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팬데믹, 스트리밍으로 새로운 지형이 형성되는 미국 종교 방송 시장
미국 미디어 생태계에 한 축인 종교 방송 시장, 기존 선교 복음 방송에서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확장. 과거 후원이 주된 매출이었지만 팬데믹 이후 후원이 줄고 스트링으로 인한 콘텐츠 투자 경쟁 때문. 종교 케이블TV가 일반 지상파 인수하고 최대 기독교 방송 TBN은 뉴스 편성.
미국 종교 미디어 회사들이 그들의 핵심인 믿음에 기초한 종교 콘텐츠(the faith-based content)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핵심 오디언스인 신자들을 넘어 보다 더 넒은 시청자나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방송사들은 이런 브랜드 확장을 통해 좀 더 캐주얼 한 종교 기반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팬데믹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습니다. 팬데믹은 미국 종교 사회도 흔들어 놨습니다. 교회나 성소를 가지 않는 신자들도 늘고 믿음도 조금 약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신자를 핵심으로 한 종교 방송사들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 등을 촉발한 콘텐츠 전쟁도 종교 방송사들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믿음 만으로는 신자들을 TV앞에 모으기 어렵습니다.
[종교 방송사들의 외연 확장]
미국 지역 지상 방송그룹 콕스미디어(Cox Media Group)는 자사 소속 12개 지역 방송을 케이블TV네트워크 INSP의 방송 계열사인 이매지콤 커뮤니케이션(Imagicomm Communications)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INSP는 한국에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디지털 케이블TV회사로 ‘영감 회사(Inspiration Network)’의 약자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선 애청자들이 많습니다. 주로 서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방송하는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안 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독교 방송 ‘Inspiration Ministries,’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방송의 계열사인 셈입니다.
지난 1991년부터 2010년까지는 비영리 방송사로 운영되다 2010년 10월 다시 브랜드를 바꾸고 주로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가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광고 기반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가시청자는 6,000만 가구 가량입니다.
이하는 이번 매각 대상 방송사
Alexandria, LA - KLAX
Binghamton, NY - WICZ
Eureka, CA - KIEM/KVIQ-LD
Greenwood, MS - WABG/WNBD/WXVT
Idaho Falls, ID - KPVI
Medford, OR - KMVU/KFBI-LD
Memphis, TN - WHBQ
Spokane, WA - KAYU
Syracuse, NY - WSYT
Tulsa, OK - KOKI/KMYT
Yakima, WA - KCYU-LD/KFFX
Yuma, AZ - KYMA
이번 인수로 이매지콤(Imagicomm)은 처음으로 종교 시장을 넘어 일반 TV방송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매지콤은 주로 종교를 가진 오디언스들을 대상으로 과거 서부 주제 영화나 드라마 등을 편성해왔습니다. 이제 종교를 넘어 보다 큰 시장 확장을 꿈꾸게 됐습니다.
[스트리밍 TV시대 움직이는 신자]
종교 중심 콘텐츠를 편성했던 INSP는 수년 전부터 믿음 기반 프로그램(faith-based programming)에서 서부 영화나 가족 친화적 콘텐츠로 편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년 간의 INSP의 이런 확장 노력은 나름 성공적이었습니다.
INSP은 지난해 11월 자료를 내고 시청률이 톱10에 진입해 미국 인기 케이블TV채널인 USA나 TBS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종교 신자들이 핵심 오디언스인데다 일반 시청자들도 확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INSP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미디어들도 확장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악시오스(AXIOS)는 미국 최대 기독교 방송사 트리니티 브로드캐스트 네트워크(Trinity Broadcast Network (TBN))가 저녁 뉴스 프로그램 ‘Centerpoint’ 편성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폭스뉴스에 앵커와 기자 프로듀서 등을 영입했습니다.
TBN는 ‘선교와 종교 교육’에서 ‘기독교 라이프 스타일 방송사’(Christian lifestyle brand)’로 확장을 목표로 한다고 악시오스에 밝혔습니다.
센터포인트는 매일 저녁 7시 30분(동부 시간)에 라이브로 방송됩니다. 취급 영역은 일반 뉴스 프로그램처럼 일일 주요 뉴스와 톱스토리입니다. TBN는 이를 시작으로 가을 뉴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센터포인트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TBN이 편성하는 뉴스 프로그램은 우선 정치 기반이 아닌 종교 기반(Christian values)입니다. TBN은 해외 사무소와 협업해 국제 뉴스도 방송할 계획입니다.
폴과 장 크라우치(Paul, Jan Crouch)가 지난 1973년 설립한 TBN은 캘리포니아의 작은 파트타임 방송국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최대 기독교 방송사로 성장했습니다. 해외에도 175개국에 진출해 14개 언어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TBN UK 등 해외 협력 방송사도 32 개나 됩니다.
TBN은 조엘 오스틴(Joel Osteen), 조이스 메이어(Joyce Meyer) 등 유명 목사가 진행하는 선교 프로그램(preacher programming)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TBN은 시청자들이 TBN에 기부하도록 장려하는 ‘칭찬praise-a-thon)’ 특집을 운영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금을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TBN은 미국 9,500만 가구가 가청권입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통해 전달됩니다.
[미국은 가장 큰 종교 콘텐츠 시장]
미국은 기독교 등 종교 기반 콘텐츠과 방송 시장이 매우 큽니다.
TBN외 TBN Inspire는 복음 노래, 설교 교육, 예배 채널, 좋은 영화, 선교 영화 등을 상영하는 포지티브 TV(Positiv TV)도 많은 오디언스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종교 채널들을 보수 성향 가족 오디언스까지 아우르면서 점점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방송통신 규제 기구 FCC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2,400개의 기독교 라디오 방송국과 100개의 기독교 TV 방송국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약 80%가 비영리 단체가 운영합니다.
비영리 단체 운영으로 수익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등이 만들어 놓은 투자 전쟁이 이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 종교 방송사들의 주된 수익원은 ‘기부(Donation)’였습니다. TBN역시 기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디언스들의 눈 높이가 높아지고 고품질의 종교 콘텐츠가 늘어나자 이들 수익 확대가 필요해졌습니다.
이에 최근 이들 종교 방송사들을 수익원 다양화를 통해 매출 확대에 나섰습니다. 뉴스 콘텐츠를 통한 광고 확장도 이런 확장 흐름 중 하나입니다. 종교 기반 오디언스를 기반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까지 진출했습니다. TBN 역시 월 8달러의 구독료를 받는 종교 스트리밍 서비스 이피TV(Yippee.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TBN에 따르면 현재 유료 구독자만 수만 명 이상입니다.
팬데믹 이후 교회를 가지 않는 종교 신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일반 오디언스로의 확대도 필요해졌습니다. INSP CEO 데이비드 세룰로(David Cerullo)는 인수 성명에서 “이번 방송사 인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 콘텐츠를 확대하려는 우리의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 종교 방송사들의 확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있습니다.
오디언스의 확장을 위해선 먼저 ‘충성스러운 오디언스’가 있어야 합니다.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분명 자신들의 병력을 주둔시킬 고향이 필요합니다. 후발 주자들은 주둔지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선택적 시청을 하는 스트리밍 시대의 숙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