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투자금을 자랑하는 것은 더 이상 쿨하지 않다". 경쟁 2단계에 돌입한 스트리밍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 상황 변화로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투자 규모도 조정. 과도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타율 높은 투자로 전환. 투자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기 전 미래를 위한 실탄 확충도 중요.
글을 쓰기 전 먼저 미디어 운영 계획을 밝혀드립니다.
일 단위로 발행되던 뉴스레터를 조만간 주 1회(혹은 2회)로 바꾸려 합니다. 성의 없음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뉴스레터를 통해 호흡 하겠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은 너무 감사한 저의 첫 번째 독자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보다 직접적인 교감이 필요하며 더 좋은 콘텐츠 생산과 저의 생존을 위한 재무적 해법도 찾아야 합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C)가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를 위해 만들기로 했던 DC코믹스의 만화 ‘원더 트윈스(The Wonder Twins)’ 영화 버전 제작이 멈췄습니다.
7,5000만 달러(948억 원)의 제작비가 과다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977년 첫 공개된 이 애니메이션은 외계 행성(Exxor)에서 온 쌍둥이 남매에 대한 히어로 영화로 스트리밍 시대, 마블(Marvel)에 뒤지던 DC코믹스의 전세역전을 위한 야심작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워너미디어(WarnerMedia)와 디스커버리(Discovery) 합병으로 탄생한 WBD가 30억 달러의 경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힌 이후 두 번째 희생자로 기록됐습니다. 이에 앞서 WBD는 4월 말 글로벌 최초 유료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시작 32일 만에 폐쇄한 바 있습니다.
[미시경제가 변화시키는 스트리밍 전쟁 양상]
스트리밍 전쟁의 국면이 바뀌고 있습니다. 매년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쓰는 돈을 경신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스트리밍 시장 접근 방식을 재고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Netflix)는 콘텐츠 투자 속도를 줄이고 있고 150명을 해고했습니다. 디즈니(Disney)는 올해 콘텐츠 제작 예산 중 10억 달러(1조 2,645억 달러)를 삭감했습니다.
미디어 회사들이 스트리밍에 대한 투자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아니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실시간 TV시청률은 줄어들고 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닐슨의 4월 통합 시청률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일일 시청 점유율은 30%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미시경제의 압박은 이들을 변할 수밖에 없게 합니다. WSJ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의 이자 세금 감가상각전 부채비율은 5월 현재 4.6배에 달합니다. 4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해 탄생한 이 회사의 부채 규모는 550억 달러입니다. 디즈니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지만, 역시 부채 비율이 3.1배 가량 됩니다. 투자가 늘어날수록 부채 부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현실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보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제작 비용을 높이고 이익은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리 인상은 이익이 나지 않는 스트리밍 기업들의 투자 매력을 줄이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붐은 대공항(팬데믹)에 이은 확장기(expansionary period)에 세력을 키워왔습니다. 현재 이들의 부채 비율도 확장기 재무적인 투자 영향이 큽니다. 팬데믹 당시 이어진 저금리 기조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자금을 쉽게 확보하게 했습니다.
[과거 저금리 시대 최대 수혜자,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저금리 확장 시기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투자할 자금을 채권 등을 발행해 시장에서 쉽게 조달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드라마는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왔고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투자를 이끌게 만들었습니다.
저금리로부터 이어진 선순환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을 끌어온 겁니다. 이런 선순환은 넷플릭스를 세계 최대 스트리밍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구독자는 2억 2,000만 명이 넘습니다.
이에 디즈니 등 다른 레거시 미디어들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 들었습니다.
경쟁의 1기는 투자였습니다.
미디어 기업들은 자신들의 한 해 얼마나 많은 돈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는 지를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매년 수십억 달러를 콘텐츠 제작에 쓰고 있고 유명 배우와 관객을 끌어 오기 위해 수억 달러를 쓰는 것을 홍보해왔습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넷플릭스가 경쟁사 모두를 능가하길 원했습니다. 디즈니, 파라마운트+ HBO MAX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콘텐츠 투자 규모와 프로그램의 강점을 잇달아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경제 침체기에 접어든 지금,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이런 전략은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경제 침체기에 사람들은 돈을 지출하는데 보다 신중합니다. 월 예산을 절감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도 줄일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블룸버그는 “많은 미디어 그룹 임원들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 피로감(subscription fatigue)’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현 상황은 미업들의 스트리밍 투자 중단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할리우드 미디어 기업들은 이미 올해(2022년)도 엄청난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즈니는 2022년 콘텐츠 투자 예산을 10억 줄였지만 여전히 1년 전에 비해선 7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합니다. 넷플릭스 속도를 줄였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해 시장에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콘텐츠 투자에 대한 ‘균형감’ 중요도 높아져]
그러나 방향은 바뀌고 있습니다. 바로 경쟁 2단계입니다.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은 자체 구독자 확보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올해도 이 목표를 행해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선 돈을 투입해야 합니다.
경쟁 2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현실’에 대한 인식에 따른 콘텐츠 투자에 대한 균형감입니다. 블룸버그 미디어 전문 기자 루카스 쇼는 “투자금을 자랑하는 것은 더 이상 쿨하지 않다.(Bragging about your big budget isn’t cool anymore)”고 말했습니다.
경쟁 2단계 적응을 빠르게 시작한 기업은 바로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입니다. 자슬라스 WBD CEO는 4월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DTC(direct-to-consumer) 투자 전쟁에서 이기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WBD가 합병 후 시너지 강화를 위해 줄여야 하는 투자비는 30억 달러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콘텐츠 투자 축소와 서비스 중단도 이 전략에 따른 겁니다.
자슬라브는 아침 6시에 출근해 7시부터 임원회의를 소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외부 사람을 만나 ‘돈 자랑을 하는 대신’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더 연구합니다.
투자의 귀재, 버크셔 해서웨이 CEO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26억 달러(3조 2,877억 원) 규모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버핏은 이제 파라마운트의 개인 최대 주주(11%)이며 6,900만 주의 비의결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파라마운트는 1등 미디어 기업이 아닙니다. 파라마운트가 운영하고 있는 스트리밍 파라마운트+(Paramount+)는 1위도 아닙니다. 지난 2022년 1분기 68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료 가입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파라마운트+는 이동 통신사 티 모바일(T-Mobile), 스프린트(Sprint) 고객들에게 12개월 동안 파라마운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파라마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쇼타임(Showtime) 등 다른 서비스와 합치면 6,240만 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는 아주 견조한 현금 보유가 강점입니다. 3월 말 현재 현금 보유량이 53억 달러(6조 7,000억 원)입니다. 파라마운트의 시가 총액 21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3.4% 수준입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 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파라마운트+가 스트리밍 시장을 견인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시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버펫의 투자가 늘 성공하지 않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투자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스트리밍 위기 속 전문 서비스의 등장]
경쟁 2단계에선 작지만 확실한 시장과 팬을 보유한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날씨입니다. 기후와 날씨는 남녀노소, 진보와 보수에 관계없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는 대표적인 ‘필수 정보’입니다.
지난 1982년 처음으로 케이블TV 날씨 뉴스를 시작한 웨더채널(Weather Channel)이 5월 23일(미국 시간)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하고 커넥티드TV(Connected TV)용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습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기상 뉴스가 방송되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케이블TV 구독자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유료 방송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은 월 2.99달러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웨더뉴스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 폭스(Fox)도 웨더 스트리밍 서비스 ‘폭스 웨더(Fox Weather)’를 런칭했지만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FAST)였습니다. 날씨 전문 서비스 회사 아큐웨더도 24시간 스트리밍 서비스(AccuWeather Now)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도는 구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날씨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료화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차별화는 필수입니다. 지난 2021년 웨더 채널은 기후 변화 등의 이유로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는 날씨를 분석하는 새로운 뉴스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웨더 채널의 케이블TV 가입자는 6,800만 명 수준으로 최상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