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수명,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
1년에 22조 원을 콘텐츠에 투자하는 넷플릭스. 수많은 작품이 나오는 만큼, 콘텐츠 수명도 짧아. 대부분 넷플릭스 콘텐츠가 공개 첫 달 피크를 치다가 2째 달부터 시청률 급감. 그러나 '오징어게임'은 첫 달이 아닌 두 번 째 달에 최고조. '오징어 게임'의 힘을 받은 한국 콘텐츠의 수명은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오디언스가 언제 어디서든 소비할 수 있지만, 드라마도 유통 기한이 분명 존재합니다. 처음 공개됐을 때 큰 화제가 됐던 드라마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관심에서 멀어졌다 거의 소비되지 않는 기간을 맞이합니다. 이를 프로그램 라이프 사이클(Program Life Cycle PLC)이라고도 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들의 PLC는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편성 개념이 없는 스트리밍 공간에서는 서로의 콘텐츠가 경쟁합니다. 플랫폼 내 콘텐츠는 경쟁사 뿐만 아니라 자신들끼리도 시청 점유율 싸움을 벌입니다.
이 중 선택되지 못한 콘텐츠는 바로 도태됩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리지널 쏟아내고 있는 스트리밍 넷플릭스 콘텐츠들의 수명은 어떨 까요.
버라이어티가 지난 2021년 넷플릭스에서 개봉된 10개의 주요 오리지널 드라마를 분석할 결과, 콘텐츠 시리즈들 대부분이 공개 첫 달(first month of release)이 지나면 주목도(시청률)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콘텐츠가 플랫폼에 데뷔한 지 30일이 넘어서면 서서히 관심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콘텐츠 수명 한 달 법칙]
버라이어티(Variety)가 지난 2021년 9월 27일부터 2022년 1월 2일까지, 주간 단위 넷플릭스 시청률(영어) 상위 10위(top10.Netflix.com)에 오른 콘텐츠(시리즈)는 세어보니 총 46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중 14편 만이 4주 연속으로 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30편은 사라졌습니다. 대부분 콘텐츠는 개봉 한 달이 지난 뒤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2주째부터 서서히 힘이 빠지다가 한 달이 지나면 리스트에 사려졌습니다. 13주 동안 계속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콘텐츠는 한편 뿐이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시청률 집계에서 개봉 28일(한 달) 자료를 의미 있게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30일 유통 기한을 넘긴 ‘오징어게임’]
미국 내 스마트TV 시청 패턴과 시청률을 분석하는 TVision의 데이터를 보면 한 달 법칙은 더 뚜려하게 볼 수 있습니다. TVision은 버라이어티의 의뢰로 미국 내 스마트TV를 보유하고 있는 5만 가구(1만 4,000명)를 대상으로 2만 5,000여 편의 VOD소비 패턴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상위 10편에 오른 작품 대부분이 공개 첫 달 시청률이 가장 높고 다음 달부터는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한 콘텐츠만 달랐습니다. 바로 ‘오징어 게임(The Squid Game)’입니다. 도표에 나오는 수치는 넷플릭스 전체 콘텐츠 평균보다 해당 콘텐츠가 얼마나 더 많은 시청률을 기록했는지 보여줍니다.
‘오징어 게임’은 첫 달 아닌 둘 째 달부터 소위 달렸습니다. 분석하자면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 콘텐츠의 한 계를 넘어 공개 두 달 이후 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청률이 급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그래프를 그린 콘텐츠는 ‘오징어게임’이 유일합니다.
악조건에도 성공한 ‘오징어 게임’의 위상을 보여는 동시에 미국에서 비영어 콘텐츠가 성공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오징어 게임’을 제외한 다른 콘텐츠들 모두 첫 달의 주목도를 두 번째 달까지 이어가지 힘들었습니다. 첫 달을 강타한 대작일수록 그림자가 더 깊었습니다.
미디어 분석 회사 모멧 내탄슨(MoffetNathanson)도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짧은 수명(short shelf-life)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 상위 10위 올랐던 40개 오리지널 작품 중 넷플릭스 소비 시간 1.5%를 넘는 콘텐츠가 한 편도 없었다고 이 회사는 분석했습니다.
[넷플릭스의 한 달, 콘텐츠 공급 주기에도 영향]
30일 이라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수명은 이 회사가 오리지널을 시장에 투입하는 간격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구독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콘텐츠가 얼마나의 간격으로 보충 되어야 하고 언제 돈을 써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입니다.
콘텐츠 수명 주기가 그들에게는 투자 출격 버튼이자 편성표 개념이 되는 셈입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갈 때쯤 다른 신선한 드라마를 공급하는 개념입니다.
미국 투자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는 넷플릭스가 올해(2022년) 190억 달러(22조 9,100억 원)을 콘텐츠 투자에 투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주요 스트리밍 사업자 중에는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넷플릭스의 투자는 최근 주가의 약세를 반영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경쟁사가 사라질 때까지 멈추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징어 게임’ 이후 글로벌 한국 콘텐츠의 수명]
오징어게임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흥행 규칙은 그 뒤를 따르는 다른 한국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징어게임’ 이후 우리 드라마는 입소문 속도도 빨라지고 그 영향력(수명)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지금 우리학교는(All of US are Dead)’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월 28일(금)에 데뷔한 오리지널 넷플릭스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학교는(All of Us Are Dead)’이 공개 3일 만에 미국 시장 전체 드라마 수요 3위까지 뛰었습니다. 4일 간 이 드라마가 뛰어넘은 순위는 1,300계단입니다. 순위는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미국에 개봉된 모든 콘텐츠를 포합니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올라갑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미국에도 익숙한 ‘좀비’와 ‘학교’라는 소재를 채택했고 재난 상황에서 그들의 가장 큰 위협은 좀비가 아닌 옆에 있는 동료라는 주제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고 사회는 믿지 못할 공간으로 전락합니다.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던 ‘지금 우리학교는’은 소셜 미디어 공간도 점령습니다.
버라이어티가 발표하는 Trending TV chart에서 데뷔 일주일 만(1월 24~30일)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차트는 트위터(Twitter)에서 언급된 드라마에 대한 트윗, 리트윗, 좋아요, 해시태그 등이 종합돼 산출되는 ‘오디언스의 참여도(Engagements are calculated by a combination of audience)’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1위 등극 속도는 최상급입니다. 이전 1위였던 HBO 시리즈 ‘유포리아(Euphoria)’는 차트에 첫 등장한 뒤 1위에 오르는데 한달이 걸렸습니다.
특히, ‘지금 우리학교는’은 28일 드라마가 공개돼 된 뒤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물론 HBO MAX의 ‘피스케이커(Peacemaker)’와 ‘유포리아’ 시즌2가 새로운 에피소드를 내면서 2월 1일(미국 시간) 현재 누적 참여도 순위에선 이들 드라마에 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 스피드는 한국산 좀비 수준이었습니다.
그만큼 단시간에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드라마로 볼 수 있습니다. 금방 뜨거워졌다가 식는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 특성상 ‘지금 우리학교는’의 1위는 계속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를 향한 글로벌 오디언스들의 시선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지금 우리 학교는)는 심야에 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래 표를 참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