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해외 정부의 러시아 규제...그러나 러시아가 더 두려워하는 대상은 빅테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국 등 해외 정부 러시아 미디어 잇단 규제. RT 등 정부 지원 미디어 송출 중단. 그러나 러시아가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제재 동참. 포스트 제한하거나 광고 규제. 미디어 기업들의 매출 구조 바뀌고 소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 방송 규제 기관 오프콤(Ofcom)이 러시아 국영 보도 채널 RT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전쟁과 관련한 RT의 불공정 보도에 대한 수백 건의 불만이 제기되자 문제가 되는 15건의 보도에 대해 정밀 조사에 들어간 겁니다.
오프콤은 지난 2월 27일(영국 시간) RT에서 일요일 방송된 1시간 분량 뉴스 프로그램 ‘News programme’에 보도된 내용들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프콤 CEO 멜라니 도스(Melanie Dawes)는 “현재 진행 중인 무력 충돌을 다룰 때 정보와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도스는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와 나딘 도리스(Nadine Dorries) 문화부 장관으로부터도 조사 촉구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와 함께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이미 RT와 러시아 뉴스 채널 스푸트닉(Sputnik), 이들 회사의 자회사 언론 송출을 금지했고 우크라이나 미디어 그룹 1+1과의 공조를 통해 20개 뉴스 제공 플랫폼에 러시아 채널 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미디어 그룹’은 데드라인(Deadline)과의 인터뷰에서 “폴란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체코, 캐나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독일 등에서는 이제 RT, NTV, RTR, 1 Channel 등과 같은 러시아 선전 매체는 송출이 금지됐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러시아 선전 매체는 우크라이나 4대 TV 그룹인 1+1, 스타라이트미디어(StarLightMedia), MG우크라이나(MG Ukraine), 인터미디어 그룹(Inter Media Group)이 운영하는 24시간 방송하는 유나이티드(United News ) 뉴스로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유나이티드 뉴스는 부당한 전쟁에 대체하는 미디어들의 저항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우크라이나 각 방송사들은 24시간 뉴스가 나올 수 있도록 돌아가면서 방송 시간을 책임 집니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폭넓은 정보를 전해주는’ 겁니다.
1+1그룹의 대변인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의 이런 저항을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1+1은 또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 대상으로 ‘#TurnOffRussia’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디지털 플래시몹(digital flash mob)’도 시작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TV방송은 여전히 송출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뉴스로 채워지고 상업광고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1+1의 소속 뉴스 통신사 ‘UNIAN information agency’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현장 사진들을 해외 미디어에게 무료 공개했습니다.
미국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FCC는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미디어를 조사하고 제재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이 조사에는 정부 운영 채널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부가 후원해서 제작된 프로그램, 소셜 미디어 등도 포함됩니다. FCC 이전에도 화웨이나 ZTE와 같은 정부와 연관이 의심되는 중국 통신 장비 기업들에 대해 ‘미국 보안 위협’을 이유로 비슷한 조치(rip and replace)를 취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FCC는 해외 정부 펀딩 미디어(state-funded media)들이 미국 지상파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송출할 때 이를 명시하도록 하는 규제 도입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 의원들은 “러시아를 옹호하는 내용을 방송하는 워싱턴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나온 조치입니다.
그러나 이 규제는 미국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의 제소로 컬럼비아 연방 법원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싱클레어 등 미국 지상파 방송 그룹은 이미 지역 미디어 광고 시장을 파고든 해외 정부 지원 매체들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강력한 빅테크의 경제 재재]
러시아는 국영 방송사들을 통해 가짜뉴스나 오남용정보를 유통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은 러시아를 넘어 해외에도 실시간으로 전해져 이를 막기 위한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틱톡,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EU에서 운영되는 러시아 정부 소유 미디어의 운영을 금지하고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사실 정부 규제보다 빅테크 플랫폼이 보여주는 제재가 훨씬 뼈아플 수 있습니다. 영향력도 더 크기 때문입니다.
구글,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러시아 정부 소유 매체의 디지털 광고 판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했습니다. 새로운 경제 제재인 셈입니다. 이들 미디어들도 방송 보다는 디지털로 소통하고 이를 통한 광고 매출이 더 많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 당국은 오히려 빅테크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각국의 정부 규제에는 침묵하다가 온라인 플랫폼들도 나서자 이 문제는 지적하기 시작한 겁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메타, 알파벳 등 서구 빅테크 플랫폼들이 전쟁 선동의 책임이 있다”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 역시 유럽에서 외국 인터넷 플랫폼들이 벌이고 있는 러시아 미디어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는 알파벳(구글 지주사),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의 러시아 지역 사무소 오픈을 막는 징벌적 행정 조치도 시행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러시아 방송통신 규제 당국은 지난 2021년 7월 일일 방문객이 50만 명이 이상인 외국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러시아 현지 사무소를 열 때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도 했다. 사실상의 오픈 금지에 해당하는 규제입니다.
새로운 규제는 이들 서비스는 러시아 방송통신 규제 기관에 등록해야 하고 소비자 불만 처리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로스콤나드조르는 러시아 영토에 사무소를 개설하기를 원하는 기업 중 규제 적용 대상 13개 소셜 미디어 리스트를 공개했고 2월 말 규제(restrictions)가 실시된다고 밝혔습니다. 데드라인을 앞두고 이 규제에 동의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월 로스콤나드조르는 새로운 규제를 준수하지 않은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광고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1억 4,400만 명 인구를 가진 러시아는 인사이더(Insid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5,100만 명, 페이스북은 750만 명 정도의 사용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