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그린치는 스트리밍을 어떻게 훔쳤나(How the Grinch Stole Streaming)’
'그린치', '초록 달걀과 햄' 등의 동화 및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작가 닥터 수스. 수스의 IP관리 회사, 매각을 위한 자산 재평가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인수 시장에 나올 경우 어린이 콘텐츠 기업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 높아. 스트리밍 확산으로 인한 어린이 콘텐츠 인기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유. 어린이 콘텐츠는 메타버스로도 확장 가능
한국은 덜하지만, 미국에서는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에선 파란 얼굴의 그린치가 거실을 장악합니다.
닥터 수스(Dr.seuss)의 동화 ‘그린치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1957)’ 가 공개된 이후 크리스마스에 이를 읽고 그린치 영화(2000년, 2018년)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그린치 테마 인형이나 캐릭터 상품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그린치를 탄생시킨 닥터 수스로 불리는 동화 작가 테오도르 수스 가이젤(Theodor Seuss Geisel 1904~1991년)은 지금까지 미국 최고 동화 작가로 추앙 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60여 권의 동화책과 그림을 그렸으며 2022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6억 부가 넘는 책을 판매했습니다. 수스의 책은 한국어 등 20여 개 언어로도 번역돼 있습니다.
[그린치가 움직인다, 할리우드가 긴장한다.]
닥터 수스의 작품들의 저작권과 자산, 콘텐츠 개발을 관리하는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Dr. Seuss Enterprises)가 매각, 기업 공개 등에 앞서 회사 가치 측정을 위해 금융회사와 협의 중이라고 악시오스(AXIOS)가 밝혔습니다.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초록 달걀과 햄(Green Egg and Ham)’ ‘그린치(The Grinch)’ 등 미취학 아동들에게 인기가 높은 동화책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협업 해 다수 만들어 왔습니다.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은 동화 작품들과 이와 관련한 지적 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서적 관련 데이터 서비스 NPD북스캔(NPD BookScan)에 따르면 서적 판매량 기준, 미국 1위 문학 라이선스 출판사기이도 합니다.
닥터 수스의 책들은 2021년 미국에서만 690만 부가 판매됐습니다. 악시오스는 “닥터 수스의 책은 다른 어떤 IP기반 서적보다 많이 팔린다.”며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닥터 수스의 일부 책(If I Ran the Zoo, McElligot's Poo 등 6권)이 인종 차별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해 절판되기도 했지만, 그의 책과 동영상 콘텐츠는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인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Amazon)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닥터 수스 작품 기반 오리지널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아마존이 닥터 수스의 동화에 영감을 얻은 음식 경연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트리밍 서비스에 편성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닥터 수스의 콘텐츠는 음식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자사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이 만든 어린이 음식 요리법 등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기로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매각이나 기업 공개 소문이 끊이질 않았지만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 타깃 콘텐츠 스튜디오와 IP회사들이 기업 인수 합병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과 놀랄 만한 기업 가치 평가를 받자,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트리밍이 만든 어린이 콘텐츠의 전성 시대]
유튜브 채널 ‘코코멜론(Cocomelon)’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 콘텐츠 스튜디오 문버그 엔터테인먼트(Moonbug Entertainment)는 30억 달러(3조 8,200억 원)의 가격으로 전 디즈니 임원 톰 스태그와 케빈 마이어(Kevin Mayer)의 회사 캔들 미디어(사모펀드 블랙스톤이 투자)에 매각됐습니다.
또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9월 영국 동화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콘텐츠를 관리하는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oald Dahl Story Company (RDSC))를 6억 달러(7,6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로알드 달의 동화책은 전세계에서 3억 부 이상이 판매됐습니다.
CNBC는 인기 캐릭터이자 애니메이션인 ‘알빈과 슈퍼밴드(Alvin and the Chipmunks) IP를 소유하고 있는 바그다사리안 프로덕션(Bagdasarian Productions)이 파라마운트 글로벌 등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 콘텐츠 스튜디오에 대한 수요 증가는 스트리밍 서비스(Streaming Service) 전성 시대와 연관이 깊습니다. 스트리밍이 확산된 이후 키즈 콘텐츠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린이 콘텐츠는 서비스에 계속 방문하는 계기를 만들고 가족 단위 고객의 (구독)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때문에 과거 실시간 기준 편성 개념을 가졌던 TV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열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가 기업을 공개해 자체 운영할 수도 있지만, 최근 덩치를 키우는 미디어 업계 분위기는 인수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가 매각될 경우 30억 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수스의 콘텐츠 가치가 엄청난 데다 지적재산권(IP) 라이브러리도 상당히 두텁기 때문입니다. 이에 할리우드는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의 움직임에 촉수를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가 매각된 후 비상장 독립 회사로의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빅테크, 글로벌 메이저 스트리밍들이 장악하고 있는 어린이 콘텐츠 시장에서 독립 생존하면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닥터 수스를 품는 자, 스트리밍 넘어 메타버스로]
미국 미디어 업계는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의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컴캐스트(Comcast)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Comcast and Warner Bros. Discovery) 등을 꼽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와 애니메이션 채널, 테마파크 등을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입니다. 애플이나 아마존도 인수 여력은 충분하지만, ‘IP기반 미디어 생태계(스토리-스트리밍-테마파크-상품)’를 만들 수 있는 기업 구조가 약합니다.
컴캐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다 테마파크 ‘NBC유니버설(Islands of Adventure theme park in Florida)’에는 수스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놀이 기구 ‘수스 랜딩(Seuss Landing)’이 설치돼 있습니다. 또 워너애니메이션 그룹(Warner Animation Group)은 수스 엔터프라이즈와 파트너십을 갖고 닥터 수스 캐릭터와 동화 내용을 담은 장편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 회사가 인수하든, 닥터 수스를 품은 미디어는 어린이라는 강력한 팬덤을 앞세워 메타버스, NFT 등 웹 3.0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닥터 수스의 작품을 보다 대중화시킨 사업자는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 대표작 ‘초록 달걀과 햄’ 애니메이션부터 독점적으로 이 회사의 스트리밍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는 절대 떠나지 않는 어린이 구독자를 엄청나게 확보했습니다.
넷플릭스은 또 다른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넷플릭스(Netflix)는 5편의 닥터 수스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특집 프로그램들을 만들기로 ‘닥터 수스 회사’와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가 만들 새로운 닥터 수스 애니메이션에는 ‘호튼(Horton Hears a Who!)’, ‘The Sneetches’, ‘One Fish Two Fish Red Fish Blue Fish’, ‘Wacky Wednesday’, ‘Thidwick the Big-Hearted Moose’ 등의 대표작이 포함됐습니다. 아직 정확한 공개 일시는 오픈되지 않았고 프로그램은 45분 특집판에서부터 장편 시리즈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에서 시작된 코코멜론, 드림웍스의 ‘Gabby’s Dollhouse’, ‘내친구 샤크독(Sharkdog)’ 등과 같은 미취학 아동 대상 콘텐츠 시청률은 넷플릭스로 옮겨온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