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바이스 미디어, 버즈피드, 그리고 커뮤니티 콘텐츠 플랫폼
레거시 미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혁신을 들고 나왔던 뉴미디어. 한 때 기세를 올렸지만 빅테크로의 광고 쏠림과 콘텐츠 혁신 작업 중단 등에 추락을 거듭하는 현실. 그러나 생존의 틈새는 있다. ‘하지 않는 것보단 안전한 작업이 더 낫다’는 진리. 그리고 커뮤니터 플랫폼을 만든 기자의 꿈
오늘은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내용이지만, 먹고 사는 이야기입니다. CNN의 변화에 이어 시리즈로 말씀드릴 필요가 있어 길지만 전달 드립니다.
뉴미디어 언론사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가 허리띠를 더 졸라맵니다. 회사의 정확한 가치 진단을 위해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와 계약한 바이스는 생존을 위해 대표 수익 사업인 스튜디오나 전체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금이 바닥났던 바이스는 지난해 7GC & Co Holdings와 함께 특수기업인수목회사(SPAC)를 결성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기업 공개에는 실패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바이스가 독자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기업 위기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 기업입니다. 메이시(Macy)와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구조 조정에 관여했고 분사 및 사업 매각에 관련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금 상황 압박과 떨어지는 광고 매출에 바이스도 버틸 수 없었습니다. 지난 4월 바이스는 스튜디오 매각을 위해 라이언트와 PJT파트너스에서 일한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스튜디오 부문은 바이스의 핵심 비즈니스입니다. 바이스 스튜디오스(Vice Studios)는 다큐멘터리, 영화, 팟캐스트 등을 만들어 넷플릭스(Netflix) 훌루(Hulu), 스포티파이(Spotify) 등에 판매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 ‘갱스 오브 런던(Gangs of London)’ 프로듀서가 설립한 스튜디오 ‘펄스 필름(Pulse Films)’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도 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콘텐츠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바이스와 같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스튜디오는 몸값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또 바이스는 케이블TV채널 ‘바이스랜드(Viceland)’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이스 미디어 매각 가격은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습니다. 버즈피드나 라이언스게이트(Lions Gate)와 같은 증시 상장 뉴미디어나 소규모 스튜디오의 경우 매출액의 1.5배 정도에 매각 가격이 형성되지만, 비상장사인 바이스에 적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디인포메이션은 바이스 미디어가 올해 목표 매출을 달성한다면 기업 가치가 최소 10억 달러(1조 2,5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7년 TPG가 투자할 당시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비용 절감을 통해 바이스는 영업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매각이나 투자를 위한 매력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디인포메이션은 바이스가 법인세, 이자 차감전 영업이익 EBITDA를 2,500만 달러로 맞춘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출도 6억 8,000만 달러~7억 달러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994년 설립된 바이스(VICE)는 2001년 본사를 뉴욕으로 옮기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기업 가치가 57억 달러(7조 2,400억 원)에 달했고 디즈니와 루퍼트 머독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이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바이스는 창업 직후 영 어덜트 세대(young adult–focused digital media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집중했습니다.
온라인 버티컬 콘텐츠를 만들었고 관련한 웹 시리즈, 바이스 뉴스(Vice News), 영화 및 TV스튜디오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바이스 뉴스 부문은 스튜디오에 이어 이 회사의 광고 매출 확보의 핵심입니다. 여성 전용 미디어 ‘리파이너리29(Refinery 29), 버추 Virtue ad agency)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광고 매출 확대 속도가 느려지며 사모펀드 TPG와 같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상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TPG의 투자 액은 11억 달러입니다.
지난 2018년 CEO에 취임한 낸시 두벅 바이스(Nancy Dubac) 대표는 비즈니스 안정화와 흑자 전환을 위한 비용 절감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빅테크에 쓰러지는 디지털 미디어]
자산 매각 및 비용 절감은 바이스 인수에 관심 있는 매수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뉴스입니다. 그렇지만 디지털 뉴스미디어가 처해 있는 현실은 씁쓸합니다.
2000년대 초반 독특화 차별화된 콘텐츠 포맷으로 기세를 올렸던 뉴미디어 언론사들은 디지털 광고 시장 침체와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의 벽을 넘지 못해 서서히 쓰러지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광고 매출은 2,180억 달러로 전체 디지털 미디어의 광고 매출(1,280억 달러)보다 1,000억 달러 이상(125조 원)이 많습니다.
예상보다 더 가파른 광고 매출 감소에 허리띠를 졸라맨 미디어는 바이스뿐만은 아닙니다. 동영상 소셜 미디어 서비스 스냅(Snap)은 2022년 2분기 매출이 당초 전망에 비해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5월 밝혔습니다. 스냅은 당시 ‘미시경제학적인 컨디션’이라고 밝혔는데 인플레이션, 고유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주 원인입니다. 이후 스냅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바이스와 함께 혁신적 뉴미디어로 불렸던 버즈피드(Buzzfeed)는 스팩(SPAC)을 통한 기업 상장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버즈피드의 6월 7일 기준 주가는 주 당 2.23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스팩 890 5th Avenue 과의 합병 후 12월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최근 주가 하락은 직원과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6개월 주식 보호 예수(특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는) 기간이 5월 말로 끝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6월 1일 이후 이들의 주식 대량 매도가 최근 며칠 간 이어졌습니다. 6월 6일(미국 시간) 버즈피드의 주가는 무려 41%나 떨어졌습니다. 버즈피드는 지난 4월 미국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시나리오에 이런 흐름을 이미 경고한 바 있습니다.
상장된 IT기업들의 주가는 주식 보호 예수(lock up Period)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하락합니다. 메타(당시 페이스북)도 2012년 8월 주식 보호 예수가 끝난 뒤 6% 넘게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버즈피드의 계속된 주가 추락은 ‘뉴스 미디어=스팩 상장=성공’ 공식을 의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는 버즈피드가 다시 다른 곳에 인수돼 상장이 폐지될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버즈피드의 시가 총액은 3억 200만 달러 정도(6월 7일 기준)입니다. 그들의 지난 2021년 매출 3억9,800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버즈피드는 지난 3월 100여 명의 뉴스 부문 직원들을 정리해고 한다고 밝혀 내부의 큰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2006년 요나 페레티(Jonah Peretti) 등이 공동 설립한 버즈피드는 ‘바이럴 콘텐츠(viral content)’에 집중하는 혁신적인 미디어였습니다. 텍스트에 번호를 매겨 간단히 이슈를 정리하는 리스티클(listicles)이라는 숏 폼 포맷을 개발해 빠르게 시장에서 안착습니다. 또 DIY, 동물 등 이른바 팝컬처에 집중했습니다.
2011년 말에는 워싱턴 정치 미디어 폴리티코(Politico)에서 벤 스미스(Ben Smith)를 영입해 새로운 형식의 뉴스 미디어를 시도했습니다. 버즈피드 뉴스는 탐사보도와 롱 폼 콘텐츠에도 도전했습니다.
바이스, 버즈피드 등 뉴미디어의 추락은 레거시 미디어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레거시 미디어들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들의 미래’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컴캐스트가 보유한 NBC유니버설(NBC Universal), 라디오&오디오 미디어 그룹 허스트(Hearst Corp) 등은 버즈피드의 주주입니다.
레거시 미디어는 뉴미디어에 대한 투자로 추가 수익을 확보함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 ‘돈을 버는 새로운 방법’을 학습하려 했지만, 이런 목적은 둘 다 실패했습니다.
[구독 기반 없는 뉴미디어 가치 하락 막기 힘들어]
버즈피드와 바이스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습니다. 광고 외 다른 수익원이 없는 뉴미디어의 기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버즈피드 등의 미디어들이 고안해 한때 많은 수익을 올렸던 광고형 기사이자 기사형 광고인 ‘네이티브 광고(Native AD)’도 성장률이 더딥니다. 기업이나 원소스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는 시대, 네이티브 광고의 수명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또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변경(개인 정보를 얻기 위한 동의 작업을 강화한)은 인터넷 검색과 이를 기반으로 한 취향 광고에 집중했던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합니다.
이에 반해 구독으로 확장된 뉴미디어는 아직 건재합니다.
2021년 1월 뉴욕타임스가 5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한 스포츠 구독 미디어 애슬레틱(Atheletic)의 경우 최고 기업 가치에 비해 현재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름 아닌 ‘구독자의 힘’입니다. 애슬레틱은 2021년 4,700만 달러 매출에 4,100만 달러 적자를 봤지만, 인수 당시 100만 명의 구독자(월 72달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광고 기반 뉴미디어들은 그동안 온라인 e커머스, 영화와 TV스튜디오 제작 등으로 수익원 확대를 꿈꿨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 분야에도 또 다른 강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인포메이션은 “비구독 기반 미디어 기업들이 최근 기업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뉴미디어도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버즈피드는 허프포스트(Huffpost), 콤플렉스 네트웍스(Complex Networks) 등을 계속 인수해 몸집을 키웠습니다. 광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업 상장에 유리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광고 만을 수익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의 미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매체가 구독으로 성공한다는 희망을 주는 건 무책임하다. 특히, 한국처럼 미디어,저널리즘 시장 규모가 적고 그마저도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역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벤트 등 매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 광고가 가장 효율이 높은 수익원으로 인정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커뮤니티 콘텐츠 플랫폼에서 보는 미디어의 미래]
그러나 다양화를 위한 작은 희망을 잡겠다고 한다면 구독의 가치와 광고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에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허프포스트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업은 적절합니다.
최근 뉴미디어 허프포스트(HuffPost)가 젊은 흑인, 아시아인, 여성, 퀴어, 라틴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 섹션 허프 포스트 보이시스(HuffPost Voices) 책임자로 라줄 펀자비(Rajul Punjabi)를 고용했습니다.
허프포스트 보이시스는 허프포스트가 특정 분야 커뮤니티(버티컬)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종 커뮤니티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이런 다양한 커뮤니티에 어필하길 원하는 기업들과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수익을 올립니다. 이동 통신 기업 버라이즌(Verizon)도 허프포스트와 계약했습니다.
펀자비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지금 특정 분야나 계층의 정서를 담는 정체성 콘텐츠(identity content)에 대한 갈증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우리들이 만드는 정체성 콘텐츠는 과거와 다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그녀는 “우리 콘텐츠는 뉘앙스가 있고 구체적이다. 나는 이런 콘텐츠를 ‘회색(gray)’이라고 부른다. 우리 콘텐츠 대변하는 그들은 흑인이나 백인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허프포스트 보이스시는 현재 5개 섹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흑인, 라틴, 아시아, 퀴어, 여성(Black Voices, Latino Voices, Asian Voices, Queer Voices and Women)이 그것입니다. 또 장애인, 무슬림 아메리칸, 아메리카 원주민 등에 대해서도 주목합니다.
이 섹션들을 위해 펀자비는 유료 프리랜서와 기자도 고용할 계획입니다. 펀자비는 “저평가 받고 있는 흑인과 아시아 산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고용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허프포스트 보이시스는 일반 미디어의 잣대로는 아직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구독 미디어, 디지털 광고 쏠림, 스트리밍 뉴스 등 복잡한 저널리즘 경제 구도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하나의 방향타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특하지만, 구체적이고 더 틈새적인 콘텐츠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Data)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구독 시대 미디어가 필요한 것은 바로 오디언스의 취향과 움직임을 아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 가장 약간 동영상 뉴스 미디어도 허프포스트 보이스에서 배워야 합니다.
‘하지 않는 것보단 안전한 것이 낫습니다(Better safe than soffy)’
[자신의 커뮤니티를 만든 기자]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전합니다. 바로 ‘자신의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한 기자입니다.
‘기자 이상의 기자’ 미국 IT-테크 전문 기자 카라 스위셔(Kara Swisher)가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와 기고를 그만두고 복스 미디어(Vox Media)로 돌아갑니다. 스위셔는 복스 미디어가 인수한 미디어 산업 전문 언론사 레코드(Recode) 공동 창업주이기도 합니다. 스위셔는 현재 월간 단위 수백 만 명의 청취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런 강력한 커뮤니티는 그녀의 인기 동력입니다.
스위저는 복스 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Vox Media Podcast Network)에서 새로운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뉴욕대학교 교수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와 공동 진행하고 있는 비즈니스&테크놀로지 전문 팟캐스트 ‘피봇(Pivot)’과 유사한 콘텐츠로 보입니다.
새로운 팟캐스트는 오는 가을 선보이며 상세 내용은 6월 9일(미국 시간) 복스 미디어의 광고주 설명회(Vox Media Now )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카라와 복스 미디어는 팟캐스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스위셔는 “새로운 콘텐츠 포맷과 함께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를 가지는 것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파트너와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고 이를 통한 수익을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위셔는 또 “나는 환갑이 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 위해 일했고 많은 것을 이뤘다”며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길 원한다. 또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만들고 싶고, 그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스위셔의 부가 가치는 ‘조직’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가 일치하는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광고 의존도를 넘어서기 위한 미디어들이 필요한 능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