에서 절반의 성공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IPL 스트리밍 권리를 잃어 구독자 중 상당수를 잃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는 2024년 2억 3,000만 명~2억 6,000만 명이었던 가입자 확보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실패한 거래는 아닙니다. 인도 지역 스트리밍 가입자의 경우 디즈니에게는 고민이었습니다. 워낙 낮은 1인 당 고객 매출(ARPU) 때문입니다. 당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입찰 참가 사업자였지만, 막판에 포기했습니다.
지난 4월 2일 기준 인도 지역 디즈니+ 구독자는 5,000만 명 수준(핫스타 단독 포함, 전체 1억 3,770만 명)입니다. 2022년 1분기 신규 가입자 760만 명 중 절반도 인도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1인당 매출은 76센트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지역 1인당 매출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디즈니는 인도 지역의 경우 디즈니+와 자사가 보유한 현지 스트리밍 서비스인 핫스타(Hotstar)를 통해 스트리밍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디즈니+핫스타(Disney+핫스타)로 이름이 통합됐습니다.
바이어컴18(Viacom18)은 파라마운트(Paramount)와 인도 현지 대기업인 ‘리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 ‘우데이 생커, 제임스 머독의 보디 트리시스템(Uday Shankar and James Murdoch's Bodhi Tree Systems) 등이 합작해 만든 미디어 사업자입니다.
이번 크리켓 경기 중계권 입찰에는 거의 모든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가 뛰어들었습니다. 인도 시장 인구가 워낙 많은 데다 젊은 층이 대부분이어서 향후 구독자 성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인도 스트리밍 시장을 확보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글로벌 스트리밍 구독자 확보가 확실합니다. 소니 인디아(Sony India)도 입찰에 참가했으며 애플(Apple)도 관심을 보이다가 막판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시 디즈니로 돌아와, 디즈니+도 스트리밍 중계권을 확보했다면 넷플릭스를 위협할 가입자 확보가 확실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이제 더 이상 환상적인 곳은 아닙니다.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잃은 후 ‘빼앗기’ 보다는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비밀번호 공유 기능 제한을 통해 수익 누수를 막고 현재 가입자 지키기에도 더욱 혈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인도 크리켓 중계권 확보 결과는 미래 스트리밍 서비스의 지형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 시험입니다. 디즈니+는 점유율이 낮아지겠지만 건전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디즈니+의 저가 상품인 디즈니+핫스타 고객은 ‘디즈니 콘텐츠’에 충성하는 고객이라기 보다 핫스타가 보유한 인도 현지 콘텐츠(크리켓)에 열광하는 이들일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 전략으로는 고민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반면 '바이어컴은 영광을 얻었지만, 영예는 없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인도(글로벌에서도) 최대 스포츠의 중계권을 가진다는 것은 여전히 큰 기회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은 사업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