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닐슨과 지상파의 위기, 새로운 콘텐츠 효과 측정 방식
스트리밍 TV 시대, 부정확한 시청률 측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닐슨. 이번에는 가정 밖 시청률 누락에 대한 논란 제기. 콘텐츠가 TV를 떠나 오디언스로 흘러가는 시대, 새로운 가치 측정 기준 및 기구 필요성 더 커져
지난 50년 간 TV시청률과 광고 효과 측정 시장을 장악했던 닐슨(Nielsen)이 다시 위기에 처했습니다. 팬데믹 당시 가구 시청률 누락으로 인해 시청률 공식 인증이 중단됐던 닐슨은 이번에는 ‘옥외 시청률(out of home)’ 누락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옥외 시청률이란 사무실이나 병원, 학교, 술집, 스포츠바 등에서 TV를 보는 시청자들을 집계한 데이터입니다.
[닐슨 광고 시청률 누락 4,200억 원 손실]
최근 미국 방송 시장에서는 닐슨이 지난해(2021년) TV콘텐츠의 옥외 시청률을 실제보다 훨씬 낮게 측정했다는 주장이 제기 됐습니다. TV광고의 가치를 수백만 달러의 저평가했다는 의미입니다.
케이블TV채널 등 방송 광고 플랫폼 연합체 VAB(Video Advertising Bureau)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12월 말까지 닐슨은 NBC유니버설 하계올림픽(Summer Olympics), ABC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등 20개 대형 TV이벤트에서 15억 번의 광고 노출(one and a half billion impressions)을 측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VAB는 “이 결과 5,700만 달러(683억 원)의 TV광고 재고(ad inventory) 손실을 가져왔다”며 “이 기간 손실된 광고비 실제 총액이 3억 5,000만 달러(4200억 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와 관련 2021년 12월 닐슨은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로 2020년 9월부터 시작한 옥외 시청률 측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시인한 바 있습니다.
TV채널들 “닐슨의 광고 시청률 신뢰할 수 없는 시기왔다”
VAB는 자체적으로 재검증한 닐슨 옥외 시청률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AB CEO 션 커닝햄(Sean Cunningham)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인기 프로그램과 주요 타깃 시청자 사이 과소 계산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닐슨 자료는 수십 년간 광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로 쓰여왔는데 이제 신뢰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닐슨은 반발했다. 닐슨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개된 VAB의 자료를 봤고 전미 옥외 시청률이 잘못 측정됐다는 점을 일부 인정한다”며 “그러나 이는 전체 다수 데이터 중 일부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팬데믹 시청률 누락에 이은 닐슨의 고난 행군]
사실 닐슨은 지난해 2020년 팬데믹 시절, 가구 시청률의 과소 및 오측정으로 큰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미국 업계 시청률 검증 기관인 MRC(The Media Rating Council)은 지난 2021년 9월 닐슨의 전미 및 지역 시청률 자료에 대한 인증을 철회했습니다.
같은 해 2월 진행한 조사에서 닐슨이 팬데믹 시절 조사 요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 하지 않아 팬데믹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 집에 없는 패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심각한 시청률 측정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2021년 5월 6일 닐슨도 TV고객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패널 중 2,700가구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수정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MRC는 2021년 2월 닐슨의 18~49세 타깃 가구의 총 TV사용률(total usage of TV)누락이 2~6% 가량 된다고 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에 닐슨 데이터의 신뢰 문제가 확산됐습니다. 잘못된 계산으로 방송사들은 광고비에서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AB는 2021년 12개월 동안 광고 손실 추정치가 4억6,800만달러에서 최대 28억 달러(3조 3,600억 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디어 기업들의 닐슨 독립]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NBC유니버설, 워너미디어, 바이어컴CBS, 유니비전(Univision) 등 미국 대형 미디어 회사들도 새로운 콘텐츠 가치 측정 모델 채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과 구독 미디어 시대, TV 실시간 시청률이 특기인 닐슨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내부 불만으로 닐슨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바이어컴CBS는 덴쓰 등 대형 광고기획사 함께 내년 초(2023년) 새로운 기준 테스트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 회사는 스마트TV 오디언스 측정 관련 비디오AMP과도 계약을 맺었습니다. NBC유니버설은 이미 오디언스 측정 시스템 스타트업(Publicis Media, iSpot.TV)과 기준 개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CNN, HBO 등을 보유하고 있는 워너미디어(WarnerMedia)도 스트리밍 시대 적극적으로 오디언스 측정 시스템을 바꾸고 있습니다. 컴스코어(Comscore), iSpot.TV, VideoAmp와 실시간, 디지털, 스마트TV 등의 오디언스를 측정하는 가장 적합한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 워너미디어의 새로운 시청자 측정 시스템 적용 예상 시점은 2023년입니다.
전미광고주 협회(The 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 역시 닐슨을 대체할 사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닐슨도 통합 시청률 ‘닐슨원’을 도입하고 스마트TV시청률을 적극 반영하는 등 다양한 오디언스 측정(multiple kinds of audience measurement) 노력 중이지만 아직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청자 TV이탈 현상 가속]
이런 가운데 미국 시청자들의 TV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CBS, ESPN 등 전통 케이블TV채널 조차 HBO MAX 등의 스트리밍을 통해 구독해 보고 있습니다. 광고주들 역시 그들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방송사들이 그들의 콘텐츠 가치를 찾고 여러 스크린을 옮겨 다니는 오디언스들을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이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TV와 스트리밍 이용 시간은 다소 늘었습니다. 18세~39세 사이 시청 시간은 정체였지만 전체 시장이 커진 것은 분명합니다. 이 수치는 TV 시청량의 하락을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상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총 시청자(Total audience)지난 5년 사이 낮 시간 전통 TV소비 시간은 32%줄었습니다. 18~49세 핵심 시청자 층도 2016년 대비 2021년 전통 TV 시청량이 52%나 감소했습니다.
이에 반해 스트리밍 서비스는 그 사이 총 시청자와 18~49세 시청자의 소비 시간이 각각 134%와 95% 늘었습니다. 이는 시청 트렌드의 혁명을 의미합니다. TV방송사는 물론 여전히 미디어 믹스(Media Mix) 시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더 이상 일일 시청 시간의 절대다수(the majority of daily viewing time)를 가져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상파 TV의 일일 시청 시간(Viewing Minutes Per Day) 감소는 평균 시청자 축소를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지난 2014년과 2021년을 비교했을 때 지상파 방송을 보는 총 시청자(total viewers)는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광고주들이 생각하는 핵심 세대(18~49세)는 감소가 더 가팔랐습니다. 이제 새로운 오디언스들의 일일 TV시청 시간은 100 분 미만입니다 평균 시청 인구도 100만 명을 크게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이 변화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가입자 증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 발표된 넷플릭스 전체 가입자는 2억2,180만 명(최근 분기 823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AT&T의 HBO MAX 역시 글로벌 가입자가 7,380만 명(1년 사이 1,310만 증가)으로 커졌습니다. 바이어컴CBS(ViacomCBS)의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Paramount+) 역시 유료 가입자가 900만 명을 돌파해 전체 구독자가 2,4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