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혁신 뉴스 미디어 쿼츠(Quartz)는 5년 만에 900억 원 가치를 어떻게 잃었나
고품질 비즈니스 뉴스 미디어로 출범했던 쿼츠. 한 해 매출의 1배도 안되는 1,000만 달러 미만에 G/O 미디어에 인수. 모바일 경제 뉴스, 일일 데일리 글로벌 경제 뉴스를 표방했던 쿼츠는 구독 시장 실패. 구글 등의 디지털 광고 시장 공략으로 한 번에 무너져. 디지털 미디어들의 미래는
뉴미디어 저널리즘 업계에는 충격적 소식입니다.
10년 전 설립돼 한 때 대안 언론으로 불렸던 글로벌 뉴스 뉴미디어 쿼츠(Quartz)가 1,000만 달러(126억 원)도 안되는 가격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2022년 4월 28일 G/O미디어(G/O Media)에 매각된 쿼츠가 현재 연간 매출의 1배 수준의 인수 가격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1년 쿼츠의 매출은 1,110만 달러로 50명의 기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G/O 미디어는 기즈모(Gizmodo), 코타쿠(Kotaku), 블로그 미디어 가우커 미디어(Gawker Media) 등의 미디어를 운영하는 언론사입니다.
[저널리즘의 미래 쿼츠, 구글에 쓰러지다.]
미국 미디어 전문가들은 쿼츠도 결국 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지배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인플레이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도 쿼츠의 사업을 괴롭혔습니다. 뉴스 콘텐츠의 품질 문제로 구독자 확장이 더뎠고 광고 시장은 이미 ‘저널리즘’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쿼츠는 지난 2012년 20명의 기자로 뉴욕에서 창업해 10년 만에 일본, 아랍 에미레이트, 홍콩, 아프리카, 인도 등의 지역 에디션도 운영했던 글로벌 뉴스 미디어로 성장했습니다. 이 회사는 기업가들을 위한 글로벌 ‘디지털 네이티브 뉴스(digitally native news outlet)’를 표방하며 점유율을 높여갔습니다.
쿼츠는 또 저널리즘의 미래(future of journalism)라고도 불렸습니다. 잡지사인 애틀란틱 미디어(Atlantic Media)의 설립 이후 혁신 포맷을 실험했고 고품질 비즈니스 뉴스(high-profile business news)를 앞세워 ‘독자 참여와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식(way to drive engagement and community)’의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포맷을 실험했습니다.
그러나 쿼츠의 추락은 디지털 대변혁 시기 ‘디지털 뉴스 스타트업’이 얼마나 생존하기 어려운 지를 보여줬습니다.
2010년도 중반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뉴스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60%에 달했습니다. 2017년에는 일간 순수 방문자(unique visitors)가 2,200만 명을 넘었고 뉴스레터 구독자(Daily Brief)가 7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2017년에는 일본 기업 데이터&뉴스 회사 유자베이스(Uzabase)가 쿼츠를 8,600만 달러(1,000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 가격과 비교하면 5년 사이 900억 원의 회사 가치가 줄었습니다.
2020년에는 재투자 계획과 함께 현재 경영진이 경영권을 다시 되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쿼츠는 유료 구독 시장이 정체됐고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자크 수워드 CEO는 지난 주 매각 발표를 앞두고 “경영진이 자금을 조달하고 우리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각이 쿼츠와 직원들의 미래에 가장 좋은 길"고 말했습니다.
뉴미디어의 어려움은 쿼츠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디지털 미디어들은 구글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 합병에 나섰습니다. 복스 미디어(Vox Media)와 그룹 나인 미디어(Group Nine Media)가 통합됐고 버즈피드(Buzzfeed)는 컴텍스 네트웍스(Complex Networks)를 인수했습니다.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는 라파이너리(Refinery29)를 매입했습니다.
[디지털 뉴스 수익=광고+이벤트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수년 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디지털 미디어들에게 냉소를 보내며 투자 이익을 반환하라는 압박을 가했습니다. 더 이상 ‘디지털 뉴스 수익 =광고+이벤트’라는 공식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투자자들을 조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쿼츠도 디지털 혼란의 시대, 뉴미디어 뉴스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매각도 그렇지만 이 회사의 낮은 가치 평가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현실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쿼츠는 지난 2021년 690만 달러 손실을 봤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회사가 오는 2023년까지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20년 1,23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쿼츠는 매출 매년 규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저널리즘 위한 인수]
G/O미디어는 지난 2019년 사모 펀드 회사 ‘그레이트 힐 파트너스(Great Hill Partners)’가 가우커 미디어(Gawker Media)의 일부였던 몇 개 사이트를 인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짐 스판펠러(Jim Spanfeller) G/O 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이후에도 “쿼츠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 자크 수워드(Zach Seward)가 쿼츠의 편집장 겸 총괄 매니저로 남았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스판펠러는 또 “쿼츠는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 등 가치 있는 광고주와 다양한 구독자를 끌어 모일 수 있는 고품질 글로벌 비즈니스 저널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인 인수였다”고 밝혔습니다.
스판펠러는 올해 말 쿼츠가 올해 말까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쿼츠는 G/O 미디어가 소유하고 있는 다른 웹사이트의 독자들도 흡수해 광고 규모를 키운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쿼츠의 유료 구독자는 2만 5,000만 명 수준입니다. 쿼츠는 4월 14일 회사 성명을 통해 웹사이트(QZ.com)에서 유료로 제공되던 뉴스 콘텐츠를 대부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히는 등 변신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무료 전환 대신 쿼츠는 유료 회원(2만 5,000명)들을 위해 독점 프리미엄 뉴스레터(two premium emails)을 2개를 런칭 했습니다.
그러나 G/O미디어의 계획대로 정상화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G/O미디어 자체가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시달리는 등 경영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근본적인 뉴스 수익 모델 변화가 없다면 또 다른 M&A가 매각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구독 미디어로의 전환이 답이지만 지금 규모를 구독 만으로 유지하려면 ‘정말 중요한 퀄러티 비즈니스 미디어’가 되어야 합니다.
[스팩의 거품이 꺼진 이후 힘든 디지털 미디어]
2020년 디지털 미디어가 상장이나 자금 조달을 위해 잇달아 만들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거품이 꺼진 이후 일부 미디어들은 자체 매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CNBC는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가 최근 구매자를 찾기 위해 재무 담당 고문을 영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바이스도 지난해 7GC & Co Holdings와 함께 SPAC를 결성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침체로 자금 모집에 실패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바이스가 독자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디인포메이션은 바이스 미디어가 자금 마련을 위해 ‘스튜디오 비즈니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이스의 가장 큰 비즈니스인 스튜디오 매각은 잠재적으로 바이스의 전체 매력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바이스 미디어는 수년 간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TPG 등과 같은 투자자들에게 11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이라는 압력을 받아왔습니다.
바이스가 스튜디오 매각에 나선 이유는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 이후 콘텐츠 스튜디오(production companies)의 몸 값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미디어 회사에 비해 인수 가격이 저렴하지만 핵심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 팬 층은 일정 수준 두텁습니다.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스튜디오 수요는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배우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이 만들었던 프로덕션 회사 헬로우 선샤인(Hello Sunshine)은 2021년 8월 투자 회사 블랙스톤이 이끄는 캔들 미디어(Candle Media)에 9,000만 달러에 팔렸습닙다. 코미디언 케빈 하트(Kevin Hart)의 스튜디오는 최근 사모 펀드로부터 1억 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바이스가 스튜디오를 제대로 판매한다면 부채를 갚을 수 있겠지만 미래 성장 동력은 사라지게 됩니다. 디지털 뉴스 미디어들에게 그나마 남은 무기는 ‘콘텐츠 제작 능력’과 이를 추앙하는 팬들입니다. 이런 매력이 없어진다면 추락은 더 빠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