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유튜브 방송사가 온다. PC가 아닌 TV로
유튜브, 미국에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무료 영화 드라마 예능 콘텐츠 4,000여 편 편성. 여기에 실시간 채널을 런칭하면 웨이브 등 스트리밍과 차이 없어. 특히, 미국에서 1억 3,000만 명이 TV를 통해 유튜브를 보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TV진출.
최근 전해드린 삼성 스마트TV의 방송 시장 진출(테니스 채널 독점 런칭)에 이어 이번엔 유튜브의 방송 진출입니다. 한 명도 버거운데 이젠 두 사업자입니다. 기존 방송사로선 곤혹스러운 현실입니다.
유튜브(Youtube)가 광고 기반 무료 VOD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그동안 개인이나 콘텐츠 사업자들이 포스팅한 AVOD는 많았지만 유튜브가 자체 VOD를 서비스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튜브는 지난 1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포기했지만, 숏 폼을 강화하고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광고 기반 VOD를 유통하기 시작한 겁니다. 광고 기반에서 구독 기반으로 전략 이동도 예견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유튜브는 3월 22일(미국 시간) 광고와 함께 무료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약 100개의 TV 프로그램, 총 4,00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수십 개의 풀 시즌 콘텐츠를 출시했습니다.
이 무료 TV프로그램(The free TV shows)은 현재 미국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무료 VOD에는 영화와 함께 고든 램지(Gordon Ramsay)의 ‘헬 키친(Hell’s Kitchen), ‘키친 나이트메어(Kitchen Nightmares)’, ‘Andromeda’, ‘Heartland’, ‘Scream Queens’, ‘Unsolved Mysteries’ 등의 콘텐츠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모두 무료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화하는 유튜브]
개인이나 사업자가 아닌 유튜브가 스스로 무료 광고 기반 VOD를 편성했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화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FAST)에 유튜브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무료 FAST는 유료 구독 기반 서비스와 함께 양대 스트리밍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매상이 소매 시장에 들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유튜브가 다양한 VOD를 편성해 무료 FAST 형태를 갖추게 되면 현재 플루토TV(Pluto TV)나 투비(Tubi), 아마존의 IMDB TV와 본격 경쟁을 하게 됩니다.
또 그동안 홍보 용도로 드라마, 영화 VOD 일부를 무료 서비스하던 콘텐츠 사업자들과도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유튜브가 단순 유통 업자에서 편성 개념을 가진 콘텐츠 유통 사업자로 바뀔 경우 시장 상황은 보다 복잡해집니다.
유튜브는 무료 TV와 영화를 공급하기 위해 디즈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부문(including Disney Media & Entertainment Distribution), 워너브러더스(Warner Bros), 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 라이언스게이트(Lionsgate), 필름라이즈(FilmRise) 등과 유통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스티 세컨즈(Gone in Sixty Seconds), ‘런어웨이 브라이드(Runaway Bride)’, ‘금발이 너무(Legally Blonde)’ 등이 지금 무료 서비스됩니다. 유튜브는 매주 100편의 새로운 타이틀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유튜브 TV앱을 통해 대부분 스마트TV 등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상당수 타이틀이 1080p HD, 5.1서리운드 사운드로 제공됩니다.
[방송사가 된 유튜브 이후]
그동안 유튜브가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는 건 업계에서도 의아한 일이긴 했습니다. 유튜브를 홍보 마케팅이나 광고 기반 매출 툴로 활용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을 의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가 TV로 진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현재 유튜브 이용자 중 상당수는 TV를 통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버라이어티가 지난 2020년 12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0년 말 18~44세 세대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비디오 플랫폼이었습니다. 만약 유튜브가 자체 VOD를 제공했을 경우 더 많은 시청자들이 이 플랫폼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입니다.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2021년 12월 기준 스마트TV를 통해 유튜브를 보는 인구가 1억3,5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중 10%만 유튜브 무료 콘텐츠로 끌어올 경우 유튜브는 미국에서만 톱3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 FAST에도 위협& 기회]
유튜브의 정책 변화는 현재 유튜브 내에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를 구축하고 있는 방송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는 VOD만 포함될 뿐 무료 광고 기반 실시간 채널(FAST)을 운용하지 않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며 못할 리 없습니다.
이미 유튜브는 미국에서 유튜브TV(구독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 70달러 구독 기반 유료 TV플랫폼인 유튜브TV에는 ABC뉴스라이브(ABC News Live), 폭스 소울(Fox Soul), 라이브나우(LiveNOW), NBC 뉴스 나우(NBC News Now), TYT Network 등과 같은 무료 채널 서비스도 송출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라이브 채널들이 송출되는 오디언스를 끌어당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을 위해 별도 라이브 채널을 만들 경우 다른 사업자들은 경쟁하기 힘듭니다.
미국에서 FAST채널은 최근 상당히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FAST채널의 핵심은 무료와 콘텐츠가 실시간 송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1위 FAST채널인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플루토 TV(Pluto TV)는 2021년 10억 달러(1조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폭스의 투비도 2023년 수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에 빅테크들도 FAST에 가세했습니다. 아마존도 IMDB TV를 운영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와치(FAST Watch)를 통해 AVOD를 서비스합니다.
유튜브의 FAST시장 가세는 미디어 시장을 단숨에 흔들 수 있습니다. 투비(Tubi)의 ‘마스키드 싱어(The Masked Singer)’ 채널 등과 같이 독점 IP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큰 영향을 안 받을 수 있지만 단순 유통하는 스트리밍 채널과 케이블TV는 타격입니다. 특히, 라이선스를 구입해 같은 콘텐츠를 유통하게 되면 유튜브의 규모를 이길 수 있는 사업자는 없습니다.
위기만 있지 않습니다.
유튜브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 시장 진출은 FAST시장의 대중화를 빠르게 앞길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튜브가 서비스를 한다면 고연령층도 FAST에 익숙해질 겁니다. 광고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삼성, LG 스마트TV가 자체 스트리밍 채널 편성하면서 확산이 시작됐던 FAST채널은 유튜브가 합류할 경우 기존 TV를 밀어낼 만한 동력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삼성 스마트TV는 최근 테니스 경기 스트리밍 채널을 독점 편성하면서 ‘TV 방송사’로 진화를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는 미국에서만 방송 테스트를 시작했지만, 글로벌 진출에 대한 장벽은 없습니다.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한국 등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우리도 긴장이 필요합니다.
PS>FAST채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콘텐츠가 연이어 송출되는 유튜브채널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