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테크]LA로 옮기는 디스커버리 CEO "콘텐츠가 좋아지면, 글로벌 1위가 될 기회도 주어진다." /스트리밍이 만든 비즈니스 지도/
지난 5월 워너미디어와 합병을 선언한 디스커버리. 내년 상반기 최종 합병을 앞두고 레거시 미디어의 포스트였던 뉴욕을 떠나 LA로 '포스트'를 옮기겠다고 선언. 합병 회사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 "콘텐츠 제작 인력이 있고 새로운 테크가 모이고 있는 LA에서 글로벌 최고 품질 드라마, 영화 만들것"이라고 선언.
(2021-11-12)
AT&T의 콘텐츠 그룹 워너미디어(Warner Media)와 합병을 통해 넷플릭스(Neflix), 디즈니(Disney)와 빅3를 이룬 디스커버리(Discovery)의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가 사업 포스트를 LA로 옮겼습니다. 기존 디스커버리의 사무실은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들의 성지인 뉴욕이었습니다.
자슬라브가 이동을 결정한 이유는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와 NFT, 메타버스 등 이를 활용한 이른바 ‘엔터 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전투를 진두 지휘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과거 미국 미디어 시장은 플랫폼, 뉴스 미디어는 ‘동부(뉴욕 워싱턴)’, 콘텐츠 제작은 ‘서부(LA, 샌프란시스코)’로 양분됐습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과 케이블, 지상파 등 기존 플랫폼의 몰락은 서부 지역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 합병사 메인 포스트 LA]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병 회사 CEO가 될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최근 한 행사(Paley International Council Summit)에서 “나는 캘리포니아, 특히, LA로 사무실을 옮길 것”이라며 “그곳 스튜디오에 사무실을 만든다”고 전했습니다.
또 그는 “제작 현장을 직접 경험해볼 것”이라며 “콘텐츠가 좋아지면 질수록 글로벌 미디어를 이끄는 리딩 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CNN 등 핵심 미디어 계열사 일부가 미 동부에 있어 당분간은 정기적으로 뉴욕 등을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포스트가 이제 뉴욕이 아닌 LA의 스튜디오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자슬라브가 미 서부에서 기대하는 것은 스트리밍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직접 느끼고 한 발 빠른 결정을 하는 힘입니다.
자슬라브는 향후 5년 사이 할리우드에서 미디어 기업 간 추가 합병이 일어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완성하기 위해 규모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자슬라브 CEO는 “나는 우리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콘텐츠 시장 지각 변동과 스트리밍 시장 전쟁에 싸울만한 충분한 무기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후 미국 미디어 지형은 혼조세입니다. 패럿애널리스틱스(PA)가 최근 조사한 ‘미디어 그룹별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3분기)에 따르면 워너-디스커버리 합병사는 디즈니에 이어 2위로 넷플릭스에 앞섭니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을 압도할 점유율이 아니어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예고됩니다.
그리고 이 경쟁은 스트리밍 시장에 벌어집니다.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수요도 5위 안에 올라있는 모든 미디어 기업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스트리밍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미디어 업계는 그야말로 빅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의 규모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디즈니도 10일 실적 발표에서 2024년 디즈니+ 콘텐츠 제작에 90억 달러(10조 6,4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라이언스게이트, 스타즈 매각 등 합종연횡 본격화]
먼저 스트리밍 경쟁에서 미디어들의 덩치 키우기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워너미디어와 함께 아마존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MGM을 84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중소 스튜디오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헝거 게임’. ‘존 윅’ 등으로 유명한 라이언스게이트(Lionsgate)는 11월 4일 회사 실적 발표에서 프리미엄 케이블TV채널이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타즈(Starz) 매각을 위해 분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소니픽처스가 넷플릭스나 애플과 손을 잡아야할 타이밍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망 미디어 스타트업 7곳 중 2곳은 LA에]
두 번째는 스트리밍 경쟁은 차별화 양성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콘텐츠의 질과 서비스 질(스트리밍, 몰입도 증가 등)을 높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지점에서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이 한 곳으로 수렴되는 LA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개입합니다.
자슬라브가 활동 거점을 LA로 자리를 옮긴 것도 바로 이 때문이입니다. 전통적으로 콘텐츠 제작 시설과 인력, 기반 등이 갖춰진 LA는 최근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한 테크놀로지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AI, 디지털 콘텐츠, NFT, 메타버스, 불록체인, 디지털 시청률 측정, 스트리밍 등 기술과 콘텐츠가 만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LA가 맡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 붐도 실리콘밸리에 이어 2위 수준입니다. 피치북에 따르면 LA에 위치한 스타트업의 2021년 상반기 기업 가치 중간값(median)은 6,500만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16%가 상승했습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미디어 디인포메이션이 뽑은 미디어 분야 유망 스타트업 7개 기업 중 2곳은 LA에 위치한 엔터 테크 기업이었습니다. 이중 한 곳을 소개합니다.
브랫 TV(Brat TV)
디지털 비디오 스튜디오인 브랫(Brat)은 디지털 비디오 스튜디오입니다. 유튜브 등의 디지털 채널 전용으로 Z세대에 통하는 드라마, 쇼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그야말로 젊은 이들만을 위한 TV입니다. 지난 2017년 Rob Fishman, Darren Lachtman 등 2명이 이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브랫 TV이 공략하고 있는 지점은 중간층입니다. 전통 TV의 퀄러티(high production quality)와 온라인 콘텐츠의 내러티브와 길이, 역동성을 갖추는 겁니다. 이 회사가 왜 LA에 존재하는 지를 알 수 있는 설명입니다.
브랫은 오리지널 콘텐츠 인기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피치북에 따르면 기업 가치는 3,000만 달러 이상이며 자금 투자도 5,000만 달러를 달성습니다. 브랫은 이제 넷플릭스, 플루토TV 등 스트리밍 서비스들에게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는 라이선스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소셜 미디어 스타 딕시 다멜리오(Dixie D’Amelio)와 함께 오리지널 드라마도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7년 설립돼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펀딩과 오리지널 IP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창업주인 롭 피쉬맨(Rob Fishman)은 “브랫TV의 유튜브 채널은 51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가 있고 매년 50만 명이 증가한다.”며 “올해 전체 시청 시간이 5,000만 시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미디어 기업들도 스트리밍 시장에서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로 뛰어든 이상, LA지역의 변화를 주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닐슨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 가치 평가 기업들, NFT 스타트업과 같은 회사 중에선 원석 수준의 보석도 많을 겁니다. 물론 새로운 저널리즘 실현하는 뉴스 스타트업들도 이곳에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