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미래]BBC3의 귀환, 그리고 스냅챗
30세 이하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BBC3. 완전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지 6년 만에 다시 지상파 채널로 복귀. 2월 1일부터 더 젊은 시청자를 상대로 한 작품 선보인다는 계획.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 지상파 복귀는 오판했다는 분석도. 이에 반해 미국 지상파 스튜디오들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와 협력 강화하는 움직임
영국 공영방송 BBC의 채널 BBC3(BBC Three)가 2월 1일(영국 시간) 지상파 방송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아이플레이어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만 방송하겠다고 지상파를 떠나 실험한 지 6년 만입니다. 지상파 방송 채널에 다시 프로그램을 송출하기로 한 지금도 BBC3의 주요 공략 대상은 젊은(youth) 세대입니다.
[BBC3, 25세 이하에 집중하는 시끄러운 채널(noisy channel)]
BBC3 대표(BBC Three controller)인 피오나 캠벨(Fiona Campbell)은 “BBC3는 늘 35세 미만의 젊은 층에 집중했다.그건 우리의 핵심 DNA 중 하나.”라며 “현재 우리는 창의적으로 25세 이하의 세대에 집중하는 새로운 여정을 설정했다.”라고 2022년 미션을 언급했습니다. . 또 다양성 반영을 위해 채널 운영 위원회(commissions for the channel)는 전역에서 선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BBC3는 25세 이하 세대 공략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 라인업도 공개했습니다.
인기 드라마 ‘노멀피플(Normal People)’의 작가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또 다른 소설 ‘친구들과의 대화(Conversations With Friends)’ 각색한 동명 드라마
쿠킹 경연 프로그램 ‘Hungry For It’
길거리 패션 경연 프로그램 ‘The Drop’,
음악 기반 드라마 ‘무드(Mood)’
동차 관련 프로그램 ‘Gassed Up’ 등이 소개됐습니다.
뉴스 프로그램은 Z세대에 맞는 숏 폼
BBC3는 또한 주간 저녁 뉴스 프로그램(A week-night bulletin) ‘캐치업(The Catch Up)’도 방송한다고 밝혔습니다.
BBC뉴스 부문이 제작하는 이 방송은 젊은 세대들이 공정한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컨셉트의 숏 폼 뉴스입니다. 매일 발생하는 젊은 세대와 연관된 뉴스와 그들이 알아야 하는 뉴스를 5분 이하의 분량으로 전달합니다.
주제는 환경에서부터 글로벌 이슈까지 다양합니다. 진행도 BBC의 젊은 기자(Levi Jouavel, Kirsty Grant, Callum Tulley 사진)들이 맡습니다.
영국의 경우 교외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1,100만 명이나 됩니다. 이 중 4분의 1이 30세 이하 젊은 세대입니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도 선보입니다. ‘Fast and the Farmer-ish’은 젊은 농부들이 매회 트랙터 경주를 펼치는 대결 프로그램입니다.
또 BBC3는 젊은 세대를 위한 스포츠 중계권 확보와 올림픽 하이라이트 등도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이외 다양성을 위해선 런던 이외의 곳에서 3분의 2를 제작, 납품 받을 계획입니다. 지역 제작 프로그램은 대부분 드라마입니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 피오나 캠벨 대표는 “BBC3는 오늘날 영국 젊은 세대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는데 집중하는 보다 시끄러운 채널(noisy channel)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BC3, TV영향력에 대한 확신으로 채널 회귀]
2003년 시작한 BBC3는 2016년까지 지상파 채널에서 송출됐습니다. 이후 젊은 세대들의 지상파 이탈과 디지털 플랫폼 이주가 본격화되자 지상파 송출을 중단하고 디지털 온니 버전(digital-only version)으로 전환했습니다.
전임 BBC사장 토니 홀(BBC Director General Tony Hall)은 2014년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BBC3 연간 예산을 2014년 9,000만 파운드에서 4,000만 파운드(650억 원)로 5,000만 파운드나 삭감했습니다. 이 때 줄어든 비용은 대부분 BBC의 드라마 제작에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뒤 토니 홀의 후임인 팀 데이비(Tim Davie) BBC사장은 BB3의 지상파(traditional TV)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젊은 층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계층이 BBC3 콘텐츠를 접하기 하기 위해서 입니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2022년 1월 이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지상파에 돌아온 BBC3는 젊은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채널 특성상 접근성이 좋은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만 송출됩니다. 물론 인터넷 스트리밍 아아이플레이어(iplayer), 프리뷰(freeview) 등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방송은 계속 이뤄집니다.
이 채널의 다른 시간에는 CBBC(BBC의 어린이 채널)이 방송된다. BBC3 승인 조건(REMIT)은 16~34세을 타깃 오디언스로 하는 혁신적인 프로그램 공급(to provide innovative programming to a target audience of viewers between 16 and 34 years old)입니다.
예산도 이전에 비해 배가 늘어난 8,000만 파운드(1,300억 원)로 높아졌습니다. 1월 초 영국 문화부 장관(U.K. Culture Secretary)는 BBC의 주된 재원인 수신료(BBC license fee)를 2022년부터 향후 2년 간 동결하겠다고 밝힌 상항에서 나온 과감한 증액 결정입니다.
캠벨 대표는 “더 많은 투자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 충실하고 노력할 것”이라며 “BBC3는 새로운 층 시청자 발굴을 계속 시도하고 있으며 이 시도가 잘 먹힌다면 시청률이 높아진다면 투자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상파 복귀를 통해 젊은 층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BBC3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고 오디언스가 넓어진다면 성공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것입니다. 캠벨 대표는 한 두 달 이면 성공 여부가 판별 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지상파 복귀에 대해선 논란도]
그러나 BBC3의 지상파 방송 복귀가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오디언스들의 디지털 이전이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특히, BBC3의 타깃 시청자 인 젊은 세대는 TV이탈이 더 심합니다. 넷플릭스(Netflix)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최근 “지상파 TV가 향후 10~20년 정도 더 갈 것”이라고 TV의 죽음을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캠벨 대표는 강력한 지상파 주의자입니다. 그녀는 지난해 에든버러 TV 페스티벌에서 오히려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지상파 방송의 강력한 존재감 때문에 소멸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캠벨은 최근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예전보다 실시간 시청률을 높이는 것을 어렵지만 지상파는 여전히 강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캠벨 대표는 닐슨 2021년 5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64%가 여전히 TV를 보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라며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TV를 보는 시간이 VOD나 게임을 하는 시간 보다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에 대응하는 지상파의 책무도 전했습니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워 멀티 미디어 플랫폼 접촉이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TV지상파 복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BBC3가 확대하겠다고 말한 새로운 계층에서도 이런 디지털 소외 층은 존재합니다.
[BBC3의 전망]
캡밸이 자신했지만 BBC3의 위험한 줄타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캠밸이 지상파 방송의 힘을 언급했지만 디지털 미디어 시장 경쟁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입니다. 애플과 아마존의 등장은 과거의 전략(BBC)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2021년 12월 닐슨이 조사한 스마트TV일일 통합 시청률에서 TV(지상파+케이블) 점유율은 63.4%로 감소했습니다. 캠밸이 인용한 수치에서 퇴보한 겁니다. 점점 스트리밍 서비스 점유율은 확대되고 있고 지상파와 케이블TV는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상파 TV시청률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 디지털 플랫폼 주목도 확대(오리지널)의 동시 추진은 의지를 넘어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는 비즈니스입니다.
그렇지만, 스트리밍 시대 공영방송의 책무의 이행과 동시에 젊은 세대를 향하는 미디어 기업의 노력에 대해 우리는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말입니다.
[스냅챗과 디즈니, 바이어컴, NBC유니버설의 만남]
BBC가 다시 지상파로 왔지만 미국 지상파 방송 스튜디오들은 소셜 미디어를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동영상 공유 소셜 미디어 서비스 스냅챗(Snapchat)을 운영하는 스냅(Snap)이 미디어 스튜디오들과 콘텐츠 제작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방식의 새로운 포맷과 디지털 미디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런칭하는 형태입니다. 숏 폼과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세대를 겨냥한 양 측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스냅은 최근 디즈니(Disney), NBC유니버설(NBC Universal), 바이어컴CBS(ViacomCBS) 등 이른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스냅챗에 공개되는 콘텐츠 제작에 합의했습니다.
이들 3개 스튜디오는 현재 스냅챗의 동영상 플랫폼 디스커버(Discover)에 서비스되는 오리지널 드라마 등 콘텐츠를 만들고 또 향후 다른 포맷 프로그램 제작도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5년 런칭한 스냅의 디스커버는 미디어 등 외부 콘텐츠 협력사들과 스냅챗 내부팀이 드라마, 뉴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입니다. 이들 3개 스튜디오 외 ESPN, VICE, CNN 등도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통 미디어 스튜디오들이 스냅챗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유는 ‘새로운 세대’와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스냅 미디어 파트너십 디렉터 데이비드 브링커(David Brinker)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계약은 디스커버가 밀레니얼이나 Z세대 시청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길 원하는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자를 위한 매우 강력한 루트라는 입지를 더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Z세대와 만날 길을 찾는 미국 미디어 스튜디오들은 스냅챗을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BBC3와 반대의 길을 가는 이들 중 누가 정답이었는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