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크]웹 3.0을 품은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축포를 올린 75회 칸 영화제. NFT 관련 행사와 모임, 전시 등도 잇달아 열려. 보수적인 칸까지 NFT 메타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 엔터테인먼트와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칸
어제 이어 오늘(6월 3일)도 영화 이야기입니다. 원래 뉴스레터를 발송할 지 할 지를 고민하다, 어차피 휘발성 있는 글을 지금 보내드리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오늘 글을 씁니다.
바로 우리를 감동 시킨 칸 국제 영화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칸에서 2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한국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 수상과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 주연상을 받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 뉴스는 워낙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뉴스레터는 칸 국제 영화제와 웹 3.0 이야기합니다.
웹 3.0 비즈니스도 칸 영화제를 주목했습니다. 고전적 장소인 칸에 다양한 NFT 관련 기술적 이벤트가 벌어졌습니다.
미국 미디어 버라이어티(Variety)가 칸 현장에서 연 ‘NFT칸 서밋(NFTCannes Summit)’은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행사였습니다.
웹 3.0 혁신가, 크리에이터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종사자와 투자자가 만나 최신 블록체인 테크 기술과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메타버스(Metaverse)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서밋에서는 디지털 수집품, 재무, 유통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NFT활용, 팬과 커뮤니티 형성 도구로서의 NFT, NFT를 이용한 라이브 이벤트와 각종 체험 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됐습니다. 또 NFT가 영화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는 NFT제작 스튜디오 ‘일렉트로마그네틱 프로덕션(Electromagnetic Productions (EMP)), 글로벌 암호 화폐 재무 관리 회사 ‘갤럭시 인터랙티브(Galaxy Interactive), NFT 거래 애플리케이션 ‘OP3N’,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Avalanche), 개인 투자 플랫폼 ‘리퍼블릭(Republic)’ 등이 참석했습니다.
서밋 중, 마크 킴세이(Mark Kimsey), EMP스튜디오 공동 창업주이자 CEO는 암호화 기술이 영화계에서 가질 수 있는 잠재적인 미래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킴세이는 “평균 10달러 정도의 NFT가 영화계에서 주류가 될 것이고 좋은 영화들도 거래되지만 좋지 않은 작품들도 NFT로 판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나는 그때 쯤 되면 넷플릭스와 같이 이용하기 편한 NFT거래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이며 사람들은 자동 버튼 하나로 NFT를 소유하고 팔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NFT는 디지털 자산이지만 개인의 소유와 거래가 인정됩니다. 중앙 집권적인 거래 질서가 아닌 분산된 개인 간의 사고 파는 행위에 더 집중합니다.
요즘엔 디지털 수집품이나 예술작품, 영화 장면 등이 NFT로 만들어집니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메타(Meta)와 공간이라는 버스(Verse)를 합친 용어로 현실 세계의 생활과 교육, 상거래 등을 모두 3차원 가상으로 옮겨 놓은 플랫폼을 말합니다. 이 둘 다 웹 3.0 시대를 설명하는 디지털 라이프입니다.
[웹 3.0으로 들어간 칸 영화제]
75회 칸 국제 영화제(Cannes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 3차원 가상 공간 메타버스(Metaverse) 등 영화에서 적용될 수 있는 웹 3.0 기술을 다양하게 선보였습니다. 영화관 개봉을 무시하는 넷플릭스(Netflix)의 작품에 한동안 수상 기회를 주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인 칸국제영화제의 이런 움직임은 엔터테인먼트에 깊숙이 들어온 NFT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칸에서 보듯 엔터테인먼트와 NFT, 메타버스와의 만남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영화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웹 3.0 기술과 그 결과물을 만나 여러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미래(The Future of Hollywood)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가 웹 3.0에서 싹트고 있는 겁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서 NFT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NFT를 만난 프리미엄 콘텐츠가 자금 조달(투자) 기회를 만들고 유통되고 팬 커뮤니티와 지적재산권(IP)과 소속감을 만드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칸 국제 영화제가 기술과 만난 경험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처음 2000년 밀레니얼 시대가 도래했을 때 칸 국제 영화제는 소셜 미디어 등 이른바 닷 컴 기업(the dot-coms)들에 의해 점령 당했었습니다. 당시 스타트업들은 행사장과 호텔 전면에 배너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콘텐츠 기술을 광고했습니다. VOD 등 인터넷이 바꿀 영화 비즈니스의 혁명을 약속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뒤 이런 배너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영화관이라는 현장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상영 기술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2022년 칸 국제 영화제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웹 3.0이 웹 2.0 닷 컴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적어도 기술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웹 3.0이 칸을 점령했습니다. NFT 플랫폼이나 기업이 협찬한 패널들과 파티, 이벤트가 곳곳에 열렸습니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인 크로이셋(the Croisette)은 웹 3.0기업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칸영화제에 모인 테크 스타트업들은 NFT, 메타버스 웹 3.0이라는 새로운 버즈(Buzz)를 만들었습니다. 칸 국제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AIDS 치료 후원 이벤트 amfAR 갈라(amfAR Gala)에 메인 스폰서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FTX’였습니다.
하지만, 칸 영화제에 등장한 NFT 블록체인 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에 비해 대중적으로도 잘 이해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NFT 기업들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게 더 다가갔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대중화하고 NFT나 메타버스를 사람들에게 보다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되는 웹 3.0 영화 투자]
올해 칸 영화제에서 선보인 블록체인 기술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블록체인 영화’와 ' NFT 클라우드 펀딩’입니다.
이들 기술이 제대로 적용된다면 기존 영화 제작 및 콘텐츠 거래 질서 체계도 완전히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팬들이 영화 제작의 객체에서 주체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팬들은 디지털 협동조합으로 불리는 ‘분산형 자율 블록체인 커뮤니티(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DAO)’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영화 산업에서 다오(DAO)는 팬들의 투표로 특정 영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및 주요 캐스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과정은 민주적입니다. DAO 결정 이후 거래는 디지털 스마트 계약(Smart Contact)를 통해 자동으로 수행될 수 있습니다.
3.0 영화 투자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올해(2022년) 초 영화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의 제작 스튜디오 ‘엑스텐션765(Extension 765)’는 로만 코폴라(Roman Coppolar), 레오 맛쳇(Leo Matchett) 등이 만든 블록체인 기반 영화 제작 플랫폼 ‘탈 중앙화 영화(Decentralized Pictures (DCP))’ 후원 계약을 했습니다.
팬과 영화 제작자, 전문가 등이 참여한 DCP는 탈중앙화 기반 투표를 통해 제작비 지원 영화를 선정합니다. DCP의 1차 지원 대상은 독립 영화이며 어떤 영화가 지원받을 지도 투표로 결정합니다. 영화 제작 펀딩(Funding)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자체 코인(FILM credits)을 나눠줍니다. 엑스텐션 765는 DCP플랫폼이 30만 달러의 장편이나 단편 영화 프로젝트 제작 펀딩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DCP는 블록체인 기술은 영화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커뮤니티 투표, 오디언스 반응 데이터 분석까지 모든 단계가 민주적이고 분산되며 투명하게 만든다고 강조합니다.
DCP에 참여한 레오 맛쳇은 할리우드리포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별한 배경이나 지원이 없는 독립 제작자를 지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폐쇄성을 가진 영화 산업에 이들이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칸 국제 영화제에 앞서 DCP는 ‘고담 영화&미디어 인스티튜트(Gotham Film & Media Institute)’와 파트너십 계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는 다큐멘터리들을 선별해 제작 자금 형태로 5만 달러 상금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런던 기반 영화 투자자 골드핀치(Goldfinch)는 2022년 초 노숙자 위기를 그린 공포 스릴러 ‘겨울의 죽음(The Dead of Winter)’을 시작으로 독립 제작자들을 위한 암호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FF3를 런칭했습니다.
골드핀치는 웹 3.0기술(암호화폐,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NFT 등)이 현재 영화 제작자, 투자자, 유통 사업자, 판매 대행사 등이 겪고 있는 위기를 상당 수준 해결해줄 수 있다며 콘텐츠 제작 방식 및 유통 방식 등이 모두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 웹 3.0과 클라우드 펀딩이 다른 점]
영화 제작비 모금에 NFT를 활용하는 것은 킥스타터(Kickstarter)와 같은 전통적인 클라우드 펀딩(traditional crowdfunding)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NFT 클라우드 펀딩은 팬들과의 교감에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NFT를 사용해 팬들에게 독점적 디지털 작품이나 독립 프로젝트에 연결된 암호화 자산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NFT는 팬들에게 실질적인 지분을 줄 수 있는 ‘실제 소유권을 보유한 진정한 자산(True Asset)’이 될 수 있습니다.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 계약이 도입되면 영화 제작 프로젝트 자금 유입과 유출을 보다 쉽고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 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통적인 영화 산업에서는 상당히 어려웠던 작업입니다.
단순 자금 조달이나 투명성 향상을 넘어서는 영화 제작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암호화폐 영화사 Film.io이 만든 Film.io DAO입니다. ‘Film.i.o DAO(분산형 자율 팬 커뮤니티)’는 팬들이 참여해 직접 투자 결정을 하고 탈중앙화 플랫폼에 사용되는 팬 토큰을 얻으면서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은 같습니다.
그러나 이 커뮤니티는 제작비 투자 및 지원에서 넘어서 영화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커뮤니티 형성을 주력으로 합니다. Film.io DAO 공동 창업주 크리스 J. 데이비스(Chris J. Davis)는 할리우드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건 단순히 클라우드 펀딩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을 올리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NFT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영화 프로젝트 펀딩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영화 파이낸싱은 미국 등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복잡한 법률적 규제를 받고 받고 있습니다. 할리우드리포트는 결국 규제와 법률적 복잡성이 ‘영화 NFT프로젝트’의 부상을 좌절시킬지도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회의론도 성공을 가로 막습니다. 물론 영화 NFT, NFT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기술은 아직 성공 스토리를 제공하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NFT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의심하는 이들은 2000년대 닷 컴(Dot.Com) 열풍이 영화 업계를 완전히 바꾸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등장했을 때 ‘이건 태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도 있습니다. 모두가 성공하지 못하지만, 하나의 성공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칸에서 그 시작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