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분석]"모든 것이 콘텐츠"/디즈니, 2022년 1분기 실적 분석
디즈니, 2022년 2월 9일(미국 시간) 분기 실적 발표, 디즈니+, 1,200여 만 명 가입자 증가. 테마파크 매출 전년 동기 대비 100% 성장.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는 디즈니, 콘텐츠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 가속화
“디즈니의 CEO 밥체이펙이 악플러들을 퇴치했다”(CHAPEK SHUTS DOWN THE HATERS (FOR NOW))
2022년 1분기(2021년 10~12월 실적) 디즈니의 실적 발표를 분석한 버라이어티의 기사 제목입니다.
버라이어티는 지금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투자자들이 디즈니의 마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고 분기 실적을 호평했습니다.(Investors are FINALLY feeling that Disney magic once again).
디즈니의 1분기 실적은 모든 부분에서 예상을 압도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2강을 형성했습니다. 또 테마파크는 100% 가량 상황이 나아져 암흑기를 넘어 ‘새로운 메타버스’로 달려갈 수 있게 됐습니다. 디즈니의 매직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입니다.
2월로 임기 2년을 맞는 밥 체이펙(Bob Chapek) CEO에게는 큰 선물임이 분명합니다.
디즈니+ 가입자, 1년 새 37% 증가
디즈니+는 지난 2022년 1월 1일 기준 1억2,98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 2020년 말 9,490만 명과 비교하면 37%나 성장한 수치입니다.
디즈니는 지난해 마지막 3분기(10월~12월) 무려 1,180만 명을 확보했는데 이는 팩트셋(FACTSet) 애널리스트들의 예측 730만 명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지난 7월~10월 분기 디즈니+ 가입자가 겨우 210만 명 늘어나 많은 우려를 낳았는데 이를 3개월 만에 해소한 분위기입니다. 밥 체이펙은 CEO는 7월~9월 분기 실적 실패에 대해 ‘콘텐츠의 부침’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시적인 역효과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디즈니+를 포함한 전체 디즈니의 2022년 1분기(2021년 10월~12월) 매출은 218억2000만 달러(26조970억 원), 조정주당이익(adjusted earnings)은 1.06달러였습니다. 이는 당초 애널리스트들의 예상 매출 183억3,600만 달러, EPS 61센트를 상회했습니다. 때문에 디즈니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0% 가량 뛰었습니다.
[디즈니+ 북미 가입자 4,290만 명 첫 공개]
눈길을 끄는 건 디즈니+가 처음으로 지역별 가입자를 공개했다는 겁니다.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경우 디즈니+의 가입자는 4,29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핫스타(Hotstar)를 제외한 해외에서는 4110만명(40% 증가), 인도 등 동남아 특정 국가의 스트리밍 브랜드인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4590만명(57%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아시아 지역 분포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덕에 북미 가입자 증가
디즈니+의 북미 가입자 증가는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 전후 집중 공개된 화제성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덕이 컸습니다. 디즈니는 지난해 연말 비틀즈 다큐멘터리 ‘겟 백(Get Back)’, 마블 히어로 ‘호크아이(Hawkeye) 등을 선보였습니다.
인도 지역 가입자 당 매출 1달러 수준 불과
디즈니는 또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average revenue per subscriber)도 공개했습니다. 구독 모델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최근 분기 북미 지역 가입자당 매출은 6.68달러(월)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ARPU는 이보다 약간 낮은 5.96달러였으니 같은 기간에 비해 26%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에 가장 많은 저가 고객들이 집결되어 있는 인도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디스니 핫스타의 객단가는 1.03달러(월)에 불과했고 상승률도 5%에 그쳤습니다. 인도 지역은 앞으로 디즈니의 건정성 향상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즈니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ESPN+(ESPN PLUS)는 2021년 말 2,130만 명의 가입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0만 명이 늘었습니다.
디즈니가 최대주주인 미국 주요 네트워크 콘텐츠가 제공되는 스트리밍 훌루(Hulu)는 4,530만 명으로 2021년 마지막 3달 150만 명이 늘어나는데 그쳐 디즈니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줬습니다. 이중 실시간 방송이 송출되는 라이브 TV패키지는 430만 명(분기 30만 명 증가)이었습니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2강 구축
디즈니는 디즈니+를 포함해 2억1,030만 명이 넘는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해 넷플릭스(Netflix, 2억2,080만 명)와 확실한 2강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구독자가 2억명이 넘는 서비스는 이들과 아마존 프라임을 포함해 3개입니다. 그러나 유통 멤버십을 통해 가입자를 늘려온 아마존과 이들 두 서비스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 둘은 투자 규모를 집중적으로 늘려가면서 가입자를 쓸어 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4분기 830만명을 추가한 바 있습니다.
디즈니는 지난해 연말 투자자들에게 2022년 330억 달러(39조 4,200억 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직전에 비해 80억 달러가 늘어난 수준입니다. 디즈니의 콘텐츠 제작 부문 ‘General Entertainment Content’는 2022년 약 60여 편의 예능, 30개의 코미디 시리즈, 25편의 드라마, 10편의 다큐멘터리, 10편의 애니메이션, 5편이 넘는 TV무비를 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즈니는 올해의 경우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한국, 인도 등 로컬 콘텐츠 제작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밥 체이펙 디즈니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로컬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며 “두 배 이상 제작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디즈니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인터내셔널 콘텐츠&오퍼레이션(International Content and Operations)’ 부서를 만들고 수장에 레베카 캠벨(Rebecca Campbell)을 임명했습니다.
스트리밍 DTC를 총괄했던 그녀는 이제 디즈니+를 위한 지역과 로컬 콘텐츠 제작과 이를 유통 기획하는 디즈니+의 글로벌 미디어 팀을 담당합니다. 당시 조직 개편에서 디즈니는 ESPN+, 훌루 등의 스트리밍을 전달할 대표도 임명했는데 핵심인 디즈니+를 총괄할 대표는 아직 선임하지 못했습니다.
디즈니는 디즈니+의 가입자 전망도 공개했습니다. 오는 2024년 2억3,00만 명~2억 6,000만 명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24년에는 수익도 손익 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와 영화, TV 부문을 포함한 디즈니의 전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사업부(media and entertainment distribution segment)의 매출은 전년 동기(127억 달러) 대비 15% 늘어난 146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향후 스트리밍 시장 전망]
디즈니의 이런 예측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포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즈니+는 초기 2019년 말 첫 서비스 이후 첫 5분기 연속 평균 1,900만 명이 가입자가 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10월 2일 마감 분기, 겨우 200만 명의 구독자가 늘어 우려가 많았습니다.(WSJ 표 참고)
사회가 팬데믹에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은 TV시장을 장악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1위 사업자는 넷플릭스의 경우 지키는데 힘이 들겠지만, 디즈니,피콕, HBO MAX 등은 추격의 시간과 공간은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 경쟁력과 충성도는 위기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미디어 분석가 폴 베르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디즈니+의 가입자 증가는 디즈니의 브랜드들이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준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의 힘은 메타버스(Metaverse)에 까지 이어질 겁니다.
밥 체이펙 CEO는 실적 발표 관련 인터뷰에서 “모든 것에 해당된다.(It’s about all those things)”라며 디즈니 미디어 메타버스의 구체적 작동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스타워즈, 픽사, 마블 등의 가용 IP를 모두 동원해 3차원 가상 공간에서 디즈니를 재구현한다는 방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책, 영화, 드라마, 스트리밍 등 전통적인 미디어 포맷에 디즈니를 가두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넥스트 지평의 엔터테인먼트(Next Horizon Entertaniment)’을 열겠다고 체이픽은 언급했습니다.
체이펙 CEO는 “디즈니+에 스타워즈, 마블, 픽사, 폭스 영화 등을 모두 등장시키고 이를 또 3차원 가상 공간, 테마파크에 구현할 것”이라며 “관객들은 디즈니를 통해 새로운 모던 월드(New Modern World)’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즈니의 재도약은 이제 시작이고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달갑지 않습니다.
한편, 지난해 연말 디즈니의 실적 급등은 스트리밍에만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진짜 주인공은 테마파크였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랜드 등 디즈니 테마파크 부문 매출(Disney’s parks and experiences segment)은 급등했습니다.
2021년 10월~12월 분기를 포함한 2021년 전체 테마파크 부문 매출은 101% 가량 증가한 72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분기 실적으로는 역대 22위입니다. 전년 같은 기간 매출은 36억 달러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각종 제한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최근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심하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평가에 미국 각 지자체들은 방역 지침을 완화하고 있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