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디즈니+, 사상 첫 성인 등급(R-rated) 영화 편성. '멀티 스트리밍 전략'에 미치는 영향
어린이와 가족 콘텐츠의 대명사였던 디즈니+가 사상 처음으로 성인 등급 영화 3편(데드풀, 로간 등) 편성. 폭스 스튜디오의 작품. 기존 폭스 작품은 자매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Hulu)가 주로 편성해왔다는 점에서 디즈니의 멀티 스트리밍 전략이 수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디즈니(Disney)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Disney+)는 그동안 4개 세대가 모두 볼 수 있는 콘텐츠만을 편성하는 전략으로 유명했습니다. 바로 ‘남성’ ‘여성’ ‘어린이’ ‘노인’.
이는 디즈니+가 사실상 모든 연령과 성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족 성향의 콘텐츠 만을 편성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디즈니의 스트리밍 콘텐츠 편성 전략이 바뀌고 있습니다.
7월 22일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Disney+)가 성인 전용 영화(R-rated Movies) ‘데드풀(Deadpool) 1, 2와 ‘로간(Logan)’을 편성했습니다. 어린이 콘텐츠와 가족이 보는 콘텐츠로 유명한 디즈니+가 18세 이상 성인 등급의 영화를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디즈니+, 폭스를 품다]
3개의 마블 영화는 20세기 폭스(FOX)가 만든 작품입니다. 디즈니가 2019년 폭스를 인수하면서 이제 디즈니+에 포함됐습니다.
이들 작품은 일부 폭력적인 장면과 성인 대상 주제, 성적인 내용도 상당수 담고 있어 디즈니+ 영화로는 부적합했습니다. 시청 등급으로는 폭력성 높은 R등급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2017년에 개봉했던 영화 ‘로간’의 경우 수위가 더 높습니다.
영화 드라마의 폭력성이나 음란성을 평가해 어린이들의 시청 등급을 제공하는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는 로간에 대해 신체 노출, 음주 등이 다소 등장한다며 매우 강하고 피비린내 나는 만화책 폭력’을 포함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커먼센스는 데드풀 역시 어린이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추천했습니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 디즈니는 성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청 비밀 번호나 부모들이 아이들의 보는 콘텐츠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모 컨트롤’ 기능도 지원합니다.
그동안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콘텐츠만 편성하던 디즈니+로는 이번 ‘로간’과 ‘데드풀’의 편성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콘텐츠 다양성을 통한 가입자 확대?]
일부에선 디즈니+가 어린이 대상 콘텐츠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의식한 모양새라는 분석을 내립니다.
사실 어느 정도 맞는 해석입니다. 지난 2021년 12월 버라이어티가 윕미디어(Whip Media)에 의뢰해 13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696명)의 절반이 넘는 53%가 디즈니+의 TV나 영화 콘텐츠가 부족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콘텐츠가 매주 업데이트 되지는 않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성이었습니다. 60% 이상이 성인이나 청소년 콘텐츠가 더 많이 공급되면 디즈니+의 시청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습니다.
디즈니의 이런 결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디즈니의 움직임을 비난하는 그룹도 있습니다. 미국 시민 단체 패런츠 텔레비젼&미디어 카운슬(Parents Television and Media Council)은 보도자료를 내고 “디즈니+가 당초 약속(R등급의 콘텐츠를 편성하지 않겠다)을 깼다”며 비난했습니다. 어린이 시청 등급(PG-13) 이하만 디즈니+에 편성하겠다는 약속을 깼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디즈니는 공개적으로 이런 약속(가족 콘텐츠만 편성하겠다)을 한 적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 단체들은 한 작가가 남긴 트윗으로 디즈니 전략을 해석해 왔습니다.
2019년 8월 엔터테인먼트 작가 에릭 베스프(Eric Vespe)는 디즈니 한 대표자(익명)의 말을 인용해 ‘디즈니+가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콘텐츠만 편성할 것”이라고 트윗’에 남긴 말’을 거론했습니다.
PTC 대표 팀 윈터(Tim Winter)는 성명을 내고 “디즈니+가 부모 시청 컨트롤 기능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R등급이나 성인 시청가(TV-MA) 등급의 편성은 가족들의 신뢰와 감성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디즈니 이미지가 몇 개월 만에 무너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PTC는 이전 디즈니+가 일부 TV-MA 등급 시리즈(Daredevil, Jessica Jones, Luke Cage, Iron Fist)를 편성할 때도 비난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성인 콘텐츠 편성이 디즈니의 멀티 스트리밍에 미치는 영향]
이 뉴스레터가 주목하는 부분은 ‘디즈니의 순결성’이 아닙니다.
산업적으로 ‘데드풀’의 편성이 디즈니의 멀티 스트리밍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디즈니+가 성인 대상 콘텐츠를 라인업에 포함하면서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 3개(디즈니+, 훌루,ESPN+)를 운영하면서 훌루의 경우 성인이나 젊은 세대 대상 콘텐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폭스 제작 콘텐츠를 훌루에 편성할 것이라는 기존 언급이 있었던 만큼, 디즈니+의 폭스 영화 편성은 전략 수정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단독 서비스로 훌루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디즈니가 결국 디즈니+와 훌루를 합병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훌루는 원래 폭스, 컴캐스트, 디즈니 등 미국 메이저 방송사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해 설립한 합작사입니다. 현재는 디즈니(66%)와 컴캐스트(Comcast)가 지분(소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영은 2019년 폭스를 인수하면서 폭스의 훌루 지분(33%)까지 확보한 디즈니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2019년 디즈니는 컴캐스트와 이르면 2024년 컴캐스트의 훌루 지분 33%를 최소 275억 달러(36조 250억 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원래 디즈니 전략은 훌루(Hulu)를 폭스 콘텐츠를 포함, 글로벌 시장에 런칭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즈니+가 디즈니와 마블, 픽사 콘텐츠를 포함한 서비스가 된다면 훌루는 폭스의 드라마,영화를 담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로 육성하는 겁니다.
하지만 폭스로부터 또 다른 해외 스트리밍 브랜드 스타(Star, 인도 등 동남아시아)를 인수하면서 이 계획은 변경됐습니다.
결국 디즈니는 훌루를 미국 내 서비스로만 운영하게 됐고 해외는 스타를 통해서 나가게 됐습니다. 폭스의 콘텐츠들도 훌루가 아닌 스타를 통해서 편성됐고 해외 오리지널도 스타에 포함됐습니다.
디즈니는 훌루에 대한 오리지널 투자도 늘려왔습니다.
디즈니+가 광고를 편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트리밍 광고를 받아낼 곳은 훌루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투자는 디즈니가 지난 2022년 5월 광고 판매 업프론트(Upfront) 행사에서 90억 달러의 광고(11조 7,900억 원)를 따내는데 큰 공헌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훌루는 계륵입니다.
특히, 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넷플릭스를 넘어서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지금, 디즈니가 훌루와 디즈니+를 모두 육성할 힘이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나옵니다.
게다가 현재 훌루(한국 웨이브와 유사)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NBC유니버설은 호시탐탐 철수 시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 올인하기 위해서 입니다.
각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콘텐츠 장벽을 쌓고 있는 지금, 훌루의 운명은 백척간두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일부 있지만 NBC유니버설의 ‘SNL’이나 ABC의 ‘그레이 아나토미’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훌루의 경쟁력은 없습니다. (이것은 바로 라이선스 콘텐츠에 힘이 실린 스트리밍의 미래입니다.)
라이트쉐드(LightShed)의 애널리스트 리치 그린필드(Rich Greenfield)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가 컴캐스트의 훌루 지분을 사는 대신, 컴캐스트에 오히려 지분을 팔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디즈니가 R등급 콘텐츠를 편성한 이후 이 가능성을 더 높였습니다.
케이블TV 1위 컴캐스트가 훌루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 지도는 달라질 겁니다.
컴캐스트가 훌루 경영권을 확보하면 자사의 NBC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과 함께 강력한 ‘스트리밍 번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시장은 다음과 같이 빠르게 재편될 겁니다.
-넷플릭스
-디즈니+(ESPN+ 및 폭스를 품은 디즈니)
-HBO MAX+디스커버리 연합군(HBO MAX, 디스커버리+는 지난 4월 모회사 합병)
-피콕+훌루
글로벌 합종연횡은 물론 우리 사업자의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