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그레이 아나토미'가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이유는?
PA, 글로벌 7개국 미국 콘텐츠 소비와 수요 차이 분석. 문화적 차이, 연령 제한 등에 따라 오디언스 수요에 극심한 차이. '그레이 아나토미'는 한국에서 글로벌 보다 56% 수요 낮은 반면 브라질에서는 큰 성공.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한국 콘텐츠의 성공 방정식
스트리밍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선 각 나라 시장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정치나 문화, 정서, 종교, 인종 등 나라별로 중요시하는 사회적 합의 기준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콘텐츠 규제 강도도 이런 차이에서 결정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라별 차이가 콘텐츠의 모든 결론’을 바꿉니다.
인도 등 일부 아시아 지역 국가에선 종교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한국은 정치적인 콘텐츠에 민감합니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연령 규제도 다릅니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드라마 흥행과 수요를 만들어 냅니다.
콘텐츠 수요 분석 회사 패럿애널리스틱스(PA)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한국, 인도,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 7개 국가를 대상으로 인기가 높은 주요 콘텐츠(그레이 아나토미, 아메리칸 호러스토리, 워킹데드, 프리즌브레이크, 하우스오브카드)에 대한 수요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나라별로 드라마 선호도와 수요는 달랐지만 결정적으로 수요를 결정하는 요소들은 어느 정도 유형화가 가능했습니다.
[문화적 요소, 연령 제한에 따라 결정되는 오디언스 수요]
패럿에 따르면 콘텐츠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2개입니다. 문화적 요소(Cultural Factor), 연령 제한(Age Ratings)입니다.
두 요소는 복합적으로 작동해 콘텐츠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나라별로 어떤 요소가 메인으로 작동 할지는 다릅니다. 종교의 힘이 강한 곳과 정치나 성적 문제가 심각하게 여겨지는 나라는 심의 기준과 연령 제한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PA분석입니다. 사람들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들은 연령 규제와 연결됩니다. 각 나라 별로 영화, 드라마에 대한 시청 연령 규제는 모두 다릅니다. 문화적인 요소 차이를 반영한 겁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는 한국에서 1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지만, 인도네시아는 18세 이상이 되어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성인 이상 관람가(TV-MA)입니다. 공교롭게도 의학드라마인 ‘그레이아나토미(Grey’s Anatomy)는 한국은 18세 이상이 볼 수 있지만 브라질에서는 15세만 넘으면 시청이 가능합니다.
문화적인 요소와 연령 제한은 콘텐츠 오디언스 수요(Audience Demand)의 차이에 직결됩니다. 드라마 매출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18세 이상 시청 가능과 15세 이상 시청 가능은 노출될 수 있는 오디언스 숫자나 시간 등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서 그레이 아나토미 수요가 떨어지는 이유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PA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정치 성향에 민감하고 성적, 폭력, 호러에 노출되는 콘텐츠에 대한 규제 강도가 심합니다. 이런 문화적인 요소는 미국 콘텐츠의 한국 흥행 차이도 만들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글로벌 수요와 한국의 수요 차이를 몇 개 소개해 봅니다.
호러 드라마인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는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수요에 비해 58%나 떨어졌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에선 호러 콘텐츠를 매우 민감하게 봅니다. 연령 규제도 18세 이상입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한국 호러 영화 드라마는 15세나 12세 이상입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18세 이상을 받은 이유는 잔인함과 ‘호러의 질적 차이’입니다. 코리아 호러(Horror)는 US호러(Horror)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반해 이 드라마는 영국에서는 수요가 106% 더 높았습니다.
대표적인 의학 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는 한국에서도 마니아가 많다. 시즌 18을 이어왔고 시즌19도 준비 중입니다.그러나 한국 전체 수요 입장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수요보다 56%나 낮았습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흥행 부진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소는 연령 제한입니다. 한 때(3~4 시즌)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 시즌이 18세 이상입니다. 오디언스의 접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요소는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의 상이함입니다. 한국에서 메디컬 드라마는 매우 인기가 높은 장르입니다. 그러나 전개 방식이나 병원에 대한 묘사는 ‘그레이 아나토미’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그레이 아나토미’의 수요는 평균보다 190%가 높았습니다. 문화적 유사성도 있지만 가장 큰 흥행 요소는 연령 제한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브라질 오디언스는 14세 이상이면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드라마 등 콘텐츠는 산업이자 문화적 산물입니다. 때문에 기계적인 표준화로 가둘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각국의 문화적 요소에 따른 수요 차이를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는 있습니다. 우리 문화를 제대로 혹은 있는 그대로 알리기 위해서도 이런 전략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각 국을 이해하는 호혜적인 차원으로도 필요한 작업입니다.
미국과 같이 엄청난 물량 공세를 할 수 있는 콘텐츠 강국 입장에선 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공급하면 되지만 K콘텐츠라는 얇은 콘텐츠 지층을 가진 한국은 민감한 문화적 문제를 가장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웹툰과 좀비가 없다면 우리 드라마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히 고전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패럿이 분석한 7개 국가는 글로벌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지역인 셈입니다.
보너스입니다. 2월 14일 현재 ‘지금 우리학교는(All of Us are Dead)’의 글로벌 수요를 보내 드립니다.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필리핀이 한국에서의 수요보다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