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뉴스 스트리밍 CNN+의 힘든 일주일.축구와 뉴욕타임스에서 배워야 하는 그들
최초 글로벌 유료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로 런칭한 CNN+, 서비스 1주일 예상보다 미지근한 반응에 당황. 앱 다운로드 숫자도 기대 이하고 콘텐츠 완성도에 비해 화제성도 아직은 떨어져. CNN+ 성공을 위해선 스포츠 시청과 신문을 구독하는 이유를 염두에 둘 필요
CNN이 지난 3월 29일(미국 시간) 런칭한 뉴스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CNN+의 초기 성과가 실망스러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이 1980년 개국 이후 가장 많은 투자를 했지만 첫 주는 일단 실망이 기대를 넘어섰습니다.
CNN+는 5개가 넘는 일일 라이브 뉴스 프로그램과 기업(인), 여행, 음식 다큐멘터리, 또 전직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Iger) 등 유명인 인터뷰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하면서 자신감 있게 런칭했습니다.
CNN은 뉴스 유료 구독 서비스는 가능하지 않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CNN+의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선보였습니다. 오디언스들이 프로그램 앵커와 전문가에 직접 궁금한 사안들을 질문하는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특히, 첫 한 달 동안 구독료를 절반(월 2.99달러)으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최초 글로벌 유료 뉴스 스트리밍 CNN+의 초기 성과 기대 못 미쳐]
그러나 첫 일주일 성과는 CNN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제 미디어 인사이더(Insider)가 앱 다운로드 집계 서비스 센서타워(Sensor Tower)를 통해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CNN앱은 CNN+런칭 첫 날 18만 번 다운로드 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3월 22일 주간의 일일 평균 9,000건에 비해서는 늘어난 수치입니다. 또 센서 타워는 CNN앱은 CNN+출시 첫 6일 간 7만 7,000번이 다운로드 돼 직전 6일 보다 평균 다운로드 건수가 33%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랭킹의 경우 CNN앱은 출시 당일 앱스토어 뉴스 카테고리 12위에서 3위까지 높아졌습니다. 전체 카테고리에서 CNN앱은 181위를 기록했다고 앱토피아(Apptopia)는 밝혔습니다. CNN+를 이용하기 위해선 CNN 뉴스앱을 설치해야 해 ‘CNN+’ 단독 인기만을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전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시작을 볼 때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닙니다. 숏 폼 스트리밍 서비스로 출발했던 퀴비(Quibi)도 첫 날 30만 번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또 디즈니+(Disney+)의 경우 첫 날 400만 명이 가입했다고 센서타워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사실 CNN+는 출시 전후로 각종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했습니다. 뉴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미국 뉴미디어 벌처(The Vulture)는 CNN+공개 이후 “ CNN+가 유료 숏 폼 스트리밍을 내세웠지만 10개월 만에 단명한 ‘퀴비(Quibi)’를 연상시킨다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벌처는 CNN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CNN+의 차별성과 사람들이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퀴비 역시 엄청난 투자비를 쓰고 최고 품질의 숏 폼 콘텐츠를 만드는 실험을 했지만 롱 폼 콘텐츠와의 차별성을 인정받지 못해 10개월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CNN+ 서비스 구독자가 백만 명을 겨우 넘을 것이라는 혹평도 많습니다. 경쟁사인 폭스 뉴스의 뉴스 유료 스트리밍 폭스 네이션(5.99달러)도 출시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독자가 150만 명 수준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CNN+는 공식 답변에서 “현재 나온 CNN+ 서비스 구독자 숫자는 공식 자료가 아니다”라며 “1분기 실적 발표에 CNN+의 성과도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NN+ 성공을 위한 변명]
CNN+의 성과를 최종 판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그러나 CNN+가 의욕적으로 내세웠던 다양한 콘텐츠와 차별점이 시장에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단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셈입니다.
공개된 CNN+의 뉴스, 다큐멘터리 등은 어디에도 견주지 못할 정도로 최고 품질을 가졌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매력만으로 고품질 유료 뉴스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앤더슨 쿠퍼의 ‘육아 프로그램’, 울프 블러처와의 ‘줌 미팅’이 매력적이지만 CNN의 슈퍼 팬들을 제외한 이들에게 이런 장점이 얼마나 먹힐 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습니다. 벌처는 “CNN+가 무료 스트리밍이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이것도 시장 진입이 늦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다 강력한 한 방 필요
결국 유료 CNN+가 성공하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한 방과 다른 포맷이 필요합니다.
전체 프로그램의 높은 퀄러티는 확인됐지만 결정적으로 구독을 일으킬 대형 작품이 있어야 합니다. 넷플릭스(Netflix)나 HBO MAX도 모든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소비되지 않습니다. CNN+의 ‘오징어 게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또 포맷의 경우 다른 뉴스 서비스(무료)에 비해 더 매력적이고 깊이 있는 진행자(앵커)가 등장할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포맷도 좀 손을 봐야 합니다. CNN의 또 다른 채널 HLN(Headline News)가 ‘CNN 뉴스의 라디오 버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뉴스를 압축적으로 전달해 화제가 됐습니다. CNN+도 결국 라이브 뉴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포맷을 만드는 지가 성공의 관건입니다.
새로운 인터뷰도 좋지만 뉴스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많은 정보를 담은 뉴스’가 1순위입니다. 이런 점들이 보완 된다면 여전히 뉴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회가 많습니다.
[신문과 스포츠, 그리고 CNN+]
사람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케이블TV에 비유하지만 사실 스트리밍의 기본 구동 및 구독 원칙은 신문에 가깝습니다. 신문의 전성기 구독자는 여러 신문을 유료로 봤습니다. 심지어 지역과 연예 스포츠 신문과 같은 전문지를 함께 보기도 했습니다. 각각이 주는 매력과 정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CNN+ 대표 앤드류 모르스도 ‘뉴욕타임즈’를 유료로 보는 이유를 스트리밍에서도 증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뉴욕타임스도 유료화 선언 이후 10년 내내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또 유료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점은 지속적으로 빠르게 새로운 콘텐츠들이 업데이트 된다는 점입니다. 이탈율의 반대인 고객 유지율(Retention)을 높이기 위해선 신선한 프로그램 공급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는 스포츠 리그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성공 공식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와 스포츠 장르 콘텐츠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경기)들이 끊임 없이 나오고 결과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믿지 않을 수 있지만 뉴스나 스포츠는 단기간에 반복 시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CNN+가 성공하기 위해선 애플 TV+가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 중계권(Friday night Major League Baseball)을 확보하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목요일 프로미식축구리그(NFL)를 방송한 것처럼 ‘파급력 있는 뉴스 콘텐츠’를 계속 공급해야 합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빅 스포츠 경기(프리미어 리그) 이벤트 전후로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유료) 피콕(Peacock)에 가입한 고객 중 한 달 뒤에도 구독을 유지한 비율이 90%에 달했습니다. 볼만한 뉴스가 있다면 뉴스 유료 서비스에도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마케팅 측면에서는 CNN+ 출시는 의미가 큽니다. CNN+와 (모회사 워너미디어의) HBO MAX와의 번들(Bundle 묶음 상품)이 나온다면 시장 반응이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이미 HBO MAX와 결합이 예정된 디스커버리의 다큐멘터리 전문 스트리밍 디스커버리+가 더해진다면 상당한 경쟁력이 예상됩니다.
유료 뉴스 스트리밍 CNN과 명품 스트리밍 HBO MAX는 모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들입니다. 가격이 관건이겠지만 3달러 가량의 CNN+와 10달러 내외(월 이용 가격 광고 포함) HBO MAX의 결합은 충분히 시장 경쟁력이 있습니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구독자 수만큼 중요한 지표가 이탈율입니다. 구독자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고객을 지키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경영 활동입니다.
일반적으로 번들의 경우 고객 이탈율(Churn)이 더 낮습니다. 디즈니+(Disney+), ESPN+, 훌루(Hulu) 등 3개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디즈니(14.99달러 월) 번들의 경우 개별 서비스보다 고객이 탈퇴하는 비율인 이탈율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