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트리밍 시장 23조 원 돌파, 그리고 DVD의 죽음(Streaming Kill The DVD Star)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속 미국 가정 내 콘텐트 소비 300억 달러 넘어...방송사는 안전한가
한 아이가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디즈니+)를 통해 <프로즌2 Frozen>의 소개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미국 한 미디어 전문지는 이 장면을 지난해 방송 시장을 상징적으로 요약한 사진으로 분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큰 위기를 맞았던 2020년 미국 방송 시장은 어땠을 까요.
미국 방송 시장 크기만큼이나 스트리밍 시장 사이즈도 매우 큽니다. 시장 조사 기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그룹(Digital Entertainment Group)은 최근 미국 가정의 디지털 미디어 소비 트렌드를 조사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 가정에서 지난 2020년 디지털 콘텐트 시청(Total Digital)에 265억 달러를 사용했습니다. 여기엔 스트리밍 서비스(SVOD), 디지털 영화 시청(VOD), 디지털 TV프로그램 시청(Electronic sell-through) 등에 쓴 비용이 포함됩니다. 우리 돈으로 29조 6,000억 원에 달하는데 지난 2019년에 비해 32%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속 가정 내 콘텐트 소비 300억 달러 넘어]
DEG는 여기에 DVD 대여, 판매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콘텐트 매출도 측정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300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300억 달러 돌파는 DVD와 플루레이 판매와 임대 덕분이지만 그 영향력은 대폭 줄었습니다. DVD와 블루레이(Blu-rays) 판매는 지난해 전년 대비 26%나 줄어 25억 달러(24억 5,00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대여(Rental)도 27%나 떨어져 10억4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DVD의 매출의 감소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영향이 큽니다.
디지털 콘텐트 시청(Total Digital)에는 Netflix, Amazon Prime Video, Hulu, Disney Plus, HBO Max 등 스트리밍 서비스(SVOD)와 VOD렌털, 영화 디지털 판매(EST)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중 스트리밍 서비스(SVOD)는 가정 내 콘텐트 소비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0년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만 212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년 대비 37%가 늘었습니다. 만약 애플 TV+, 피콕(Peacock) 등에서 쓴 비용이 합산됐다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크게 확인됐을 겁니다.
[미국도 콘텐트 소유가 아닌 임대로 전환]
지난해 디지털 콘텐트 시청(Total Digital)을 견인한 것은 TV와 영화의 디지털 임대 판매입니다. 드라마 다운로드판매(EST)는 16%가 올라 3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영화 VOD임대도 18.3%가 오른 2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넘었습니다. 보통 EST나 VOD임대는 특정 기간에만 온라인을 통해 콘텐트를 시청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VOD의 경우 <트롤2>, <뮬란> 등 최신 영화가 PVOD(Premium VOD) 방식으로 서비스된 영향이 큽니다.
사실 이 의미는 큽니다. 이를 정리하면 DVD 등을 통한 콘텐트 구매를 줄고 VOD, EST, SVOD 등 콘텐트 임대 수요(transaction portion)는 늘었다는 겁니다. 미국 콘텐트 소비시장이 임대 및 스트리밍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조사에선 IMDB나 플루토TV(Pluto TV)와 같은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DEG는 지난해 미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및 드라마 콘텐트도 조사 발표했습니다. 1위는 디즈니의 <프로즌2>였고 2위는 <주만지 The Next Level>, 3위는 <스타워즈:The Rise of Skywalker>였습니다.
[DVD의 죽음, 구매 모델의 몰락]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DVD판매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한국은 요즘DVD나 블루레이 디스크가 영화 시청용도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미국은 마트나 서점에서 여전히 DVD나 블루레이를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1년 전 미국 마트에서 진열된 수많은 DVD를 본 뒤 개인적으론 좀 놀랬습니다. 한국이 빨리 변하는 건지 미국이 느린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감염병 대유행은 이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 놨습니다. DVD판매와 대여는 매년 줄었지만 이번엔 정도가 심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DVD와 블루레이 판매와 대여는 각각 전년 대비 -25.55%, -26.81% 가 줄었습니다. 두 부문에 모두 20%가 넘는 감소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DVD 판매와 대여는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직후 일시적으로 늘기도 했지만, 결국 오래가 지 못했습니다. DEG의 분기별 DVD, 블루레이 판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와 2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거 같았으면 극장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DVD와 블루레이 판매, 대여가 늘었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미국 가정 내 확실한 주인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디즈니+에 이어 2020년에는 워너미디어(HBO MAX) 및 NBC유니버설(Peacock)이 스트리밍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디즈니+의 경우 모든 디즈니 브랜드 콘텐트가 한 곳에서 상영되고 지난해 미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영화 20편 중 <온워드 Onward>, <스타워즈 Starwars>, <말레피센트 Maleficent> 등 디즈니가 제작된 모든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HBO MAX의 행보도 DVD판매를 약화시킵니다. HBO MAX에선 <Joker>, <Scoob!>, <Birds of Prey>등 워너미디어의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DVD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전 2020년 1월 유니버설과 워너미디어가 그들의 DVD 유통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세워 제작비를 줄이고 유통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DVD와 블루레이 판매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DVD 없는 1년을 보낸 미국 소비자들의 다시 구매에 나설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더 강해질 겁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콘텐트 유통 방식(DVD판매 및 대여)를 밀어낼 겁니다. 한국은 이미 TV선반이 사라졌지만, 미국에서도 이제 TV밑 DVD의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DVD가 사라진다고 해도 콘텐트는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디어 전송 수단이 더 이상 소용 없어진다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만 합니다. 방송사(Station)는 안전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