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슈퍼가 아닌 슈퍼볼(Super Bowl) 광고
30초 당 610억 원이 넘는 고가 광고 회피하는 기업들 늘어나...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현대자동차도 이번엔 광고 참여 안해
(2021-02-04)
지난 주 유명 음료 브랜드 마운틴 듀(Mountain Dew, 펩시)가 지난 주 새로운 슈퍼볼 광고 티저를 공개했습니다. 이 동영상에는 수박을 이용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강아지가 나오지만,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의도된 연출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현실을 반영하면서 신제품(수박 맛 음료)을 홍보하는 컨셉트입니다.
제작도 모두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원격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그러기 위해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애니메이션을 택했습니다. 광고 회사 옴니콤(Omnicom Group Inc)이 제작을 맡았는데 모든 작업을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해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미국 프로미식축구 NFC 우승팀과 AFC 우승팀이 겨루는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Super Bowl)은 미국에선 기업들에겐 광고의 최대 격전지입니다. 1년 중 최고 시청률(요즘엔 매년 떨어지지만)을 기록하는 최대 이벤트인만큼, 기업들의 TV광고도 큰 화제가 됩니다.
특이한 컨셉트로 매년 화제가 되는 기업도 나오고 천문학적인 광고비도 언론의 주목을 받습니다. 2021년에도 슈퍼볼 광고비는 30초당 5,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613억 가까이 됩니다. 그나마 경기가 좋지 않아 지난해에 비해 10억 가까이 떨어진 금액입니다.
그러나 2021년 슈퍼볼(Super Bowl) 광고 시장은 예년과는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습니다. 광고를 하지 않는 대기업도 있고 마케팅비를 다른 곳에 쓰는 곳도 생깁니다. 그리고 광고 주제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법이나, 코로나 블루(우울함)을 치유하는 컨셉트가 많습니다.
[단골이 빠진 슈퍼볼 광고 시장]
워낙 광고 금액이 비싸다보니 슈퍼볼 광고는 사실 대형 기업들의 잔치였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는 많은 단골 기업들이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맥주회사 버드와이저와 음료 회사 코카콜라(Coca-Cola)도 광고 대열에서 빠졌습니다.
매년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슈퍼볼(Super Bowl)은 미국에서 시청률이 가장 좋은 이벤트입니다. 광고주들에겐 상당히 많은 오디언스(Audience)에 접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입니다. 이런 기회를 포기했지만 비정상 시대 후회는 없어 보입니다.
CBS는 최근 오는 2월 7일 템파베이 베이커니스(Tampa Bay Buccaneers), 캔자스 시티 칩스와의 슈퍼볼 경기 광고가 완판됐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가격은 30초 당 5,500만 달러(613억 원)입니다.
하지만, 완판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이는 1년 전 폭스보다 훨씬 늦은 수치로 수요가 별로 없었음을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당연히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광고주들이 예산 절감에 나선 탓이 큽니다. 코카콜라가 참여하지 않고 현대자동차도 이번에는 광고 대열에서 빠집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미디어 그룹 비방디의 광고 대행사 하바스 미디어(Havas Media)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제이슨 카네프스키는 “이런 상황에서 30초당 5,500만 달러(613억 원)이나 하는 비즈니스의 가치를 점점 더 정당화하긴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말 그대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광고에 그 정도의 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 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맥주 회사 버드와이저(Budwiser)도 37년 만에 슈퍼볼 광고를 집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 회사는 백신 인식 광고 캠페인(vaccine-awareness ad campaign)에 돈을 기부합니다.
콜라회사들은 극장과 레스토랑 폐쇄로 매출에 직격탄을 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올해 슈퍼볼 광고를 집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펩시(Pepsi)는 하프 타임 쇼(경기 중간 휴식 시간에 벌어지는 공연)를 후원하고 마운틴 튜와 프레토 레이(Frito-Lay)를 위한 일부 제품을 위한 광고를 준비하고 있지만 주력 제품(콜라)의 광고는 없습니다. 지난해 보스턴을 주제로 한 슈퍼볼 광고로 화제가 됐던 미국 현대자동차도 올해는 빠졌습니다.
이 결정에는 신차 출시 시기도 한 몫 했지만 지난해 마케팅 계획을 세우면서 대유행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너무 컸습니다.
2021년에는 영화 예고편(Trailer)도 슈퍼볼 경기에서 보기 힘들 전망입니다. 슈퍼볼은 한때 신작 영화들의 홍보 장소였지만 더 이상 아닙니다. 지난 2019년 슈퍼볼 경기에서 숨막히는 자동차 레이싱 영화 <F9>을 선보이고 심지어 공연하지 했던 유니버설이 올해는 침묵합니다. <F9> 개봉이 한 차례 미뤄진 데다 오는 5월 미국 메모리얼 데이(5월 31일) 개봉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올해 극장에 정상적으로 개봉될 영화가 없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Top Gun: Maverick>, MGM의 제임스 본드 영화 <No Time to Die>, 디즈니의 <Black Widow>, <뮬란 Mulan> 등 다양한 영화가 예정됐지만 올해는 겨우 2편만 정상적으로 미국 극장에 개봉했습니다.
나머진 수차례 극장 공개가 연기됐습니다. 때문에 영화 예고편 공개도 당연히 줄었는데 시장 조사 기관 칸타(Kanta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에서~1월 2일가지 TV네트워크를 통해 공개된 영화 예고편 수가 전년 대비 82% 감소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광고 잇달아 등장]
그래도 슈퍼볼 광고에 기대를 거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매년 슈퍼볼 광고에 처음 참가하는 기업들은 광고 컨셉트로 화제를 낳기도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주제로 한 광고를 들고 나옵니다. 미국 조경 회사인 스콧 미라클 그로(Scotts Miracle-Gro Co)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집게 갇힌 사람들이 정원을 운동과 교제 그리고 원격으로 일하는 장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광고를 통해 보여줄 예정입니다.
또 온라인 중고 자동차 거래 사이트인 브룸(Vroom Inc)은 소비자들이 어떻게 만나지 않고 안전하게 중고거래를 하는지를 광고를 통해 보여줄 계획입니다.
참고로 광고에는 자동차 영업소에서 고문을 받은 뒤 차가 배달될 때는 집 앞에 앉아 편안히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회사의 피터 슈레 최고 마케팅 담당자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많은 대리점들이 문을 닫은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최적화된 광고를 고민했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엔 슈퍼볼 만큼 좋은 무대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지난 2015년 1억1,44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슈퍼볼 TV 시청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시청 패턴의 변화도 원인입니다. 지난해 칸자스 시티 칩스(Kansas City Chiefs)와 샌프란시스코 49ers 간 슈퍼볼은 1억 명 시청자를 겨우 넘어 역사상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습니다. 앞서 ‘아직은'이라고 표현했지만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기입니다.
상당수 시청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감에 따라 슈퍼볼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종합 스포츠 중계의 인기가 먼저 떨어졌고 이제는 단일 종목들의 TV시청률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슈퍼볼의 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