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요동치는 미국 대학 스포츠 중계 시장 "뭉쳐야 산다."
미국 대학 스포츠 중계 시장 급성장 중 6월 30일 미국 서부 지역 명문 대학인 USC와 UCLA, 서부 대학 리그 팩-12를 떠나 빅텐으로 이동. 중서부 지역 연구 중심 대학 스포츠 리그 빅텐(Big Ten)은 서부 2개 학교를 회원사로 받아 대표 리그로 부상. 이에 반해 핵심이 빠진 팩-12는 침체 예상. 스트리밍이 만든 대학 스포츠 지각 변동.
오늘은 미국 대학 스포츠 리그 중계권 시장 이야기입니다. 한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수 있지만, 미디어 시장의 변화, Z세대의 관심사 등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지난 6월 30일 미국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는 대형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서부 지역 명문 스포츠 대학인 USC와 UCLA가 오는 2024년부터 빅텐 컨퍼런스(Big Ten Conference) 리그에 합류하기로 한 겁니다.
미국 대학 스포츠 리그 중 하나 인 빅텐 컨퍼런스는 지난 1896년 결정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리그로 유명합니다. 심지어 전미대학스포츠연맹(NCAA)가 생기기 전에 설립됐습니다.
미국 중서부 지역 명문 대학이 중심이며 현재 인디애나주립대, 노스웨스턴 등 14개 대학이 회원(2개 협력)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빅텐 컨퍼런스는 연구 중심의 메이저 대학(major research universities, 리서치 규모 93억 달러)연합으로도 유명합니다.
14개 멤버 중 12개 대학이 재학생 3만 명이 넘고 졸업생 규모도 570만 명에 달한다. 빅텐 대학들은 또한 미 중서부 대학들의 협업 및 공동 연구 조직인 ‘빅텐 아카데믹 얼라이언스(Big Ten Academic Alliance) 회원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빅텐 대학들의 자부심은 매우 강합니다. 일부에선 빅3, 빅5로 더 줄여 부르기도 합니다.
때문에 빅텐 컨퍼런스는 미국 명문 대학들의 집합으로도 불립니다. 야구, 농구, 풋볼, 배구, 체조 등 빅텐의 각 스포츠 리그들을 모아 중계하는 스포츠 네트워크(빅텐 네트워크)도 있습니다.
빅텐은 100여 년 간 미국 중서부를 중심으로 활약하다, 최근 미 서부로 적극적으로 서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USC와 UCLA의 합류도 같은 개념입니다.
빅텐 컨퍼런스 위원회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6월 30일 이 두 학교를 회원으로 받아들였고 오는 2024년 정식 멤버가 됩니다. 회원 자격에는 학교 설립 원칙, 문화, 학생 선수에 대한 복지, 경기 성적, 다양성, 재정적 안정성 등이 포함됩니다. 현재 USC와 UCLA는 미 서부 대학 스포츠 리그 ‘PAC-12’의 회원입니다.
케빈 워렌(Kevin Warren) 빅텐 컨퍼런스 위원은 성명을 통해 “126년 역사의 빅텐은 학문과 스포츠 분야의 리더들을 회원 학교로 받아 들여왔다”며 “USC와 UCLA도 같은 기준으로 평가했고 이번에 회원사에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USC, UCLA의 서진, 스포츠 중계 시장도 요동]
USC와 UCLA의 이동은 스포츠 중계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미 서부 지역 대표 학교들이 빅텐으로 옮기면 PAC-12의 중계 무게감이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빅텐 컨퍼런스의 중요성은 더 높아집니다. 당장 미식축구(Football)과 농구(Basketball) 경기의 주목도가 눈에 띄지만, 다른 종목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USC와 UCLA는 100개 이상의 전미 대학 체육연맹(NCAA) 선수권 대회를 가진 세 학교 중 두 학교입니다.
중계권 가격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빅텐 컨퍼런스의 스포츠 리그는 지난 2007년 폭스(FOX)와 컨퍼런스의 합작으로 런칭한 케이블TV 스포츠 채널 빅텐 네트워크(Big Ten Network)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현재 ESPN과 폭스 스포츠는 PAC-12컨퍼런스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는 2024년 만료됩니다. 빅텐 스포츠 중계권을 가지지 못한 ESPN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빅텐 컨퍼런스 회원 학교는 Indiana University, University of Maryland, University of Michigan, Michigan State University, Ohio State University,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Rutgers University, University of Illinois, University of Iowa, University of Minnesota, University of Nebraska, Northwestern University, Purdue University, University of Wisconsin 등입니다.
미국 스포츠 업계는 USC와 UCLA의 빅텐 컨퍼런스 합류로 이 리그의 연간 스포츠 중계권 가격이 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학 스포츠 리그들은 적극적으로 회원 대학을 불리고 있습니다. ‘뭉쳐야 뜬다’는 말처럼 더 많은 회원 학교의 합류는 TV와 스트리밍 서비스 중계권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즈니와 아마존, 애플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가세는 대학 스포츠 리그의 중요성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빅텐 컨퍼런스와 함께 플로리다, 조지아대학, 오클라호마 등 미국 남부 지역 대학 스포츠 컨퍼런스인 SEC(Southeastern Conference)도 회원사 확대와 스포츠 TV중계권 판매에 적극적입니다. 빅텐과 SEC는 자체 리그(Super conferences)를 만들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TV머니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팩-12 컨퍼런스의 경우 이제 메이저 2개 대학이 없는 상태에서 TV중계권 계약에 나서야 합니다.
악시오스(AXIOS)는 빅텐이 7월 말 다음 TV중계권 계약(2024년 이후)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폭스, 디즈니 등 스포츠 중계 미디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빅텐 컨퍼런스는 해외에서는 지명도가 낮은 대학 스포츠 리그지만, 미국 오디언스들은 충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동문들이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데다 리그 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해당 대학 출신들은 모교 스포츠 중계에서 열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10개가 아닌 빅14 대학의 스포츠 리그인 빅텐은 앞으로 빅16으로 불릴 수 있습니다.
폭스는 빅텐 네트워크의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다음 중계권도 빅텐 네트워크가 가지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빅텐이 중계하는 대학 스포츠 경기들은 폭스 스포츠, ESPN 등을 통해 전국으로도 방송됩니다.
디즈니 역시 빅텐 컨퍼런스 중계권사인데 오는 2024년 CBS로부터 SEC 중계권까지 넘겨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외 NBC, 아마존, 애플 등도 빅텐 컨퍼런스 중계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권 가격이 크게 높아질 전망입니다.
[스트리밍이 가세한 수천 억 미국 대학 스포츠 중계 시장]
폭스와 ESPN(디즈니)가 중계하고 있는 빅텐 컨퍼런스의 TV 중계권 가격은 6년 26억 4,000만 달러(3조 4,600억 원)에 달합니다. 1년에 4억 4,000만 달러(5,900억 원)에 달하는 계약인데 오는 2023년 만료됩니다. 회원 학교(14개)들은 이 중계권 수익(3,140만 달러 정도)을 균등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빅텐 컨퍼런스는 연간 10억 달러(1조 2,000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LA에 위치한 두 명문 대학은 스포츠 중계 권리 판매로 매년 각각 4,000만 달러(524억 원 상당) 정도의 수익을 벌어 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들 학교는 2,100만 달러의 TV중계권료(매년)을 올리고 있습니다.
SEC역시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대학이 합류하기로 되어 있어 중계권 가격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SEC컨퍼런스는 ESPN으로부터 오는 2024년부터 10년 간 3억 달러의 TV 중계권료를 포함, 연간 6,600만 달러(865억 원)의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팩-12도 현재 미디어 중계권 계약이 오는 2024년 말 만료됩니다.
그러나 2024~2025년 부터는 USC와 UCLA가 빠지기 때문에 중계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100년 간 이어졌던 USC와 스탠퍼드의 라이벌 풋볼 경기도 더 이상 볼 수 없어 팬들의 관심이 더 식을 수 밖에 없습니다.
팻 크레이크스(Pat Crakes) 전 폭스 스포츠 임원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팩12의 경제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확장된 빅텐과 SEC 컨펀러스가 메인이 될 것”이라며 “결국 팩-12는 이들 두 컨퍼런스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미국 스포츠 전문가들은 팩-12 역시 시장 확장이나 리그 통합 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팩-12는 현재 연간 2,100만 달러의 TV중계권료를 받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대학들의 더 많은 이동 예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TV 스포츠 중계권 계약으로 미국 대학들의 리그 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미식축구 팀을 보유한 학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리그 변경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학들이 벌어들인 중계권료는 선수들과 팀, 그리고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대학 스포츠 리그는 여전히 높은 TV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콘텐츠다. 특히, 파워 5 미식축구 게임(Power 5 football games, ACC, SEC, Big 12, Big 10, Pac-12)들은 여전히 수백 만 명의 시청자를 몰고 다닌다. 때문에 ESPN+과 유튜브TV 등은 미국 대학 스포츠 리그를 적극적으로 중계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입장에서도 핵심 팬은 젊고 확장성(지역 및 동문)이 매우 좋은 ‘대학 스포츠 리그’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알다시피 미국 대학들의 경기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자체 스트리밍으로 해외 진출을 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오는 2026년 미국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대학 스포츠의 비중은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프로미식축구에 이어 2위에 달하는 엄청난 시장입니다. 2026년 예상되는 전체 스포츠 중계권 시장 규모(스트리밍+TV)는 292억 달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