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넷플릭스의 미래…한국이 게임 체인저
4분기 실망스러운 실적 남긴 넷플릭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해법은 '홈런' 보다는 '안타'. 치열한 스트리밍 경쟁 속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급상승. 버라이어티 15위 흥행 예상 작품(비영어권)에서 8편이 한국산.
오늘 뉴스레터를 다시 시작합니다.
다들 숏 폼으로 가는 시대, 저는 롱 폼(Long Form)으로 가려합니다. 글이 길지만 끊어서 읽으실 수도 있습니다. 텍스트 업데이트는 일주일 5번으로 하고 주말 팟캐스트를 콘텐츠를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매달 말에는 월간 정리도 줌(zoom) 등을 통해 추진합니다. 올해는 멀티 포맷의 시기입니다. 제가 쓰는 글의 방향은 크게 5가지입니다. 미국 Tech Policy, 할리우드 콘텐츠&스트리밍 서비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엔터테크, 뉴스의 미래(The future of News)입니다. 그러면 늦었지만 올해 첫 글을 시작합니다.
지난 1월 20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1위 사업자 넷플릭스(Netflix)가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할 당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신규 가입자를 끌어 왔는지 였습니다. 공개 결과는 사람들의 실망을 자아냈습니다. 당초 미국 증권가에 예상이 850만 명이었는데 828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습니다.
사실 예상을 그렇게 많이 벗어나지 않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였습니다.
넷플릭스는 2022년 1분기를 전망하면서 가입자 증가가 250만 명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당초 400만 명 이 이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넷플릭스의 미래가 정말 암울한 것인가. 이와 관련 패럿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는 지난 분기 동안 넷플릭스의 콘텐츠에 대한 수요 조사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미래 수요를 알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찾는 사람이 줄고 있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의 장기 트렌드는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패럿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새로운 경쟁자들의 확장에 의해 위협이 현존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넷플릭스도 가입자 기준에선 점유율이 줄어도 크기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요는 다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늘어남에 따라 콘텐츠 시장에서의 넷플릭스 수요 점유율(Demand for Original Program)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계속 될 경우 넷플릭스 가입자 감소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가입자 점유율 감소보다 더 심각한 것이 수요 축소인 셈입니다.
[홈런이 아닌 타율이 높아져야 하는 시기]
지난 2021년 4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수요는 45.4%를 기록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글로벌 수요는 꾸준히 감소 중입니다. 지난 2021년 4분기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글로벌 수요는 45.3%였습니다. 경쟁자들의 맹추격 속에서도 4분기는 그나마 선방했습다. 이는 ‘오징어게임’ 등 글로벌콘텐츠와 일부 대작의 인기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수요가 많은 디지털 오리지널 시리즈 상위 5개 중 4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위처(The Witcher) 시즌4’ 등이 개봉했고 오징어게임은 여전히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의 수요가 계속 감소하는 이유는 일부 대작에만 기대기엔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구할 영웅 콘텐츠는 이제 없습니다.
미국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에의 넷플릭스 수요 점유율도 글로벌과 유사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넷플릭스의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대작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사례만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4분기 아마존의 기대작 드라마 ‘휠 오브 타임(The Wheel of Time)’이 공개됐습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이 작품은 패럿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수요(demand)만 평균보다 43.5배에 달했습니다.(첫 30일).
그러나 이런 대작에도 전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 수요는 4분기 8.9%에 불과했습니다. 3분기 8.6%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등락폭이 크지 않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메가 히트 작품이 전체 시장 흐림에는 큰 영향을 못 주고 있는 분위기인 셈입니다. 이제 한 두 명의 대형 디지털 오리지널보단 전체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경쟁력이 더 중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MGM을 인수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의 점유율 확대에 많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넓어지는 콘텐츠 주목도, 치열해지는 경쟁]
넷플릭스는 여전히 스트리밍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는 분산되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스튜디오들이 모두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한 지금, 콘텐츠 장벽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NBC유니버설은 이제 자신들의 서비스인 피콕에만 콘텐츠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훌루(Hulu)와 라이선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바이어컴CBS 역시, 넷플릭스이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공급 계약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라마운트+(Paramount+)에 더 많은 콘텐츠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와 사업자가 늘면 늘수록 메가 히트를 위해선 더 많은 시청자와 주목도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제 1위를 지키는 것도 어렵고 1위에 오르는 것도 더 힘듭니다. 글로벌 서비스 시장 완전한 경쟁 체제에 돌입한 겁니다. 넷플릭스의 초기 지배력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듭니다. (물론 구독자들에게는 다양성아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이미 미디어 기업별 글로벌 시장 수요도를 보면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사업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시장이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는 한국 콘텐츠]
비영어 콘텐츠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국과 캐나다 외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필수입니다. 넷플릭스도 2021년 통틀어서 넷플릭스의 북미지역 가입자는 7%만 겨우 성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성공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콘텐츠로 등극하는 겁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소비가 100% 이상 늘었다”며 “오징어게임 메타버스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생각보다 더 단단한 작품이었습니다. 닐슨(Nielsen)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스트리밍 된 모든 오리지널 시리즈 중 ‘오징어게임’은 시청률 2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폭스네트워크에서 방송된 ‘루시퍼(Lucifer)’였습니다.
닐슨이 분석한 오징어게임의 재생 시간은 164억 분이었습니다. 1위인 루시퍼가 183억 분을 기록했지만 총 93개 에피소드여서 단 9편으로 2위에 등극한 오징어 게임이 실질적인 1위일 수 있습니다. 닐슨은 “미국 시청률 중 15%가 오징어게임 자막 버전(subtitled version)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콘텐츠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더 많은 사업자들이 우리를 찾을 겁니다.
[버라이어티, 올해 기대작 15편 중 8편 한국 콘텐츠]
버라이어티(Variety)도 최근 다음 오징어게임이 될 만한 올해 글로벌 콘텐츠를 언급하면서 한국 드라마, 영화를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기대되는 15편의 비영어권 콘텐츠를 꼽았는데 이 중 8편이 한국 드라마입니다.
버라이어티는 첫 번 째 흥행 예상 한국 스트리밍 콘텐츠로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학교는(All of Us Are Dead)’를 꼽았습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해외에서는 ‘지옥’, ‘오징어게임’의 명성을 이을 작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좀비 시리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670만명에 달하고 포스트에 80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린 것으로 보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오징어게임에 출연했던 이유미가 출연하는데 해외 팬들의 주목도가 높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이 작품이 넷플릭스 전체 상위 10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외 버라이어티는 ‘안나라수마나라(The Sound of Magic 2022년 개봉)’, ‘종이의 집 한국판 공동 경제구역(Money Heist Korea – Joint Economic Area 2022년)’, ‘택배기사(Our Blues 2022년)’, ‘블랙의 신부(Remarriage and Desires 2022년')’, ‘글리치Glitch(2022년), ‘썸바디Somebody(2022년)’ 등의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흥행을 점치는 한국 드라마 대부분이 좀비나 SF작품 혹은 독특한 설정(UFO클럽과 함께 사라진 남자친구, 글리치)인 것도 눈에 띕니다. 과거 로맨스 기반 한류 콘텐츠는 사라지고 선이 굵은 장르물이 인기를 얻는 모양새입니다. 또 웹애니메이션을 원작을 하고 있어서 ‘웹툰->스트리밍 드라마->해외 진출’ 공식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이 만든 넷플릭스의 성공을 본 다른 서비스들도 한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아시아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의 기대와 수요가 단연 1위입니다.
애플 TV+는 올해 ‘파친코(Pachinko, 2022년)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파친코는 애플의 비밀스러운 작업 특성상 사전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할리우드리포터가 지난 2018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제작비 규모가 넷플릭스의 대형 사극 ‘더 크라운(The Clown)’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하나의 화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원작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2017년 뉴욕타임스는 파친코를 올해의 베스트 책에 선정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