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특파원의 시대는 끝났다.” 편견 없는 글로벌 미디어를 준비하는 스미스(Smiths)들
글로벌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한 편견 없는 뉴스를 준비하고 있는 저스틴, 벤 스미스 전직 기자. 글로벌 25~30개 국에서 영어가 가능한 현지 기자를 채용해 지역 및 권역 뉴스와 미국 뉴스를 동시에 양방향 제공하는 미디어. 오는 가을 런칭
오늘은 뉴스 미디어에 관한 내용입니다. 뉴스의 진화에 관심을 두기 힘든 독자 분들은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관심 많은 이런 분들은 결론부터 보셔도 충분합니다. 새로운 시작에 두려움을 느끼시는 분들도 참고하세요.
제 뉴스레터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담는 콘텐츠(특히 뉴스), 포맷, 비즈니스 모델, 사람을 주제로도 합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10여 개의 언어로 작성된다.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인도나 싱가포르 등에서 영어가 가능한 기자를 선발한다. 특파원의 시대는 끝났다.”
올해 가을(2022년) 글로벌 미디어 스타트업 설립을 목표하는 새로운 미디어 벤처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입니다. 국내에도 몇 번 소개된 적 있는 이 언론사는 저스틴 스미스(Justin Smith) 전 블룸버그 미디어(Bloomberg Media) 편집국장, 전 버즈피드(Buzzfeed) 편집장이자 뉴욕타임스 미디어 칼럼리스트였던 벤 스미스(Ben Smith)가 준비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둘 다 스미스지만 혈연 관계는 없습니다.
최근 이 둘은 회사 설립에 앞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 글은 세미나와 뉴욕타임스 등의 매체 인터뷰를 인용해 작성됐습니다.
두 명의 스미스 기자들이 준비하고 있던 글로벌 미디어는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업계에선 로이터(The Reuters), AP(The Associated Press), 더타임스(The Times) 등 글로벌 통신사와 경쟁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창업주들이 이 미디어 스타트업을 명명하는 용어는 ‘글로벌 오디언스에 편견 없는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회사(outlet that delivers unbiased journalism to a global audience)’입니다. (너무 길어 ‘글로벌 오디언스 언론’이라고 지칭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이 회사가 다시 레이더에 걸린 것은 상당한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악시오스(AXIOS)는 두 명의 스미스가 2,000~3,000만 달러(370억 원 상당)의 자금의 투자를 약속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이들은 밥 아이거(Bob Iger) 전 디즈니 CEO, 로렌 포월 잡스(Laurene Powell Job)의 이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 등에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월 15일 이 미디어는 지나 추아(Gina Chua) 전 로이터 최고 에디터(Top Editor)를 선임에디터로 임명했습니다. 올해 60살인 추아는 홍콩 사우스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에서 근무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 편집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또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기자 중 가장 연장자이기도 합니다.
[전략: 35개 언어로 발간. 특파원 시대의 종말]
추아를 선발한 같은 날, 저스틴 스미스는 뉴욕의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럽(the Harvard Business School Club)’과 줌미팅을 통해 상세한 뉴스 미디어 전략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브랜드도 수개월 내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25~30개 언어로 뉴스가 발간될 것”이라며 “아시아, 유럽, 중동 등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미스는 런던, 뉴욕, 워싱턴 등에 기반을 둔 언론사들이 기자들을 해외에 파견(특파원)해 뉴스 보도를 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는 “외국 독자들은 영어를 할 줄 아는 네이티브(homegrown English-speaking native)가 특정 나라 뉴스를 소개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언론사가 미국에 파견한 특파원이 아닌 현지 태생 기자가 전하는 미국 소식을 말합니다. 물론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가능한 기자들입니다. 오히려 이런 현지 선발이 ‘가장 낮은 비용에 지역과 권역 뉴스룸을 확장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스미스는 많은 교육을 받은 영어가 가능한 기자들을 전세계에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현재 외국 독자들이 글로벌 뉴스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미스는 현재 “외국 언론사들이 파견하는 기자들은 물론 고학력에 미국 등에서 학교를 다녔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로컬 미디어가 전하는 소식은 인상적이지 않고 일부는 국가의 통제 아래 검열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스미스가 말하는 새로운 글로벌 오디언스 뉴스 미디어는 현지 전문가가 생산하는 현지 뉴스입니다. 영어로도 쓰고 현지 언어로도 작성합니다.
스미스는 지금 미국 주요 언론사들은 뉴욕, 워싱턴, 애틀랜타(CNN) 등이 앉아서 싱가포르나 중동 뉴스를 작성한다고 비판합니다. (물론 최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유럽과 아시아 현지 보도를 늘리고 있습니다. CNN 역시 다른 각 지역마다 다른 버전의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도하는 기자는 특파원(Correspondent)들입니다. )
또 비영어 뉴스 기사를 자동으로 영어로 번역하는 시스템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저널리즘을 위한 번역 소프트웨어의 퀄러티가 매우 발전했다며 세부적인 뉘앙스도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략: 버티컬과 슈퍼스타 기자 영입]
글로벌 오디언스 미디어는 오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타깃으로 회사 형태를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정치 기반 미디어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주 중 한 명인 벤 스미스 스스로가 폴리리코(Politico)와 버즈피드 뉴스(Buzzfeed News)에서 편집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이 회사 브랜드를 가장 빨리 알리는데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은 오는 2024년 뉴스레터를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2008년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폴리티코가 그랬던 것처럼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이를 다루는 뉴스레터를 런칭하는 겁니다.
뉴스레터는 특정 진영이나 이슈에 강한 정치 전문 기자를 영입해 ‘버티컬 콘텐츠(editorial verticals)’를 선보입니다. 이를 위해 벤 스미스는 미국에서 최고의 정치 전문 기자라고 불리는 뉴욕타임스의 매기 하버만(Maggie Haberman)을 영입하고 싶다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자 미팅에서도 벤 스미스는 엘리트 오디언스(Elite Audience)와 혁신(Disruption)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쓰며 구독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슈퍼스타 기자(superstar reporters)’를 뽑을 예정이라고 공개했습니다.
스미스 기자들은 지난 1월 글로벌 뉴스룸 구축 계획을 밝 힌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들은 영어에 익숙하고 대학 졸업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2억 명(200million members of an English-speaking, college-educated, professional class)이 타깃 오디언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과거 특정 기자만을 몰아주는 탤런트 저널리즘 모델(talent model for journalism)은 아닙니다. 벤 스미스는 개별 기자들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스미스는 “현재 탤런트 저널리즘 모델은 망가졌다”며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이미 오디언스는 기사를 쓰거나 영상을 전달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소셜 미디어를 미디어 소스로 인지하는 젊은 층(15~29세)의 비율은 전체의 70% 이상입니다.
[새로운 글로벌 미디어 대한 회의론]
일부에선 스미스의 미디어의 전략이 매우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당장 자신의 주머니를 열기 주저한다는 것입니다.
3,000만 달러 가량의 자금을 모았지만 당장 수년 내 다양한 지역에서 영어가 가능한 기자를 선발하기 위해선 최소 8,000만 달러~1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합니다. 슈퍼스타 기자를 뽑기 위해서는 상당한 스카우트 자금도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미스는 올해 가을 미국과 다른 해외 지역(유럽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지사를 우선 설립한다는 계획입니다.
[비즈니스 모델-구독, 광고, 그리고 이벤트(행사)]
새로운 글로벌 뉴스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입니다. 구독(subscriptions), 광고(, advertising), 그리고 이벤트(즉 행사(Event))입니다. 다른 미디어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벤트로 오는 2023년 스폰서를 대상으로 한 의미 있는 오프라인 글로벌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점은 약점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미디어 스타트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지점은 바로 이 곳입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블룸버그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기존 메이저 뉴스 미디어뿐만 아니라 새롭게 생긴 버티컬 정치 미디어 퍽(Puck) 등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뉴스미디어와 관련 다른 현재까지 개발된 다른 형태의 수익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저널리즘, 메타버스, 탐사보도, 팩트체킹, 로봇 저널리즘 등은 전쟁을 이기는 방법이 아니란 전쟁을 준비하는 기술입니다.
스미스의 새로운 글로벌 미디어의 비즈니스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력한 구독 의사와 수익을 몰아줄 수 있는 버티컬 전략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술들은 모두 이를 위한 도구입니다. )
버티컬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자들은 현장 참여 유료 이벤트(돈이 얼마나 들던)에 오디언스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의 창업에 대해 벅스미디어는 ‘퀄러티는 저널리즘의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quality is the best business model)’라고 지적했습니다.
벤 스미스는 인터뷰에서 “매우 상투적인 말이지만 ‘회사의 마지막 단계’는 전세계에서 보다 많은 오디언스에 봉사하며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5, 52살에 시작한 자신의 꿈에서 기회를 찾다]
저스틴 스미스와 벤 스미스는 각각 52살과 45살입니다. 새로운 뉴스 미디어 벤처의 최고 에디터가 되겠지만, 세간의 일반적인 평가에선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미디어의 역사가 있습니다. 또 경력이 만들어준 기회를 보는 눈도 있습니다.
벤 스미스는 버즈피드의 창업주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의 스카우트로 2012년 버즈피드 첫 뉴스룸 구축에 도전해 8년 간 일했습니다. 그 후 벤은 2020년 뉴욕타임스 미디어 칼럼리스트로 합류했다. 그 전에는 폴리티코에 근무했습니다.
저스틴 스미스 역시 안정적인 8년의 블룸버그 생활을 마치고 생소한 뉴스 스타트업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2013년 블룸버그에 합류한 저스틴 스미스는 텍스트 통신과 증권 단말기 사업에 집중하던 블룸버그를 라이브 이벤트와 비디오 뉴스의 강점을 가진 뉴미디어 회사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블룸버그의 창업주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는 스미스의 이직을 축하하는 성명에서 “저스틴은 블룸버그 미디어가 디지털 미디어 업계 선두 주자가 되는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룸버그 근무 전 저스틴은 애틀랜틱 미디어(Atlantic Media)에서 비즈니스 미디어 쿼츠(Quartz)를 런칭하기도 했습니다.
저스틴은 1월 5일 글로벌 뉴스 스타트업 합류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꿈과 시장에서의 기회를 찾기 위해 떠나기로 결정했다.”. 저스틴이 말한 시장 기회는 글로벌 오디언스에 편견 없는 저널리즘을 전달하는 글로벌 뉴스 미디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