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포스트 팬데믹 "스트리밍 동시 개봉은 죽었다”는 극장. 그러나 “영화만 보는 극장은 죽었다”
지난 4월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네마콘. 극장주들이 모이는 이 행사에서 극장주들은 최근 극장의 경기 회복을 두고 "극장-스트리밍 동시 개봉"은 죽었다고 선언. 그러나 일부 대작을 제외한 중소 영화들은 이제 '스트리밍'이 첫 번째 상영관.
지난 4월 말 미국 극장업주와 할리우드 스튜디오 대표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모였습니다. 극장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이벤트 2022 시네마콘(CinemaCon)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4월 25일에서 28일 열린 이 행사에서 극장 관계자들은 올해 말과 내년(2023년)에 극장에 개봉될 대작 및 기대작 영화들을 논의했습니다.
올해도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은 가장 주목 받았습니다. 최고 기대작 ‘탑 건 속편(Top Gun: Maverick)’, ‘미션 임파서블7(Mission: Impossible)’이 공식 지정작에 선정되고 톰 크루즈(Tom Cruise)의 인터뷰도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이들 영화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개봉이 계속 밀렸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즌 7,8’은 2023년과 2024년으로 개봉이 결정됐습니다. 크루즈의 인터뷰도 1년 전 사전 녹화된 내용이었습니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대표인 브라이언 로빈스(Brian Robbins)는 ‘상당한 개봉 연기’에 유감을 표시하며 이제 드디어 영화들이 빛을 볼 때가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로서 극장 동시 개봉은 죽었다]
오늘의 글은 시네마콘을 소개하려는 내용은 아닙니다.
놀랄 만한 순간 이 지점이 아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순간은 ‘극장 동시 개봉’의 종말을 선언한 NATO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미국극장주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wners, NATO) 대표 존 피티안(John Fithian)는 행사에서 “비즈니스 모델로서 극장 동시 개봉은 죽었다(simultaneous release is dead as serious business model)”고 말했습니다. 극장 동시 개봉이란 ‘스트리밍서비스와 극장’에서 영화가 동시에 공개(day and date)되는 전략을 말합니다.
영화 ‘배트맨’을 팬데믹 이후 역대 2위 흥행 실적 영화로 만든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의 동시 개봉(Day and dtae)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 까지 입니다. 이는 NATO의 바람일 뿐 현실은 다릅니다. 오히려 요즘 미국 극장가는 양분화 되고 있습니다. 오디언스가 아닌 스튜디오가 원하는 대작만이 극장에서 개봉되고 중급 예산 영화들은 스트리밍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 워너와 다른 스튜디오들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영화사들은 중급 예산(제작비 1억 달러 이하)작품의 경우 스트리밍에서 첫 번째 개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는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과 극장 동시 영화 개봉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입자가 늘고 ‘신작의 효과’도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메리 미(Marry Me)는 지난 2월 극장과 피콕에 동시 공개됐습니다.
3월 유니버설의 분석에 따르면 ‘메리 미’는 피콕에서 공개된 극장-스트리밍 동시 개봉 영화 중 최고 시청률 기록하기도 했습니다.또 스티븐 킹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파이어스타터(Firestarter)’ 역시 오는 5월 13일 같은 방식으로 개봉됩니다.
다른 영화들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디즈니(Disney) 역시 제작사 픽사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2년 초 ‘터닝레드(Turning Red)’를 디즈니+에 직행시켰습니다.
소니 픽처스도 케빈 하트 출연하는 스릴러(The Man From Toronto)의 유통권을 극장에서 빼내 넷플릭스(Netflix)에 넘겼습니다. 당초 이 영화는 8월 12일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는 소니 픽처스와 5년 간의 윈도우1 독점권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극장에 개봉한 영화를 가장 먼저 상영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시네마콘에서 ‘존 윅(John wick) 시즌4’와 ‘익스펜더블(Expendables)’의 차기작을 공개한 라이언스게이트는 제니퍼 로페즈의 로맨틱 코미디 ‘Shotgun Wedding’의 개봉 권한은 6월 극장 대신 아마존(Amazon)에 판매했습니다.
극장을 최우선 하는 영화는 아직 있습니다.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차기작이 나오는 ‘아바타: 더 웨이 오브 워터(Avatar: The Way of Water)’는 올해(2022년) 12월 극장에서 우선 개봉됩니다. 이 영화의 예고편은 이번 시네마콘에서 공개됐습니다.
‘아바타’ 시즌1은 글로벌 시장에서 27억 달러를 벌어들여 역대 2위 흥행작으로 올라있습니다.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의 효과를 기억하는 극장 업주들이 가장 기다리는 작품입니다. 결론적으로 나토(NATO)의 바람과는 달리 일부 대작을 제외한 상당수 영화 시장은 스트리밍을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작은 극장에서, 하지만]
2022년 시네마콘에서는 극장의 미래와 관련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확산됨에 따라 팬데믹이 여전히 영화 제작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논의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노웨이 투 홈(Spider-Man: No Way Home)’ 성공에서 보듯, 좋은 개봉 영화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온다는 공식도 증명됐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지난 2019년 12월 이후 가장 큰 흥행 성공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은 2021년 12월 17일 북미 극장에 단독 개봉됐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종이 기승을 부릴 때입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이런 불리한 조건을 흥행성으로 이겨냈습니다.
물론 ‘스파이더맨’의 흥행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일정 수준 회복된 극장 업계의 분위기도 한 몫 했습니다. 2020년 12월 북미 지역에서 문을 연 영화관은 2,300개에 불과했지만, 스파이더맨의 개봉했던 2021년 말에는 오픈한 영화관 숫자가 4,900개까지 회복됐습니다. 2020년 1월 당시 오픈 극장수는 5,500개에 달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가 2020년 12월 25일 ‘Wonder Woman 1984’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에 동시 개봉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극장의 소중함을 더욱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악조건을 뛰어넘은 ‘스파이더맨’의 성공은 2022년 극장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올해 더 많은 흥행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대부분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45일 극장 독점 기간 인정에 합의했습니다. 스트리밍에 영화를 상영하기 전 극장에서 최소 45일 이상 단독 공개한다는 내용입니다. 과거 전성기 시절 90일 독점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아예 극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조건입니다.
하지만 희망에만 빠질 수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대작 영화라도 흥행에는 극장 수에 아주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느 정도의 극장 수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흥행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극장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이 극장 문을 닫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스트리밍이 더욱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을 겁니다. 그때가 된다면 극장은 단순히 ‘영화 개봉’을 넘는 만족감을 관람객에게 줘야 합니다. 새로운 메타버스(Metaverse)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극장의 생존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라는 추억에만 의존해선 안되는 문제입니다.
한편, 컴캐스트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슈퍼볼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어 2022년 1분기 유료 구독자가 전년 대비 40% 증가했습니다. 숫자로는 400만 명 가량입니다. 피콕의 이런 성적은 넷플릭스(Netflix)가 같은 기간 20만 명의 가입자를 잃은 것에 비하면 돋보입니다.
캠캐스트(Comcast) CEO 브라이언 로버츠(Brian Roberts)는 지난 4월 28일(미국 시간) 2022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월 31일 기준, 피콕이 유료 고객 1,3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Monthly Active Accounts) 2,800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피콕의 가입자 증가 속도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10년 만에 가입자가 감소했다고 ‘스트리밍의 종말’을 예측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도 결국 사멸의 길을 갈 겁니다. 그러나 그 순서는 유료 방송 플랫폼 중에서도 매우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상파, 극장, 유료방송들이 준비하지 않는다면 스트리밍 보다 먼저 팬들을 잃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