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지역 스포츠의 미래 계획에 없는 케이블TV
미국 케이블TV 구독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중계와 뉴스는 그나마 구독자를 유지시키는 보루. 그러나 최근 미국 지역 스포츠 채널(RSN)들이 케이블TV를 넘어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는 경향 늘고 있어. 이제 RSN의 미래와 케이블TV의 미래는 달라지고 있어. 온라인 스포츠 베팅에도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이 중요.
미국에서 라이브 스포츠 경기는 유료 방송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스포츠 경기 시청을 위해 유료 방송을 구독하는 고객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2021년 100대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을 집계한 결과, 1위가 NFL경기(83개)였습니다. 2위 역시 올림픽(4개), 3위는 대학 농구(College Basketball, 2개)였습니다. 이에 스포츠 TV 및 스트리밍 중계권료도 천문학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소비자들이 드라마, 예능 등 자신들의 원하는 콘텐츠를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점점 옮겨가고 있지만, 스포츠와 뉴스는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 번들(묶음 상품)에 묶여 있습니다.
이에 유료 방송에서 뉴스와 스포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버라이어티 집계 결과, 2021년 미국 케이블TV 상위 5,000개 프로그램 중 4,500개 이상이 뉴스와 스포츠 장르였다. 2016년 3,000여 개 남짓에서 편중도가 더 커졌습니다.
케이블TV, 지상파 방송 등 미국 레거시 미디어들도 스포츠와 뉴스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미 드라마와 리얼리티 쇼의 주도권을 스트리밍 서비스에 넘겨준 이상, 레거시 미디어에 남은 건 스포츠와 뉴스 뿐입니다.
그러나 느긋한 면도 있습니다. 스포츠가 독자적으로 케이블TV에서 벗어나 세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전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 COO 체이스 케이시(Chase Carey)는 회사의 2013 투자자의 날에 “알 라 카르테(개별 채널 판매)는 환상(A la carte is a fantasy)”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스포츠 채널에 번들(Bundle)로 묶여 채널 개별 구독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케이시의 말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지역 스포츠 전문 중계하는 스포츠 채널인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 RSN(Regional Sports Networks)는 높은 비용과 지역의 요구 때문에 스트리밍 서비스 행을 주저했던 과거와는 달리 ‘채널을 직접 스트리밍’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번들(묶음 상품, Bundle)이 아닌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겁니다. 이른바 RSN 스트리밍입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야구나 농구(NBA), 아이스하키 등 지역 스포츠 게임의 중계 홈인 RSN은 유료 방송 번들에서 상당한 비중의 콘텐츠 사용료(carriage fees) 징수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역 경기라는 한계가 있지만 말입니다.
[NESN, 월 29.99달러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
RSN의 스트리밍 서비스 첫 진출은 NESN입니다. 보스턴 지역 스포츠 채널로 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the Boston Red Sox)와 보스턴 아이스하키 팀 보스턴 브루인스(Boston Bruins) 경기를 중계하고 있습니다. Fenway Sports Group, Delaware North이 모회사인 NESN은 지난 2022년 6월 초 ‘NESN 360’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NESN 360은 유료 방송을 거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지역 메이저 야구와 아이스하키, 미식축구,프로농구 경기를 송출합니다. 월 이용 가격은 29.99달러(첫 달 1달러)이고 연간 구독을 하면 보스턴 레드삭스 시즌 경기 8개 경기의 티켓도 지급됩니다.
다만 NESN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만 서비스됩니다. 메이저 리그 야구의 경우 이 지역 외에는 ‘MLB.tv’가 스트리밍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NESN 360 구독자들은 라이브 경기와 함께 각종 경기 하이라이트를 VOD도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애플TV, 안드로이드TV 등을 통해서도 서비스됩니다.
[뉴욕 양키스, Bally Sports RSN]
지난 2022년 6월 23일 뉴욕 지역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RSN, 발리 스포츠(The Bally Sports)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발리 스포츠는 미국 2위 지역 방송 미디어 그룹인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Sinclair Broadcast Group)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발리 스포츠 스트리밍은 밀워키, 디트로이트, 탬파베이 등 5개 지역(Milwaukee, Detroit, Tampa Bay, Kansas City, and Miami)에서 서비스됩니다. ‘발리 스포츠+(Bally sports+)이름의 이 스트리밍 서비스는 MLB, WNBA, NHL 경기 등을 스트리밍합니다. 월 19.99달러(연 189.99달러)로 제공됩니다. 싱클레어는 올해(2022년) 연말, 최소 28개 팀(NBA 16개, NHL 12개) 등의 지역 경기를 중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RSN의 미래는 케이블TV에 있지 않다.]
물론 유료 방송 TV번들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케이블TV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어 미래가 밝지는 않습니다. 리히트만 리서치(Leichtman 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미국 상위 유료 방송 사업자는 구독자 195만 가구를 잃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입자 감소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체 가입자 감소는 케이블TV 생태계에 존재하는 RSN에게도 위협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RSN들은 코드 커팅을 단행하는 구독자에 스포츠 경기를 케이블TV가 아닌 곳에서 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싱클레어 ‘발리 스포츠’의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은 업계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 RSN 중 가장 큰 플레이어이기 때문입니다. 19개 채널과 뉴욕 양키스 경기를 중계하는 에스 네트워크(YES Network), 시카고 컵스를 중계하는 마퀴 스포츠 네트워크(Marquee Sports Network)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싱클레어 CEO 크리스 리플레이(Chris Ripley)는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서 성장을 보고 있다.”며 “유료 방송 서비스(MVPD)에서 RSN과 스트리밍 서비스 공존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는 또 “ 유통 파트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위한 콘텐츠 공급망도 갖추어야 한다.”며 “스트리밍 서비스(DTC)는 크고 성장하는 케이블TV 번들 서비스 밖에 있는 스포츠 팬들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공 키워드는 ‘규모’에 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TV시리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대세는 아닙니다. 특히, 미국 지역 스포츠 콘텐츠 사업자로 발리 스포츠의 포지셔닝은 아직 애매합니다. 이에 더 많은 야구(MLB)팀들이 모아 중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RSN들은 또 수익 다각화를 측면에서도 스트리밍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구독료 외 광고와 스포츠 베팅 등 다른 수익원도 키워줄 수 있습니다. 광고의 경우 RSN은 다른 전국 단위 스포츠 중계 채널에 비해 저평가 되어 있습니다. 미국 스포츠 광고 시장은 매우 큽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 리그를 중계하지만, RSN은 오디언스의 규모 등에 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오디언스 도달율이 높아진다면 광고 가격 저평가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방송권역이 제한되어 있지만 타깃 광고 기술(어드레서블), 고도화된 시청률 측정 기술 등을 이용하면 CPM(1,000회당 노출 비용)을 높일 수 있습니다.
스포츠 리그, 팀과의 관계는 RSN 스트리밍 성장을 위해선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 메이저 스포츠 리그는 RSN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특정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기 중계를 위한 고품질 시스템 구축 및 안정성 유지부터 수익 배분까지 다양하다. 또 DTC(Direct to Consumer) 서비스를 통해 팬, 오디언스와 교감을 원하는 리그들도 있습니다.
[RSN 스트리밍과 스포츠 베팅의 상승 관계]
미국 RSN 입장에서는 스포츠 베팅(Sports Betting) 시장도 놓칠 수 없습니다. 지난 2018년 미국 대법원이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허용한 이후 관련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각 주들은 이후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시작했고 기존 온라인 스포츠 베팅 기업 드래프트킹스(DraftKings)나 카지노 MGM 등 많은 사업자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온라인 스포츠 베팅이 허용된 주는 21개에 달합니다. 이외 폭스(FOX)도 플루터(Flutter)과 제휴해 폭스벳(FoxBet)를 설립하는 등 미디어 기업들도 이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RSN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RSN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온라인 스포츠 베팅은 잘 어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하는 팬들은 스포츠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스포츠 베팅에 직접 뛰어들 수도 있고 제휴도 가능합니다. RSN 입장과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한 셈입니다.
리플리는 인터뷰에서 “게임 베팅을 좋아하는 이들이 스포츠 시청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은 많은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각각의 팬들에게 보다 개인화 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발리 스포츠+가 직접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파트너와 협업해 특정 베팅 사이트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각 스포츠 리그들이 스포츠 베팅 파트너와의 새로운 제휴 거래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MLB는 발리스와 드래프트킹스와 협업 중이고 NBA 역시 드래프트킹스, MGM과 손을 잡았다. 또 프로 아이스하키리그(NHL)은 BetMGM, Fanduel과 ‘경기 중계’와 ‘스포츠 베팅’을 연계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이런 분위기 라면 결국 RSN도 스포츠 베팅 기능을 포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미국 2022년 1월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 규모는 82억 달러(10조 7,200억 원)까지 올라섰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벌어 들인 개인들의 수익은 다시 게임으로 재투자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미국 온라인 게임 베팅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게임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주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RSN 규모의 경제가 중요]
RSN 스트리밍 서비스도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이탈율(Churn)’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일부 지역 경기 만을 중계하는 서비스라는 한계 때문에 가격 장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사용자는 시즌 경기가 시작하면 가입했다가 시즌이 끝나면 이탈하는 경향을 반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역성이 강한 만큼 RSN 구독은 해당 팀의 성적과 연동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 팀이 선전할 경우 더 많은 경기를 보기 위해 RSN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때문에 RSN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구독자 관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NESN 360은 연간 구독 상품을 가입한 이용자들에게 보스턴 레드 삭스 직접 관람 티켓 8장을 제공합니다. NESN이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마케팅입니다. 다른 RSN들도 각자 수준에 맞춰 구독자 확보에 고민 중입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은 안정성과 확장성에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뉴스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CNN+의 좌초(32일 만에 폐쇄)에서 볼 수 있듯, 특정 지역이나 팀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리스크가 분명 존재합니다.
무디(Moody)의 스포츠 애널리스트 닐 베글리(Neil Begley)는 할리우드리포트 인터뷰에서 “커버리지 확장이나 또 다른 수익 개발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팀과 리그도 스트리밍에 따른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특정 팀과 리그에 종속적인 위험을 피하려면 RSN 스트리밍도 여러 지역의 경기를 중계하는 ‘멀티 리그 스포츠 스트리밍’ 형태를 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RSN 스트리밍은 MLB나 NHL, NBA 등이 운영하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입니다.
또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스포츠 중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RSN의 미래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메이저 리그 축구 리그인 MLS는 최근 애플(Apple)과 모든 리그 경기를 애플 TV와 애플 TV+에서 스트리밍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23년부터 10년 간 RSN은 MLS를 방송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RSN 역시 애플과 같은 리그 경기 전체를 중계하는 스트리밍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규모와 자금에서 밀립니다. 애플과 MLS 거래는 스포츠 스트리밍 중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공한다. 하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든 리그를 무료로 중계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전국 스포츠 채널 ESPN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밥 체이펙(Bob Chapek)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ESPN의 스트리밍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결국 이 방법이 팬들을 위한 궁극적인 서비스”라고 강조했습니다. ESPN은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 ESPN+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약 ESPN까지 스포츠 TV중계를 줄인다면 유료 방송 번들 가입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MESN과 발리 스포츠 외 다른 RSN들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NBC스포츠는 올해 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지역 RSN에서의 스트리밍 서비스 영향력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시카고 화이트 삭스, 시카고 불스, 시카고 블랙호크 등 시카고 지역 스포츠 리그들은 NBC스포츠와의 계약이 끝나는 2024년 10월 새로운 자체 RSN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로운 RSN은 스트리밍 서비스 옵션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카고 컵스는 이미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듯,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으로 스포츠 중계 시장도 상당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유료 방송 TV 스포츠 중계가 대세일 수 밖에 없지만, 이들의 권력 약화는 시간 문제입니다.
리플리 CEO는 “케이블TV의 스포츠 유통 모델은 여전히 강력하다.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시작됐다”며 “그러나 미래에는 유료방송과 스트리밍 스포츠 중계 매출이 거의 대등해질 것이다.” 고 강조했습니다. 팬과 리그 모두가 스트리밍을 원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