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한국 팟캐스트의 미래를 인도네시아에서 보다. "규제와 유료 사이"
유고브, 글로벌 18개국 팟캐스트 청취 트렌드 조사, 인도네시아, 인도, UAE 등의 국가가 미국보다 유료 청취 의향 높아. "규제가 강할 수록 유료 시장 커져" 이들 지역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도 높은 곳이어서 주목. "
글로벌 미디어 비즈니스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Paid Subscription)가 확산되고 있지만 팟캐스트 포맷은 철옹성입니다. 콘텐츠에 상당한 돈을 지불하고 있는 미국 조차도 유료 팟캐스트 시장은 잘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Apple) 등이 크리에이터가 오디언스들에게 직접 과금할 수 있는 오디오 플랫폼을 열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유료 팟캐스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돈을 내고 들을 말한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은 아직 남들에게 들을 수 있는 정보나 뉴스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인도네시아, UAE, 인도에의 유료 팟캐스트 기회]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기회는 생깁니다.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구독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먼저 분석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인도일 지도 모릅니다. 유고브(YouGov)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내 팟캐스트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국가 중 상위 3개는 인도네시아, UAE, 인도 등 서남아시아 지역이었습니다.
이 조사는 유고브가 지난 1월 18일~ 2월 4일 전 세계 18개 국(한국은 제외)에 거주하고 있는 18세 이상 1만 8,855만 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입니다. 이 중 팟캐스트를 청취한다고 답한 사람들은 1만 768명이었는데 이들의 응답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를 보면 응답자 중 인도네시아, UAE 등의 국가 거주민은 향후 12개월 내 유료 팟캐스트 구독 의사가 60%가 넘었는데 미국은 25%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규제가 키운 유료 팟캐스트 시장]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유료 팟캐스트 구독은 대부분 애플 팟캐스트에서 발생합니다. 애플은 지난 2021년 전세계 170개 국에 팟캐스트 플랫폼을 런칭했습니다. 이번 조사 대상 18개국 모두 애플의 서비스 지역입니다. 미국 기반 팟캐스트들도 이론적으로 미국보다 UAE나 인도네시아에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현재 유료 구독 의지가 높은 국가들의 특징이 또 있습니다. 콘텐츠 심의나 규제가 매우 강한 곳들입니다. 버라이어티는 “미국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세계 각국의 콘텐츠 규제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꺼린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비디오 콘텐츠 사업자의 경우 각 나라의 규제에 대응하기 좋지만 소규모 제작사들은 그럴 여력이 없기도 합니다.
실제, UAE의 경우 인터넷 관련 규제는 매우 촘촘합니다. 사실상 로컬 미디어 회사들은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글로벌 언론 자유를 평가하는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UAE의 언론 자유는 100점 만점에 27점입니다. 팟캐스트 유료 구독 의지가 55%나 되는 중국은 콘텐츠 심의 수준이 전세계 최상위 국가입니다.
아울러 이 지역은 젊은 세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아래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세대가 젊은 수록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구독 의사가 더 큽니다.
지난 2021년 8월 스포티파이는 모든 미국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들의 팟캐스트에서 오디언스에 돈을 과금할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스포티파이 팟캐스터들은 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구독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에 미국 기반 팟캐스트 스튜디오, 플랫폼들의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지역 디지털 광고 경쟁이 치열하고 유료 구독 시장 성장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입니다.
스포티파이와 애플이 미국 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해외에서 벌어 들일 수 있는 유료 구독 수입은 이들(미국 내 팟캐스트 제작사)에게 매우 도움이 됩니다.
[한국 팟캐스트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은?]
우리도 팟캐스트의 청취 비율(특히, 반복 청취 비율)이 높은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미국 콘텐츠 만큼은 아니지만, 이들의 속성을 볼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하루에 한 번 이상 팟캐스트를 청취한 이들의 비율이 높은 상위 3개국은 UAE, 멕시코, 인도였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콘텐츠 몰입도가 매우 높다는 이야기이고 괜찮은 팟캐스트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충성도 높은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됩니다.
특히, 멕시코와 인도는 인구도 매우 많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은 지역입니다. 세계 인구 분석 자료(World Population Review)에 따르면 인구 성장률도 세계 상위권으로 미래에도 중요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멕시코와 인도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도 매우 높습니다.
유튜브 등 테크 플랫폼들이 팟캐스트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주목해야 합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Youtube)는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영상화 하는 팟캐스트 방송사에 최대 30만 달러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트위터(Twitter)는 최근 이용자들이 시스템을 벗어나지 않고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는 탭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도 최근 나왔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팟캐스트 지원은 분명 글로벌 시장 ‘팟캐스트 청취자’ 확대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빅 테크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는 국가는 별로 없습니다.
현재까진 영어를 기반으로 한 미국 음성 콘텐츠가 앞서고 있지만, 한국 음악이 아시아 시장을 장악 했듯 말입니다. 이제 우리 팟캐스트도 한국을 시장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게 오히려 유료 구독 시장을 넓히는 길입니다.
게다가 빅테크 플랫폼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선 해외 진출에 따른 장벽은 상당히 낮습니다. AI 등으로 통한 음성 변환과 같은 기술적인 지원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지 진출한 우리 드라마를 음성 콘텐츠로 포맷 변경해 서비스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주말을 앞두고 하나 소식 더 전해드립니다.
아마존과 MGM이 최종 합병했습니다. 글로벌 E커머스 1위 기업 아마존은 85억 달러의 MGM를 최종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1980년 이후 여러 번 주인이 바뀐 MGM 스튜디오는 지금까지 가장 강한 재력을 가진 지배 주주를 만났습니다. 기쁠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가 아직 이 거래를 조사하고 있지만 아마존의 발표는 이 조사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앞서 유럽 규제 기관은 아마존의 MGM인수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미국 콘텐츠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MGM은 인수한 가장 큰 이유가 영화 프랜차이즈 ‘제임스 본드(James Bond)’ 등 이 스튜디오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하기 위해서인 만큼, 이를 위해 조직을 아마존에 통합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MGM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800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