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악시오스, 생존 위해 '광고'가 아닌 '충성 오디언스'를 찾다.
전문가, 단문, 숫자, 뉴스레터로 요약되는 뉴미디어 뉴스 악시오스(AXIOS), 미국 애틀랜타 지역 미디어인 콕스 엔터프라이즈에 6,800억 원에 매각. 뉴스에 진심이었던 창업주들이 매각에 동의한 이유는 '이것이 뉴스를 더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 광고가 아닌 충성도 있는 오디언스를 찾기 위해 나서
디지털 정치 뉴스에서 온라인 뉴스레터, 정치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지역 미디어 등의 확장하던 악시오스(AXIOS)가 콕스 엔터프라이즈(Cox Enterprises)에서 현금 5억 2,500만 달러(6,851억 원)에 매각됐습니다.
지역 뉴스레터를 처음 만드는 등 뉴스 혁신에 적극적이었던 창업주 짐 반데헤이(Jim VandeHei)는 ‘뉴스 비즈니스’ 사업 모델을 독자에서 협력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규제 기관의 심사 이후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미디어 기업 콕스 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21년부터 악시오스에 소액 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5억 2,500만 달러의 매각 가격은 악시오스 2022년의 예상 매출인 1억 달러에 5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악시오스는 5,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은 바 있습니다. 현재 악시오스의 대부분 매출은 뉴스레터(19개), 웹사이트, 팟캐스트 등에 게재되는 대형 기업들의 광고에서 나옵니다. 직원은 500명이며 이중 75명이 지역 뉴스 담당 인원입니다.
이에 앞서 악시오스는 경제미디어 인사이더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 출판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거(Axel Springer)과 인수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여름 악셀 스프링거는 10억 달러 이상(연간 매출이 5배 이상)의 가격으로 폴리티코(Politico)를 사들인 바 있습니다. 폴리티코는 미국 의회, 백악관 등 정치 분야를 전문 취재하는 인터넷 미디어입니다. 스프링거와 악시오스는 매각 가격으로 4억~4억 5,000만 달러 정도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언론들의 M&A
악시오스는 지난 2017년 전 폴리티코(Politico) 임원인 짐 반데헤이와 마이크 알렌(Mike Allen), 로이 스와츠(Roy Schwartz)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설립 초기 정치와 경제, 기술에 집중하는 단문 스타일(bulletin-style scoops) 보도로 미디어 업계에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바쁜 비즈니스 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중요 내용을 짧은 문장으로 혹은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단 1분만에 읽을 수 있는 기사에 많은 전문직들이 열광했습니다. 주제도 정치, 과학, 경제, 건강, 테크, 미디어 등의 단순화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이 뉴스 형식을 ‘프로페셔널’들이 다양한 주제를 더 빠르고 쉽게 내용을 전달 받기 위한 뉴스(news to professionals in a simple format that helps them get smarter faster across an array of topics)로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악시오스는 빠른 시간 복잡한 이슈를 풀어 핵심을 뉴스레터로 전달하기 위해 주제별 전문가를 기자로 뽑았습니다. 또 HBO 등과 협업해 다큐멘터리(에미상 수상)를 만들고 MSNBC와 협력해 영상 뉴스도 강화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창업 이후 짦은 기간에 워싱턴 정가에서 꼭 봐야하는 디지털 미디어 자리에 올랐습니다. 정치 분야 베테랑 기자들이 짧지만 깊이 있는 기사를 양산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특종과 짧지만 간명한 분석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다. HBO와 함께 제작한 동영상 뉴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됐습니다.
악시오스의 성공 비결은 새로운 포맷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나 이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기자)’이 없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모델이었습니다. 악시오시는 작지만, 강한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한 정치 전문 기자(national political correspondent) 조나단 스완(Jonathan Swan), 악시오스 미디어 뉴스레터를 분야 1위로 만든 사라 피셔(Sara Fischer), 경제 분야 뉴스레터, 팟캐스트, 유료 구독 뉴스레터(AXIOS PRO)를 운영 중인 댄 프리맥(Dan Primack) 비즈니스 에디터 등은 이미 해당 산업 영역에서는 스타입니다.
악시오스는 최근 3년간 수익을 냈지만 2022년에는 이익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에 치우친 매출을 다변화기 위해 HQ 커뮤니케이션 툴 개발 등에 투자한 탓입니다.
창업주들이 악시오스를 매각하기로 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단독 사업 모델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느낀 겁니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창업주 반데헤이는 콕스 엔터프라이즈가 저널리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로 했고 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줘 매각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전 악시오스에 투자한 NBC유니버설,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 등도 인수 가격이 투자 수익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매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콕스가 경영진이 당분간 잔류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점도 매각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콕스 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악시오스 3명의 창업주는 매각 이후에도 실질적인 지분(substantial stakes)을 계속 보유하고 회사 운영과 편집 관련 결정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콕스 엔터프라이즈는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the Atlanta Journal-Constitution), 데이튼 데일리 뉴스( Dayton Daily News) 등의 지역 신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 케이블TV 방송 등의 유료 방송 사업 콕스 커뮤니케이션(Cox Communications)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콕스 커뮤니케이션은 미국 18개 주에 650만 명의 인터넷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역 방송도 보유했었지만 지난 2019년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에 지역 TV와 라디오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알렉스 테일러(Alex Taylor) 콕스 엔터프라이즈 CEO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악시오스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균형감있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전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콕스는 미디어 비즈니스에서 출발했고 우리는 저널리즘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악시오스와 같은 미래 지향적 조직을 인수한 것은 매우 흥분된다. 그들을 도와 계속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테일러는 악시오스의 이사회에도 참여합니다.
악시오스 창업주 3명(악시오스)
[경기 침체, 언론들의 어려움 가중]
미국 디지털 미디어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반짝 호황이 끝난 뒤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유가,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광고주들이 비용 집행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애플의 개인 정보 정책 변경, 틱톡 등 숏 폼 플랫폼 부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 모델 도입 등은 미디어들의 디지털 광고 파이를 갉아먹는 주요인입니다.
과거 악시오스나 바이스(Vice) 등이 카드 뉴스, 뉴스레터, 단문 요약 뉴스, 동영상 뉴스 등으로 일부 디지털 광고를 끌어들였지만 구독 비즈니스 확대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으로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 약효가 다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위기감을 직감한 디지털 미디어들은 수년간 인수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불리거나 특수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자금조달과 기업 공개에 나서왔습니다. 더 많은 광고를 위한 오디언스 확보와 신규 사업을 하기 위한 투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렵게 기업 공개에 나선 디지털 미디어들도 평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2021년 말 상장에 성공한 버즈피드(Buzzfeed)는 공개 직후 주가가 추락해 2022년 들어 8월 초 현재까지 60%가 넘는 가치가 공중분해됐습니다. 2022년 초만 해도 주당 9달러 수준에 거래되던 버즈피드는 8월 8일(미국 시간) 주당 2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투자자들도 팬데믹 이후 구글과 메타의 지배력이 더 강해진 디지털 광고 시장을 감안해 뉴미디어 언론사들에게 더이상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더 큰 문제는 웹사이트 방문객이 줄어든다는데 있다. 그만큼 관심이 식고 있는 겁니다. 버라이어티가 2021년 5월에 2022년 5월까지 주요 디지털 미디어들의 월간 순방문자수(MAU)를 조사한 결과 하락세가 분명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오디언스와 광고 시장이 포화되고 있어 지지세가 약한 미디어의 경우 더 큰 추락이 보였습니다.
이는 시장 침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입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마이너 매체들이 먼저 도산한 뒤 다음 중간 규모, 그 다음은 메이저들도 생존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현재 방송 미디어 시장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주요 디지털 미디어들의 순방문자수 감소
최근 경기 불확실성 증대와 거시 경제의 어려움은 디지털 미디어에는 분명 악재입니다. 시장 조건이 매우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악시오스의 ‘저널리즘’-충성도 있는 구독자들의 육성]
악시오스 창업주들은 2016년 폴리티코 내 주도권 싸움이 한창일 때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 다음 해 이들은 악시오스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악셀 스프링거와의 매격 협상 결렬 이후, 악시오스 콕스 엔터프라이즈가 이끈 펀딩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당시 기업 가치는 4억 3,000만 달러로 인정 받았습니다.
악시오스가 콕스를 미래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 의지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시대, 디지털 뉴스 미디어는 어렵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여는 강력한 게이트 중 하나입니다. 콕스는 비교적 작은 미디어 회사이지만 저널리즘 투자 의지는 분명합니다. 스포츠 구독 미디어 디애슬레틱이(The Athletic)이 뉴욕타임스에 5억 5,000만 달러에 매각된 것과 같은 흐름(매출의 8배)입니다.
악시오스를 인수한 콕스 엔터프라이즈는 애틀랜타 지역 가족 미디어 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회사의 시작은 1898년로 올라갑니다. 당시 제임스 미들튼 콕스(James Middleton Cox)은 데이튼 데일리 뉴스를 2만 6,000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콕스는 1939년 애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Atlanta Journal-Constitution)을 인수했습니다.
테일러 콕스 대표는 “과거 역사는 우리가 누군지를 보여준다”며 “우리는 124년 동안 뉴스 사업을 했고 신문업은 선대의 유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콕스 대표는 또 “이번 투자는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지역 미디어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지역 감시 저널리즘(Local watchdog journalism)은 지역 사회의 건강함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악시오스는 지역 감시의 개념을 전국으로 확대시킨 중요한 언론”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콕스 엔터프라이즈는 악시오스 성장에 2,500만 달러(326억 원)의 현금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자금으로 반데헤이는 악시오스 프로(Axios Pro) 등 구독 기반 버티컬 미디어를 더욱 확장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악시오스 프로는 미디어, 헬스테크, 핀테크 등의 산업에 대한 전문 뉴스를 뉴스레터로 전달해주는 서비스로 연간 구독 가격이 평균 140달러를 넘습니다.
지역뉴스를 살리기 위한 인수
아울러 2021년 시작한 지역 뉴스레터도 확장합니다. 현재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를 포함, 24개 미국 도시에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뉴스, 행사, 주요 소식 등을 담아 매일 아침 뉴스레터로 전달하는 형식입니다. 반데헤이 CEO는 2023년 지역 뉴스레터 발간 도시가 100개를 넘기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악시오스 프로
또 악시오스는 대부분의 미국 미디어들의 지역 뉴스 플랫폼을 포기한 상황에서 이를 살리기 위해 매각에 나섰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악시오스 미디어 전문 기자 카라 피셔는 “이번 거래는 대부분 상업 (미디어) 투자자들이 지역 시장을 포기한 상황에서 지역 뉴스 시장에 계속 투자하기 위한 것(The deal is structured to ensure investments will continue to flow into local news at a time when most commercial investors have abandoned local markets)”라고 보도했습니다.
악시오스는 2019년 말부터 2022년 5월 사이 미국 전역에서 360개가 넘는 신문이 사라졌고 오는 2025년에는 전체 신문의 3분의 1 이상이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사실 이미 지난 2005년 이후 2,500개가 넘는 미국 지역 신문이 발행을 중단했습니다.
반데헤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폴리티코와 악시오스에 사례에서 디지털 시대 진지한 저널리즘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악시오스는 2022년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미국 중간 선거 취재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미국 분위기를 돈 많은 경쟁 미디어들과 싸우며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악시오스는 전당대회 등을 취재하는 취재력 있는 경력 기자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반데헤이는 디지털 미디어의 수난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퀄리티 있는 디지털 미디어’에는 시장이 열려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나 모닝 브루(Morning Brew)와 같은 경제 중심 미디어들은 어려운 시장에도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양성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데헤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교훈
유행이나 열풍, 클릭수를 쫓는다면 시들거나 배가 고플 것이다.
그러나 퀄리티 정보로 충성도 있는 오디언스를 찾아나선다면 당신은 흥할 수 있다”
(The lesson of the digital era: Chase fads, fantasy and clicks, you fade or famish,” Mr. VandeHei said. “Chase a loyal audience with quality information, you can flourish.)
어렵지만 더 어렵지 않기 위해 명심해야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