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닥터 스트레인지2 이후 바뀔 글로벌 극장 트렌드
2019년 이후 첫 개봉된 마블 속편 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 첫 주말 팬데믹 이후 2위 흥행 성적 거둬. 극장 업계, 이 영화를 부활의 신호탄으로 생각. 아이맥스 급부상, 중국 영향 급감, 대작 영화 위주의 개봉 등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하는 지점도
마블(Marvel)의 기대작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 대혼돈의 멀티버스(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열기는 한국과 미국 모든 곳에서 전해집니다.
이 영화는 지난 주말(5월 6일~8일) 사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억 8,500만 달러(2,363억 원)을 벌어 들였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개봉된 영화 중 역대 흥행 성적 2위입니다.
영국 출신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지닌 마법사 히어로로 등장하는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종전의 마블 세계관을 확장해 수십 개의 멀티버스(다중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히어로와 악의 세력 간의 싸움을 그립니다.
오랜만의 흥행을 가져다 주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2’는 기록과 함께 영화의 미래도 예측하게 합니다.
[다시 여름, 여름 영화의 시작]
‘닥터 스트레인지2’는 디즈니(Disney)가 지난 2019년 ‘어벤저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개봉 이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마블 속편입니다. ‘블랙위도우’, ‘상치’, ‘이터널스’ 등이 개봉했지만 전작의 속편은 아니었습니다.
속편 성공이 더 힘들다는 측면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선전은 반갑습니다. 더 많은 기대를 가지게도 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2’의 성공에 대해 컴스코어(Comscore) 미디어 애널리스트 폴 데르가라베디안(Paul Dergarabedian)은 “여름 영화 시즌을 되찾기 위한 매우 중요한 성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 등 핵심 해외 시장에서도 모두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등 해외 시장 개봉 성적은 4억 5,000만 달러입니다. 한국에서도 공개 5일 만에 3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2’가 기록한 이 흥행 성적은 마블 영화 중에는 ‘어벤저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등 역대 4번째로 좋은 기록입니다.
팬데믹 이후 개봉 1위 기록은 여전히 ‘스파이더맨:노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이 가지고 있습니다. ‘닥터 스테인저2’에 앞서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배트맨’ 역시 첫 주 출발을 흥겹게(북미 1억 2,800만 달러, 글로벌 2억5,000만 달러) 했습니다.
때문에 미국 영화계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시작으로 다시 여름 극장가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여름 휴가 시즌은 영화들의 최대 대목입니다. 특히, 일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 이번 여름은 폭발적인 영화 관람 수요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탑건: 매버릭(Top Gun)’이 5월 27일 2년 만에 공개되는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개봉을 미뤄왔던 대작들이 대거 영화관을 찾습니다.
2020년 여름 북미 극장 시장 박스 오피스는 1억 7,6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팬데믹 이전 평균 40억 달러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입니다.
그러나 영화 전문가들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시작으로 열리는 미국 여름 개봉 시장은 올해 30억 달러(3조 8,200억 원)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관람의 가치에 대한 부각]
이 영화는 ‘영화 관람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 지도 보여줬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아이맥스(IMAX)와 3D극장 등 이른바 프리미엄 포맷 영화관 수익(북미)이 전체 흥행 성적의 3분 1을 기록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2’를 극장에서 본 관객 10명 중 3명이 프리미엄 개봉관을 통해 관람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극장에서 영화의 소중함과 함께 ‘현장’이 얼마나 중요해지고 있는 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맥스(IMAX)도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관람객 증가에 따라 앞으로도 아이맥스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12월 16일(미국) 공개되는 영화 아바타 신작 (Avatar 2)은 아이맥스가 가장 기대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아이맥스의 실적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비틀즈 다큐멘터리 ‘겟 백(Get Back)의 개봉,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배트맨’ 개봉 실적이 포함된 4월 말 기준, 올해 3달 동안의 아이맥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 6,000만 달러 급상승했습니다.
[마블과 중국 영향력 줄어]
현재 ‘닥터 스트레인지2’는 일부 핵심 해외 시장에는 개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비롯, 특히, 중국에서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21년 4편의 마블 영화(Marvel) 개봉을 금지한 바 있어 향후 일정도 불투명합니다.
과거 중국은 미국 영화의 글로벌 흥행을 위한 필수 장소였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중국은 2021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최대 극장 개봉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외산 영화 대신 ‘자국 영화’를 키우는 애국 문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도 영화를 ‘자기들의 선전 도구’로 활용하면서 마블 영화 등의 개봉을 막고 있습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중국 개봉 외산 영화 중 미국 영화 비중은 2020년 46%에서 2021년 39%까지 줄었습니다.
[스트리밍 이후 극장은 마블 영화들이 장악]
컴스코어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마블 영화들의 힘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장 방문이 주저되지만 이들 영화는 현장으로 이끌 만한 강력한 액션이나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북미 첫 주 흥행 상위 7편 중 5편이 마블 영화였습니다. 또 지난 2019년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화 개봉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극장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하는 영화들도 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극장에 봐야 하는 이유는 ‘현장이 꼭 필요한’ 작품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장르나 코미디 장르 영화들은 극장보다 스트리밍을 첫 상영지로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 극장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영화 독점 개봉 기간을 90일에서 45일, 심지어 17일까지 줄였습니다. 17일만 지나면 스트리밍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것은 엄청난 기대치가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들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3편의 영화를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 단독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6월 10일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Jurassic World: Dominion)’은 예외입니다. 물론 이들 영화가 다 개봉하더라도 아직 2019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때문에 미국 영화 관람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EntTelligence에 따르면 평균 미국 영화 티켓 가격은 12.99달러(1만 7,000원)으로 전년 대비 2~3달러 상승했습니다.
미국 1위 극장 체인인 AMC의 평균 영화 관람 가격은 14.84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제 영화도 우리 돈으로 2만 원 가까이 지급해야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물론 한국 영화관도 관람 가격이 계속 인상되고 있습니다.
한편, 영화 개봉 시장이 살아남에 따라 미국 극장들의 실적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1위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AMC Entertainment)는 2022년 1분기 매출이 증가하고 손실이 대폭 줄었습니다. AMC엔터테인먼트 대표 아담 아론(Adam Aron)은 “닥터 스트레인지 등 대작 영화들의 개봉이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다시 찾고 있다”며 “2022년 1분기는 최근 2년간 가장 좋은 1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1분기 AMC엔터테인먼트는 총 매출 7억8,500만 달러로 전년 1분기 1억4,83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상승했습니다. 순손실도 3억 3,734만 달러로 지난 2021년 같은 기간 5억 6,720만 달러와 비교하면 상당히 줄었습니다. 조정EBITDA는 2억 3,300만 달러로 2021년 1분기 2억 9,470만 달러에 비해 다소 줄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극장의 미래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미래는 영화에만 있지 않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영화에도 희망을 주지만 극장에도 새로운 기회를 고민하게 합니다.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메타버스(Metaverse)도 영화관의 다른 미래일 수 있습니다. 경험의 확장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