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시대, 극장과 영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미국 일부 극장 백신 접종 장소로 변화, <고질라 대 킹콩 Godzilla vs. Kong>의 개봉 예정일을 당초 5월에서 3월 26일로
(2021-1-25)
스톤(Stone Theatres)은 미국 노스,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 작은 영화 체인입니다. 다른 극장 체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때문에 수 개월 간 폐쇄돼 있었습니다. 신작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몇 번 오픈을 시도했지만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톤의 운영주는 최근 큰 결단을 했습니다. 지역 의료 기관(New Hanover Regional Medical Center)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장소로 극장을 내어준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등 미국은 백신 부족이 아닌 접종 장소, 정종 인력이 대기 수요를 따라가지고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연자 조합(The 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은 전국적 재난 상황을 막기 위해 더 많은 극장, 공연장이 백신 접종 장소, 검진소로 변해야 한다고 설명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시대,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극장이 다른 용도로 우리의 시간과 함께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바뀌는 영화 개봉 전략…연기 VS 스트리밍
미국에선 지난 2020년 극장 개봉이 예정됐던 영화들이 예기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으로 공개 날짜를 2021년로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이 시작된 지금에도 극장 개봉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새롭게 날짜를 연기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스트리밍 서비스, 하이브리드 개봉)으로 관객과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초 워너브러더스는 대규모 예산 영화 <고질라 대 킹콩 Godzilla vs. Kong>의 개봉 예정일을 당초 5월에 3월로 26일로 앞당겼습니다. 대신 지난해 발표한 대로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에 동시 공개한다는 전략입니다. 반면, 유명 미드 <스프라노스 Sopranos>의 프리퀄(전작)로 만든 <The Many Saints of Newark>의 극장 공개는 3월에서 9월로 밀렸습니다.
워너미디어는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맞춤형 개봉 전략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에 동시 공개한다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원더우먼 1984>가 HBO MAX와 극장에 같은 날 걸렸습니다. 워너미디어는 동시 개봉 기간이 딱 한 달(30)이고 비정상적인 기간에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비정상이 만든 새로운 정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워너는 <원더우먼>의 동시 개봉 실적을 보고 향후 행보를 판단할 겁니다. 실제, <고질라 대 킹콩 Godzilla vs. Kong>의 조기 개봉은 워너미디어가 하이브리드 릴리즈 모델(극장+스트리밍 서비스 동시 개봉)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는 팩트를 보여줍니다. 워너미디어는 올해 17편 영화 모두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시장에 공급합니다. 다른 스튜디오들도 변화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Disney>
디즈니는 지난해 3월 <온워드Onward>를 짧은 기간 개봉한 이후 단 한편의 메인 영화 타이트(Title)도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에 영화 5편을 공급하면서 가입자를 8,700만 명(2020년 12월 2일 기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디즈니의 첫 영화는 <Raya and the Last Dragon>입니다. 디즈니도 이 영화를 디즈니+와 극장에 동시 개봉합니다.(day-and-date release) 그러나 지난해 9월 <뮬란 Mulan>처럼 별도 돈을 내야 볼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흥행 결과도 향후 디즈니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입니다. 디즈니의 다음 영화는 <Ron’s Gone Wrong>인데 이 역시, 전작들의 상항을 파악한 뒤 개봉 일자를 조정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유니버설 Universal>
유니버설은 지난해 말 AMC 등 대형 극장들과 새로운 방식의 유통 계약을 맺었습니다. 신작 영화의 경우 기존 90일의 극장 독점 개봉 기간을 17일 정도로 줄이는 대신, 일정 수준의 별도 수익을 보장해주기로 말입니다. 극장 입장에선 손해일 수 있지만 영화 개봉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니버설은 이 계약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에서도 극장에 영화를 걸고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작품을 빨리 공급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추수감사절 기간에 개봉한 드림웍스(Dremworks)의 애니메이션 <The Croods: A New Age>는 미국 극장 스크린의 40%를 점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올해 유니버설 영화들이 개봉됩니다. 최대 기대작 <분노의 질주 Fast & Furious> 9번째 시리즈(F9)는 5월 28일 개봉이 예정됐지만 여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두 번 연기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F9> 개봉이 밀리면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약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올드 Old>는 여름 공개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 직행이나 다른 개봉 날짜를 찾아야 합니다. 톰 행크스 주연의 SF영화 <바이오 Bio>도 미국 시장 4월 개봉이 예정됐는데 8월 이후로 재연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개봉전략을 수정한 스튜디오(영화사)들이나 제작사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경우 극장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만큼, 극장 개봉 수익이 아직 괜찮거나 아니면 극장을 포기하고 수익을 제대로 올릴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시장도 이제 변할 겁니다. 사업자들의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관객들은 이제 집에서 영화를 보는데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극장도 과거처럼 단순히 영화만을 보는 공간으로는 매력이 떨어집니다.
픽사의 <소울 Soul>의 흥행 성적으로 글을 끝내겠습니다. 닐슨이 최근 집계한 주간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12월 21~27일)에 이 영화(16억7,000만 분)는 1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내 성적이지만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영화의 새로운 정착지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참고로 닐슨(Nielsen) 조사에 포함된 스트리밍 서비스는 Amazon Prime, Disney+, Hulu, Netflix 등입니다. 닐슨은 TV를 통해 보는 가구만을 측정합니다.
이번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