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세계 1위 뉴스 미디어 NYT…행동주의 펀드에 변화를 강요당하다.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 8월 11일 뉴욕타임스 지분 7% 전격 인수. 인수 후 “뉴욕타임스가 저평가 되어 있다며 구독 번들 상품’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 밸류액트 지난 2013년 마이크로소프의 스티브 발머 사임에 결정적 영향 미치는 등 강한 개혁 주장으로 회사 경영진 교체 압박하기로 유명. 디지털 대응과 함께 까다로운 주주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NYT
행동주의 주주(Activist shareholder) 밸류액트(ValueAct)가 글로벌 1위 뉴스 구독 미디어 뉴욕타임스의 주식을 전격 인수한 뒤 NYT가 ‘보다 많은 구독자 번들’을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밸류액트(ValueAct)는 가장 오래되고 잘 알려졌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로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매우 유명합니다. 지난 2000년 결성된 밸류액트(ValueAct)는 시티그룹(Citigroup Inc), 닌텐도(Nintendo Co) 등 성장성이 큰 대기업에 투자해 미래를 위해 사업 구조를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밸류액트, 7% 지분 깜짝 확보 NYT 디지털 구독자 더 늘려야]
밸류액트 캐피털 매니지먼트(ValueAct Capital Management)는 8월 11일(목 미국 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뉴욕타임스의 주식 7%를 인수했다고 밝히며 NYT가 유료 구독자를 더 늘리고 관련 번들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투자자 서신에는 “현재 (NYT) 가치 평가는 회사의 장기 전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있다”며 “경영진은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거시경제 역풍을 상쇄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다”고 쓰여있습니다. 현재 NYT는 클래스B 주식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는 슐츠버거 가문(Sulzberger family)이 경영하고 있습니다. 슐츠버그 가문은 의결권의 70%를 장악하고있습니다.
뉴욕타임스 2022년 2분기 구독 매출
밸류액트가 말한 성장의 핵심은 크로스워드, 게임, 쿠킹, 뉴스 등 구독자 전용 상품들의 공격적인 묶음 출시를 의미합니다. 각각의 구독 서비스를 묶어 새로운 구독 모델을 만드는 겁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밸류액트가 NYT에 전달한 서신에는 “우리의 조사 결과 대부분 현재 독자들과 구독자들이 번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곳에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다고 나왔지만, 독자들은 그것들이 지금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고 서술했습니다.
또 “구독 번들 강화가 NYT 성장을 가속화는 동시에 차별적인 경쟁력과 플랫폼의 장기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지렛대이기 경영진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 NYT주가는 급증했습니다. NYT 주가는 2022년 들어 32%나 떨어졌었지만 이후 8월 11일 이후 11% 이상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2022년 1월 초 47.15달러였던 NYT의 주가는 8월 12일 현재 35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양한 구독 상품 개발 통한 매출액 성장]
밸류액트 캐피털은 장기적으로 뉴욕타임스가 두자리 수 매출 성장과 수익을 3배 이상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밸류액트는 “우리는 NYT가 현재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몇 안되는 구독 비즈니즈 회사라고 믿고 있다”며 “NYT는 성장 시장(구독 시장)에 진입 초기에 있으며 이미 탄탄한 수익성과 매력적인 경쟁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뉴스 구독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성장률도 빠릅니다. 2022년 2분기 뉴욕타임스는 92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오는 2027년 1,500만 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시장 1억 3,500만 명(미국 외 5,000만 명)을 잠재적인 영어 뉴스 구독자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지면 광고 매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그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최근 구독 매출을 더 올려야 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디지털 광고 매출 증가세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8월 초 NYT는 2022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광고 매출이 2% 감소하고 3분기 전체 광고 매출도 정체되거나 한 자리 수(2021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밸류액트의 주장에 NYT는 대변인을 통해 “밸류액트가 투자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주주들에게 정기적으로 우리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경영진 중 몇 명이 밸류액트와도 말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회사와 우리 이 이사회는 NYT와 주주들에게 가장 큰 이익줄 있는 결정이 무엇인 지를 고민해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밸류액트, 소비자 세대 교체(Generational Shift)에 대비해야]
밸류액트는 자신들의 조사에서 뉴욕타임스의 경쟁적 장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번들 고객들의 수명이 뉴스만 구독하는 디지털 구독자들에 비해 2.5배나 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들이 구독 번들을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밸류 액트는 자사 연구가 NYT의 경쟁 우위가 구독 번들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번들 고객의 평생 가치(Bundle customer’s lifetime value)는 뉴스만 구독하는 디지털 구독자의 2.5배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구독 번들 구독자가 뉴스에만 돈을 내는 독자보다 2.5배 오래 동안 NYT의 상품에 돈을 낸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그들은 멀티 플랫폼 시대 뉴스 소비 세대가 교체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A generational shift)
밸류액트는 서신에서 “미국 고객들이 인터넷, 소셜 미디어 서비스, 모바일 앱, 팟캐스트, 이메일 뉴스레터, 뉴스 알람(push alerts) 등을 통해 고품질의 뉴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소비하는 세대 교체기에 있다”며 “이는 NYT와 같은 규모와 신뢰하는 브랜드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밸류액트는 “이런 세대 교체는 엄청난 경쟁을 발생시킨다”며 “부분적인 경쟁력을 가진 언론사 대부분은 성장에 도전을 받겠지만, NYT는 더 크고, 더 수익성이 높으며 경기 변화에서도 버틸 수 있는 방어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뉴욕타임스는 뉴스레터, 동영상(뉴욕타임스의 케이블TV 다큐멘터리), 오디오(Audm), 디지털 뉴스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포맷의 뉴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서부 행동주의 펀드, NYT 아군인가 적군인가]
밸류액트는 미 서부 스타일 행동주의 펀드(West Coast style of activism)에 가깝습니다. 급진적인 주장으로 회사 주가를 띄워 시세 차익을 얻는 전형적인 행동주의 펀드와는 달리 투자 기업들과 협업하며 장기투자 하는 펀드로 유명합니다.
이에 회사 매각이나 대표 교체 위임장 대결(a proxy fight) 등 경영진을 흔드는 충격 전략을 잘 펼치지 않습니다. 대신 회사 운영이나 조직 개편 등의 점진적 전략적 변화에 더 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이면에서 밸류액트는 캐피털 그룹(Capital Group)이나 T로에 프라이스(T. Rowe Price)와 같은 전통적인 미국 기관 투자자들을 설득해 피투자 회사 경영진들을 밸류액트의 경영 철학에 맞춰 바뀌도록 서서히 압박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대신 밸류액트는 기관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치(수익 회수 등)를 제공합니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밸류액트 캠페인에 참여할 수록 현재 경영진들은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도 지난 2013년 밸류액트가 주식을 취득한 뒤 회사 경영 변화에 대한 압박을 가하자 결국 사임했습니다. 발머 사임 일주일 뒤 밸류액트는 마이크로스포트의 이사회 이사 자리 하나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밸류액트가 취득한 마이크로소프트 지분은 0.8%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기관 투자자들을 설득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인터넷,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회사의 경영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물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발머의 은퇴와 밸류액트의 주장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밸류액트는 시티그룹과 CBRE, 시게이트 등에도 투자했고 2019년 디즈니에 매각되기 전 21세기 폭스( 21st Century Fox)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투자 당시 펀드의 창업주인 제프 우벤(Jeffrey Ubben)도 폭스 이사회 이사였습니다.
[밸류액트 이후 뉴욕타임스의 미래는]
밸류액트의 요구들은 현재 미디어 지형에서 합당합니다. 미디어들은 (뉴스) 구독이 아닌 구독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고 하나의 포맷이 아닌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구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특히, 동영상 뉴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스트리밍)으로 진화는 필수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2021년 한국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동영상 뉴스 소비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 오디언스 대상 조사지만 디지털에서 미국과 한국의 시차는 없습니다. 이제 뉴욕타임스도 보는 뉴스 시대에 적응해야 합니다.
연령별 선호 뉴스 유행(한국언론재단)
뉴욕타임스 역시, 이 변화를 알고 있습니다. 단순 구독이 아닌 신문 구독을 중심으로한 구독 플랫폼(Subscription Platform)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22년 1월 5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한 스포츠 미디어 디 애슬레틱(The Athletic)을 자사 신문 번들 상품(무료)에 넣기로 했습니다.
2022년 6월 NYT CEO 메러디스 코빗 레비엔(Meredith Kopit Levien)은 다른 어떤 구독 상품을 고민하고 있냐는 질문에 “스포츠는 우리의 빠진 퍼즐이었다”며 “그러나 아직 이 시점에서 (약점을 메울) 다른 구독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구독자 확보 목표를 오는 2027년 1,500만 명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문제는 밸류액트의 요구가 NYT를 글로벌 독립 저널리즘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정말 순수한 의도에 나왔는냐입니다.
우리가 아는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 전환을 잘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변하고 있지만 밸류액트는 더 큰 진화를 요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숨은 의도를 현 시점에서 파악할 방법은 없습니다. 적어도 다음 이사회가 열리는 10월 이후 밸류액트의 속내가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NYT의 주주는 우호지분과 전략, 장기적 투자자가 대부분입니다.
밸류액트의 주장은 ‘신문’이 아닌 ‘이종 구독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월마트가 최근 자사의 구독 상품 월마트+(Walmart+, 월 12.95달러) 확대를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와 번들(Bundle 묶음 상품)을 추진한 등 이종 서비스간 구독 방식입니다.
NYT의 현재 구독 번들 종류는 다소 단순한 것이 사실입니다. NYT 구독자들은 신문(basic digital access for news)이나 혹은 게임, 쿠킹 등 비 신문 디지털 구독 서비스를 개별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신문, 쿠킹, 게임 등 모두 구독하는 올인원 상품을 이용해야 합니다. 지면 구독자도 또한 올인원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디 애슬레틱이나 와이어커터(Wirecutter, 상품 비교 사이트)와 신문을 번들 구매하는 옵션은 현재는 없습니다.
밸류액트처럼 소비자(개별 구독자)의 구매에 맞춰 다양한 구독 상품을 번들링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대변인은 악시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경영진들은 밸류액트의 견해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부문별 매출(악시오스)
이종 구독 서비스의 결합(번들)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핵심 서비스의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았거나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상품을 낼 경우 수익 확보는 커녕, 구독자들이 떠나가는 빌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구독 번들을 통한 광고 매출 확대]
한편, 뉴욕타임스는 구독 서비스 확대 이외 매출 다양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바로 ‘구독 모델을 통한 광고 매출 확대’입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광고 저가 상품을 내놓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최근 수익원 다양화를 위해 뉴스 외 상품 광고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독 매출은 늘고 있지만 뉴스를 중심으로 한 광고 매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뉴스+게임, 스포츠 등의 번들을 통해 광고 매출도 끌어올린다는 전략입니다.
2013년 이후 10년 간 뉴욕타임스는 구독 미디어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구독자 확대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에 NYT는 뉴스뿐만 아니라 게임, 쿠킹 등의 다른 상품 구독자도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를 포함한 뉴욕타임스의 전체 유료 구독자는 2022년 2분기 920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NYT가 구독자를 이용한 다른 영업을 할 수 있는 수익화 임계점(critical mass of subscribers)에 돌입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뉴스 비즈니스에서 900만 명 유료 구독자는 엄청난 자산입니다. 어떤 뉴스 미디어도 이 규모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NYT 추산, 광고 지원 제품(ad-supported products)을 통해 매달 뉴욕타임스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는 고객이 1억 3,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구독자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충분히 가능할 수 있습니다. 뉴스 외 상품 번들을 이용한 광고 확대에도 힘쓰겠다고 자신한 것도 이 숫자를 믿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에서 구독 상품 광고 전문가 영입
뉴욕타임스의 새로운 광고 확장 전략(Times' ad expansion strategy)은 광고 담당 임원 모히트 로히아(Mohit Lohia)가 이끕니다. 뉴욕타임스는 다양한 상품 기반 광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8월 초 로히아를 아마존으로부터 영입했습니다. 알렉스 하디만 뉴욕타임스 제품 담당 대표(head of product)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로히아는 향후 몇 년 동안 회사의 프리미엄 광고와 독점 광고 상품을 전체 구독 번들(the whole subscription bundle)에 확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