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전직 백악관 대변인의 스트리밍 뉴스 진행이 가지는 의미는 '뉴스의 유튜브화'
젠 사키 전 백악관 대변인, 미국 진보 보도 채널 MSNBC로 이직해 프로그램 앵커와 스트리밍 뉴스 피콕 프로그램 진행. 스트리밍 등장 이후 유튜브를 닮아가는 뉴스 지형
전 백악관 대변인이자 바이든(Biden) 대통령의 첫 번째 대변인이었던 젠 사키(Zen PSAKI)가 스트리밍 서비스 뉴스 앵커로 변신합니다. 5월 13일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젠 사키는 200번이 넘는 언론 브리핑을 가졌으며 종종 기자들과 치열한 설전을 벌이면서 소셜 미디어 틱톡(Tiktok) 등에서 스타덤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MSNBC에 따르면 젠 사키는 올해 하반기에 있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보도채널 MSNBC 정치 평론가로 활동할 것으로 보이며 계약 기간은 오는 2024년까지입니다. 특히, 젠 사키는 내년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서 스트리밍 전용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젠 사키는 이전에 CNN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방송은 낯설지 않습니다. 16개월 동안의 바이든 정부 백악관 근무 전에도 그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 백악관 공보 담당 수석 비서(White House communications director)과 국무성 대변인으로도 일했습니다. 대선 후보였던 상원 의원 존 케리(John Kerry)의 수석 대변인이기도 했습니다.
[보다 정치적이 되고 있는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젠 사키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동은 올해 초부터 계속 이슈가 됐습니다. 소문이 많았지만, 아직 현직이었던 젠 사키는 그 당시 말을 아꼈습니다. 결국 젠 사키는 MSNBC로 옮긴 바이든 정부의 두 번째 고위직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시몬 샌더스(Symone D. Sanders) 해리스 부통령 전 대변인이 MSNBC로 옮겨 주말 뉴스 프로그램 앵커를 맡고 있습니다.
샌더스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에서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사키는 MSNBC를 통해 밝힌 입장에서 “나라 전체가 관심을 가지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사려 깊고 통해 대화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SNBC는 미국에서 민주당에 가까운 진보 채널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선거 날이나 후보 결정 전당대회(Primary) 프로그램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레이첼 매도우(Rachel Maddow)나 니콜 월리스(Nicolle Wallace)와 같은 앵커들이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젠 사키의 진행은 뉴스 미디어들이 스트리밍 구독 미디어 시대, 보다 명확한 색깔을 내고 있는 현실 트렌드를 보여줍니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팬들을 첫 번째 구독자(혹은 시청자)로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팬덤 비즈니스’의 일환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심각한 정치적 편향성을 띄고 있는 유튜브(Youtube)의 구조가 방송으로 옮겨오고 있는 모양세입니다. 시청자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성향의 뉴스들을 넘치는 지금, 지나치게(?) 불편 부당한 뉴스를 원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스트리밍 뉴스 시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나 ‘채널’보다 ‘기자’나 ‘앵커’에 대한 선호도로 TV앞에 모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유명인을 영입하려는 스트리밍 뉴스 사업자도 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름과 의견을 앞세운 뉴스 프로그램을 런칭 해 팬들을 유인하려는 시도입니다. NBC뉴스는 이 움직임에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NBC는 정치적 유명한 이들을 앵커로 영입해 케이블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피콕(Peacock), 뉴스 전문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NBC NEWS NOW에도 송출하고 있습니다.
뉴스 프로그램 내용도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케이블TV나 스트리밍 뉴스의 경우 팩트 기반으로 하드 뉴스보다는 의견을 담은 ‘오피니언 뉴스 프로그램(opinion programming)’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MSNBC의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도 최근 방송 시간을 4시간으로 확장하면서 보다 많은 분석을 포함하고 자신들의 명확한 의견을 가진 진행자(Katie Phang, Ayman Mohyeldin)도 영입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24시간 7일 뉴스 보도가 가능한 스트리밍 뉴스에서는 스트레이트 뉴스(Strait News)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버라이어티가 2021년 1월1일부터 11월 30일 동안의 미국 케이블TV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 CNN, 폭스 뉴스, MSNBC’에서 방송된 정치 뉴스와 의견 프로그램은 시청률 상위 5000개 프로그램(1월 1일~11월 30일)의 83%를 차지했습니다. 5,000개 프로그램 중 대부분이 의견 뉴스쇼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들 프로그램이 비중이 57%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케이블TV 의견 프로그램의 이런 지배는 케이블TV시청자 층이 균형 있는 뉴스 시청에서 이미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튜브의 양극화를 TV뉴스도 받아들이는 모양새입니다.
[분열된 뉴스 지형을 이용하고 있는 1등 뉴스]
우파 진영의 수호자로 확실한 자리를 차지한 폭스 뉴스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유튜브에서 독설과 극단적인 주장으로 우파 시청자들을 빼앗아 가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의식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시대와 구독 시대를 적응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폭스 뉴스(Fox News)를 운영하고 있는 폭스 코퍼레이션(Fox Corporation)의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은 최근 인터뷰에서 “폭스 뉴스가 보다 분열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습니다. 머독은 폭스 뉴스의 시청률 1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당신이 1위라고 말을 할 때 이는 특정 지형에서 나온다”고 언급했습니다. 확실한 지지층이 있어야 시청률에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케이블TV뉴스는 트럼프 정권 이후 보다 더 분열적이고 사상적으로 분화되고 있습니다. 폭스 뉴스 진행자들은 음모 이론을 부추기고 선거 결과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거짓 선동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뉴욕에 위치한 폭스 코퍼레이션 본사 앞에서는 폭스의 ‘버팔로 총격 사건’ 보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폭스 뉴스가 인종주의적 음모론 ‘거대한 교체(great replacement theory)’을 언급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머독은 총격 범의 성명서가 “폭스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폭스 창업주 루퍼트 머독을 비난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공격을 반격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17일 상원의원 척 슈머(Chuck Schumer) 상원 원내 총무(Majority Leader)는 루퍼트 머독과 폭스 임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거대한 대체론’에 대한 무모한 확산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머독은 “불행히 이는 우리 지형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합당하며 그 중 일부가 매우 조직적인 공격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의 보도는 현상(?)을 말해주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더 심한 건 유튜브에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 역시 시청자들을 유혹하는 방법이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