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올림픽도 구하지 못할" NBC 피콕(Peacock)의 고민
지난 2월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했지만 답답한 시청률에 미국 주관 방송사 NBC의 고민. 특히, 올해는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을 띄우기 위해 모든 경기를 스트리밍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관심 없는 올림픽에 피콕 울상. 전문가 "올림픽이란 빅 이벤트가 TV를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
지난 2022년 2월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Olympics)은 경기가 속속 개최됨에 따라 열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TV를 통해 경기를 보는 오디언스들의 온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TV시청 환경도 바뀌었습니다.
미국 올림픽 주관 중계 방송사인 NBC는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서 모든 경기를 실시간 및 VOD를 중계합니다. 한국에서는 평창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미국 스트리밍은 첫 도전입니다.
물론 올림픽을 스트리밍하는 곳은 피콕만은 아닙니다. 유튜브(Youtube)가 보유하고 있는 구독형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TV(미국에서만 서비스 월 65달러)도 올림픽 중계에 나섰습니다. 유튜브TV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경기를 녹화해 무한 반복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NBC “디지털 중계의 중심은 스트리밍”]
그러나 피콕이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자세는 유튜브와는 다릅니다. NBC유니버설은 96억5,000만 달러(1조 9,000억 원) 중계권료를 쓰고 스트리밍 올림픽 전쟁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사용료만을 내고 올림픽을 중계하는 유튜브와는 달리, NBC는 올림픽을 통해 피콕을 살리고 NBC유니버설에게는 광고 수익을 안겨줘야 합니다. NBC의 올림픽 중계는 오는 2032년까지입니다.
NBC유니버설은 지상파 및 케이블TV채널(NBC, USA Network, CNBC), 인터넷(NBCOlympics.com), 스트리밍 피콕(Peacock) 등 자사 모든 미디어 플랫폼 포맷을 통해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풀 포맷(Full Format)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올림픽 기간 총 2,800시간의 경기 관련 라이브와 VOD콘텐츠가 전달될 것이라고 경기 전 기자 간담회에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뭐니해도 플랫폼은 피콕(Peacock)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의 프리미엄 상품(월 4.99달러) 가입자는 경기 실시간 중계, 프라임타임 재방송, 저녁 올림픽 분석 프로그램, 오리지널 다큐멘터 등을 모두 시청할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은 방송사들의 미래입니다. Digital TV Research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26년이면 유료 방송의 미국 가구 보급율(침투율)은 50% 이하가 됩니다. 이에 반해 2027년임녀 유료 방송을 보지 않는 가구가 7,200만 곳을 넘게 됩니다.
[겸손해진 피콕의 자세]
피콕은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당시, 일부 인기 경기만을 중계했다가 구독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경기가 중계되지 않자 서비스를 끊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남자 농구팀 등 일부 경기는 (디지털에서는) 피콕에서만 중계됐는데 이 역시 불만이었습니다.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NBC유니버설이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달라졌습니다. 올해 올림픽 중계부터는 디지털 중계 중심을 아예 스트리밍으로 옮겼습니다.
NBC 스포츠 담당 대표 피트 베바콰(Pete Bevacqua)는 최근 행사에서 “도쿄를 통해 값진 교훈을 얻었다”며 “방송과 스트리밍을 통해 모든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렇게 하는 첫 번째 미국 방송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콕 대표인 켈리 캠벨(Kelly Campbell)도 “올림픽에 앞서 오디언스들의 콘텐츠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20년 런칭한 피콕 입장에서 이번 올림픽은 절실합니다. 2년 넘게 서비스를 해왔고 올림픽이라는 독점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가입자 확대가 지지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실적에 따면 피콕의 유료 가입자 수는 900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700만 명은 케이블 TV 등 상품 번들 가입자나 무료 가입자입니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등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올림픽 관심도 하락]
그러나 올림픽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피콕에게는 고민입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2월 4일 개막식 시청률(멀티 플랫폼)은 1,600만 명으로 지난 1988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도쿄 올림픽의 최저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했습니다. 1,600만 명이라는 숫자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2,830만 명)보다 43% 낮은 수치입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 온라인 TV 등 모든 플랫폼을 동원했는데도 이 정도라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이전 최저는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었습니다. 도쿄 경기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가장 낮은 시청률(1,7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시청률 하락은 주목도 하락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도쿄 올림픽의 미국 프라임 타임 시청률도 1,550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2016년 리오 올림픽에 비해 시청률이 42%하락했습니다.
2022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흥행 실패는 어느 정도 예정돼 있었습니다. 엄격한 방역 규정으로 인해 취재진과 선수들의 이동도 제한적입니다. 방송 입장에선 보여줄 거리가 없다는 문제로 다가옵니다.
NBC도 인원 제한으로 인해 현장 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슈를 확대했던 과거와는 달리 미국 대표팀을 취재하는데 최대한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화제성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방송사들은 경기가 아닌 어이없는 방역 시스템, 로봇 식당 등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을까요.
NBC유니버설은 겨울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관심도도 바닥입니다.
최근 윕미디어(Whip Media)가 미국 13세 이상 자사의 스마트TV 시청률 측정앱(TV Time)과 피콕을 사용하는 5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피콕을 통해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시청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가입자의 절반 가량이 올림픽을 스트리밍을 통해 볼 생각이라고 답한 겁니다.
그러나 이는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피콕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본다는 응답에 비해 낮은 비중입니다. 피콕을 즐겨보는 사람 일부가 베이징 올림픽 경기를 즐길 때 피콕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경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는 이 설문 조사 결과와 유사합니다.
올림픽 등 종합 스포츠 중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조사에 겨울 올림픽 때 피콕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76%가 베이징 겨울 올림픽 자체에 흥미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피콕의 부진이 스트리밍의 성능 문제가 아닌 흥미가 떨어진 올림픽 때문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이런 추세라면 당초 올림픽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게다는 피콕의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피콕은 구독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현재 상당수 고객이 별도 돈을 내지 않은 케이블TV이용 가입자입니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는 컴캐스트는 자사의 무선이나 유선 인터넷, 방송 상품 이용자들에게 피콕 무료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 조사에 따르면 프리미엄 상품(월 4.99달러) 이용자 84%가 무료 이용자입니다. 피콕이 가입자 한 명당 매달 8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올림픽은 스트리밍을 못구해줘]
특히, 조사 응답자 중 상당수가 55세 미만이라는 것은 (미래에도) 올림픽이 피콕을 돕기는 어렵다는 가정을 확신시킵니다. 올림픽 경기가 화제가 되고 긴장감이 집중적으로 이어지게 되면 단기간 가입자가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2020도쿄 여름 올림픽 당시에도 인기 경기가 진행됐을 때 반짝 가입자 증가 효과가 있었지만 이 효과는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NBC유니버설은 전통적인 통합 시청률 등을 측정하던 닐슨 외 광고 노출 등을 집중 조사하는 다른 콘텐츠 가치 측정 업체의 데이터를 올림픽에 적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NBC유니버설이 참조하는 데이터인 iSpot.TV에 따르면 올림픽 프라임 타임 프로그램은 다른 프라임 타임 프로그램보다 광고 주목도가 14% 낮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동시간 대 방송된 다른 빅3(ABC, CBS, FOX)보다는 단위당 광고 노출빈도(ad impressions per unit)가 247%높았습니다.
정작 피콕 가입자가 활성화된 때는 2021년 하반기입니다. 인기 영화와 드라마 개봉이 피콕에 집중되던 시기입니다. 앱토피아(APPTOPIA) 분석에 따르면 피콕은 2021년 10월 18일 하루 거의 29만600번의 다운로드가 일어나며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이 때는 NBC유니버설의 지난해 하반기 가장 인기 영화였던 ‘할로윈 킬즈(Halloween Kills)’가 극장과 피콕에 동시 개봉됐던 3일이 포함됐습니다. 영화가 피콕 이용 붐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됩니다. 올림픽 보다는 영화입니다.
피콕의 사례는 스트리밍의 성장을 위해선 오리지널 콘텐츠, 영화 독점 개봉, 극장 스트리밍 동시 개봉 전략(day -and-date) 등이 단기 이벤트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영향력이 계속되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역할 자체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벤트(올림픽)도 의미있지만 우리는 일상(드라마, 영화)를 매일 살고 있습니다.
한편, 유튜브TV는 이번 올림픽 중계와 관련 스포츠 경기 콘텐츠를 보기 좋은 곳에 집중 배치했습니다. 아마 ‘굳이 케이블TV를 구독하지 않아도 유튜브TV를 통해 올림픽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프로그램 라이브와 함께 구글의 막강한 검색 엔진도 오디언스들이 원하는 경기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합니다. 이는 분명히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교 우위에 있는 큰 강점입니다.
그동안 기술 기업들은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통 TV회사를 이기려고 노력했습니다. TV채널 방식이 아닌 웹 형태의 콘텐츠 검색 방식만을 고집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튜브TV는 달라 보입니다.
전통적 케이블TV 모델을 따르지만 그것을 더 개선했습니다. 2020년 말 유튜브TV의 미국내 가입자는 300만 명 가량입니다. 아직은 전통적인 케이블TV와는 달리 제공하는 채널도 빈약하지만, 올림픽은 다른 문제입니다. 전력을 다하는 피콕에 비해, 기술로 승부를 거는 유튜브TV의 움직임에 더 기대가 가는 이유입니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곳이 중국이라는 점도 시청율을 낮추는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미국인들 중국에 대한 적대감정이 상당하더라구요.
네 합당한 지적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