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7)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1년 이야기를 해볼까요. 2011년 11월 30일. 개인적으로는 방송국 개국을 하루 앞둔 날이었지만 미국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의 마이클 패처(Michael Pachter)에게도 의미 있는 날 이었을 겁니다. 미국 IT, 미디어 분야 유명 애널리스트인 패처는 “넷플릭스는 망가진 회사다. 그래서 고칠수 없다”고 가혹한 평가를 했습니다. 이어 패처는 그의 고객들에게 주식을 매각하라고 주문하면서 주당 가격을 6달러로 매겼습니다.
사실 이 당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회의론에 빠져있었습니다. 넷플릭스(Netflix)가 회사를 DVD 대여 비즈니스와 스트리밍 서비스(지금의 넷플릭스)로 분할했는데 주주들에겐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회사를 쪼갰지만 서비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60%에 가까운 요금이 인상되는 결과를 가져와 수십 만 명의 가입자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계속해 이 회의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드디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처음으로 2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겁니다. 그리고 더 이상 대규모 자금을 빌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넷플릭스(Netflix)는 제작비를 대출할 필요가 없이 TV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패처는 여전히 시종 일관 매도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 넷플릭스에 가장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넷플릭스 주가 지난 10년 간 2,000% 상승]
하지만, 믿기 힘든 진실이 있습니다. 패처의 조언을 믿은 주식 투자자들은 현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적을 낸 주식을 살 기회를 잃었습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 간 2,0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의 기업 가치는 2,500억 달러, 주가는 평균 565달러나 됩니다. 그때 패처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2,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을 겁니다.
물론 패처 혼자 넷플릭스에 대한 부정 의견을 펼친 것은 아닙니다. 투자 자문 회사 Needham & Co의 로라 마틴(Laura Martin)은 “넷플릭스는 반드시 광고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고객을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패처는 그가 담당하는 회사들을 많이 비판해왔습니다. 그러나 그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도 합니다. 그는 이번 주 발간된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틀렸다"고 서술했습니다. 패처는 최근 블룸버그 미디어 담당 기자인 루카스 쇼(Lucas Shaw)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 명의 애널리스트 이야기지만 넷플릭스를 보는 미국 미디어 업계의 시각 변화를 볼 수 있는 사례여서 인용합니다.
루카스는 패처의 인터뷰의 첫 머리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나는 넷플릭스가 2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지 몰랐다.”고 말입니다. 그는 또 “사실 포화에 가까운 미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2020년 4분기 85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패처는 넷플릭스에 대한 그의 잘못된 평가를 한 세 가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메이저 미디어 기업들이 케이블TV비즈니스를 사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케이블TV에서 받는 프로그램 제공 매출을 위해 스트리밍 아닌 케이블TV에 집중할 것으로 생각한 겁니다. NBC유니버설이나 ViacomCBS, A+E 등은 넷플릭스에 콘텐트를 공급하는 대신 그들의 프로그램을 지킬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오히려 케이블TV아닌 넷플릭스 콘텐트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린 겁니다.
두 번째 이런 미디어 기업들이 만약 넷플릭스에 콘텐트를 공급하지 않을 경우 넷플릭스는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최고 수준의 콘텐트를 만드는데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콘텐트는 시청자를 만족시키고 오스카와 에미상을 휩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가 새로운 콘텐트를 대량 생산하는데, 엄청난 지금이 투입되고 결국 이 제작비 부담이 넷플릭스를 괴롭힐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고비용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회사를 힘들게 했지만 장기적으론 넷플릭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제작비가 어느정도 절약되면서 위기도 넘겼습니다. 결국 넷플릭스는 이 기간 동안 가입자를 추가 확보해 현금 흐름을 흑자로 돌려놨습니다. 그것도 가입자를 잃지 않고도 말입니다. 이에 대해 패처는 “이 기간 동안 오히려 월 이용 요금을 인상하면서 그들은 훨씬 건강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넷플릭스에 점심을 빼앗긴 전통 미디어 기업]
이와 동시에 패처는 기존 미디어 기업을 비난했습니다. 그들의 점심 식사를 넷플릭스에 뺏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내가 생각할 때는 그들(미디어 기업)은 정말 멍청하다”며 “미디어 기업은 넷플릭스에게 모든 것을 팔아먹었고 이를 통해 얻는 수익에 취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미디어 기업의 점심을 다 챙겨 먹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패처는 인터뷰에서 또 “넷플릭스는 향후 수년 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매도(Selling rating)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2011년 6달러였던 가격 목표를 현재 300달러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 주가보다 200달러 이상 낮은 가격입니다.
패처가 넷플릭스에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는 “성장의 한계에 빠진 저성장 기업”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일반 정서와는 다릅니다. 그의 가정에 기반하면 목표 현금 흐름을 달성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2~3배 가량 많은 매출을 달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월 이용 가격을 5달러 가량 인상하거나 가입자가 2배 가량 늘어야 합니다.
넷플릭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패처는 여전히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넷플릭스가 최종적으로 6억 명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패처는 다릅니다. “전 세계 가구가 20억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가 그렇게 많은 가입자를 모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 다 넷플릭스에 대해 맹목적인 긍정을 할 때 이런 찬물을 끼얹는 평가도 필요합니다. 어차피 넷플릭스도 절대 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넷플릭스(Netflix)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이를 위협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경쟁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유료 방송 플랫폼의 지위로 인식?]
한편, 2억 명의 가입자를 가진 넷플릭스(Netflix)는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배 플랫폼으로 인식되다 보디 그에 따른 의무도 다하라는 주문입니다. 이런 흐름 가운데 있는 요구가 케이블TV처럼 지역세(Franchise Fee)를 부담하라는 겁니다. 미국 케이블TV사업자는 지역 독점(District)이 인정되는 대신 해당 지역 매출의 일정 수준(5%)을 세금으로 부담합니다.
미국 조지아(Geogia)주는 넷플릭스와 훌루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 지역에 벌어들이는 매출의 일부(5%)를 지급하라는 소송입니다. 케이블TV사업자에 적용되는 규제처럼 지역과 컨트리(Counties)에 일정 수준의 보상하라는 겁니다.
사실 이 비율은 커지는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에 비하면 사실 작습니다. 그러나 유료 방송을 끊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위기에서 이는 점점 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훌루에 대한 이 소송은 지난 주(1월 18일~22일) 시작됐습니다. 조지아 주는 넷플릭스와 훌루, 디즈니뿐만 아니라 위성 방송 사업자인 디시 네트워크, 다이렉트TV 등도 2007년 조지아 소비자 선택법(Georgia Consumer Choice for Television Act)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비디오 서비스(케이블TV, 스트리밍 서비스)은 인터넷의 패키지 상품이거나 무선 서비스가 아닌 이상 지역 정부에 프랜차이즈 비용(franchise fee)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제합니다.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소송은 조지아주만은 아닙니다. 텍사스, 인디애나, 오하이오, 네바다 등도 프랜차이즈 비용을 스트리밍 서비스에 부담시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난 2018년 미주리의 크레이브 쿠어(Creve Coeur)도 넷플릭스와 훌루(Hulu)를 프랜차이즈 법률을 위반했다고 고소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수가 부족해진 지방 정부에게 이 소송은 매우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 스트리밍 사업자에게 지역 발전에 대한 부담을 지우면서 세금 징수도 더 많이 하려는 복안입니다.
만약 지역 정부가 이 소송에 이길 경우 상당수의 추가 수입을 확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조지아의 Gwinnett County에서 넷플릭스는 지난 5년 간 1억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만약 프랜차이즈 비용을 지급한다면 이 지역에서만 515만 달러(57억 원)을 얻게 됩니다.
현재 케이블TV 등 방송사업자들은 구독자들에게 직접 프랜차이즈 비용(franchise fees)을 걷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이 지점에선 비슷합니다. 사실 이 비용은 소비자 입장에선 큰 돈은 아니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에선 아직 이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지역 방송을 위한 기금 조성은 방통위 등을 통해 지역 발전 기금을 모으는 수준입니다. 만약 한국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유율 확대하면 향후 지역세 및 목적세 부담이 강해질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