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오스카 이후 애플 TV+ 운명은 '구독의 가치' 구현에 달려
애플 TV+, 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CODA'로 최고 영화상 수상. 스트리밍 서비스로서는 처음. 업계에서 오스카가 애플 TV+의 구독자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 집중.
지난 3월 27일(미국 시간) 일요일에 열린 94회 오스카상 시상식에서는 많은 기록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애플 TV+가 ‘코다(CODA)’로 스트리밍으로선 처음으로 작품상(Best Picture) 받은 소식은 가장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넷플릭스가 최근 4년 동안 7편의 작품상 후보(로마, 아일리쉬맨 등)를 오스카에 올렸지만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신생 서비스 애플 TV+가 이룬 겁니다.
업계 관심은 자연스럽게 애플 TV+가 오스카의 덕을 볼 것 인가에 모였습니다. 쉽게 말해 오스카가 구독자 증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상당한 관심사가 됐습니다.
고객 확보만큼 중요한 지표는 고객 유지 혹은 잔류(Retain)입니다. 오스카의 수상이 리텐션에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임은 자명합니다. 애플 TV+(월 4.99달러)는 광고를 편성하지 않는데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고객 유지율은 어떨 까요.
넷플릭스와 훌루가 장악했던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지난 2년 간 엄청난 경쟁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디즈니+, 디스커버리+, HBO MAX, 파라마운트+, 피콕(Peacock) 등이 모두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하는 이들 서비스는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이에 가입자 쟁탈전과 유지 노력은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HBO MAX를 비롯해 최근 디즈니+까지 가격을 낮춘 광고+구독 모델을 런칭했습니다.
[광고 없는 스트리밍, 고객 잔류율 높아]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싼 서비스가 고객 이탈율이 높을 것으로 상상됩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입니다.
블룸버그(Bloomberg)가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를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와 디즈니+번들(디즈니+, ESPN+, Hulu)의 평균 고객 유지율(customer retention rates)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들 서비스는 광고를 편성하지 않는 대신 다소 고가입니다. 사업자 별로 분석해도 광고 없는 비싼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히려 광고 기반 저렴한 스트리밍보다 고객 이탈률이 낮았습니다.
서비스 별 상세 분석을 보면 디즈니+ 번들 미국 구독자 중 85%가 다음 달까지 구독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10명 중 8명 정도가 디즈니+의 한 달 이상 이 서비스를 이용할 가치를 느꼈다는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 달 이후 가입자 유지 비율이 83%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장기전에 강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고객 잔류율(customer retention)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72%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번들 고객의 잔류율은 62%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디즈니+는 초반에 강하고 넷플릭스는 장기전에 강점이 있습니다.
이는 콘텐츠 공급량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강력한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확실한 팬이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의 경우 신작 공개 시 많은 고객이 몰립니다. 그러나 이들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 시청이 끝나면 다시 다른 서비스를 찾아 떠납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계속 공급되면서 장기적으로도 구독 가치를 느낀다는 겁니다. 역시 구독의 가치는 양과 질에서 발생합니다.
같은 프레임에서 디즈니+의 월별 요금제의 고객 유지율(customer retention for the Disney+ 월 6.99달러~9.98달러 등)은 디즈니+ 번들보다 낮았습니다. 번들 고객의 평균 62%는 6개월이 지난 후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는 돈을 많이 내는 충성 구독자가 ‘구독의 가치’를 느끼면 오히려 저가 구독 상품 구독자에 비해 더 오래 동안 고객으로 남는다는 말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여행, 음식, 자연, 리얼리티 등의 다큐멘터리에 강점을 가진 디스커버리+(Discovery+)의 생존력입니다.
디스커버리+는 2021년 1월 처음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던 시기였습니다.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고객 유지율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히려 파라마운트+, 피콕(Peacock) 등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고객 잔존율이 높았습니다. 디스커버리+(Discovery+)의 6개월 고객 유지율은 64%로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이은 3위였습니다. 콘텐츠의 독특함과 유일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콘텐츠가 디스커버리+에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디스커버리+의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량은 타사를 압도합니다.
[무료 혹은 광고 포함 저가 스트리밍 서비스, 고객 유지율 낮아]
2021년의 경우 피콕의 평균 6개월 고객 유지율은 57% 수준이었습니다. 피콕도 지난 2020년 7월 시장에 들어온 비교적 역사가 짧은 스트리밍입니다. 또 파라마운트+(Paramount+)는 2021년 분석에서 가장 낮은 고객 유지율을 기록했습니다. 파라마운트+의 6개월 평균 고객 유지율은 절반 이하인 45%입니다. 가입자 절반 이상이 6개월 이후 이탈한다는 내용입니다.
종합하면 광고 없는 유료 구독 스트리밍이 광고 기반(혹은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고객 유지율이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각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유료와 광고 지원 저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교할 경우에도 오히려 광고 없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고객 유지율이 높았습니다.
더 많은 구독료를 지불하는 충성 고객들이 오랫동안 구독자로 남아있었습니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광고를 편성하는 전략은 장기적인 구독 비즈니스 강화 차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디즈니+ 번들 상품은 광고 없는 유료 요금제, 광고 지원 저가 요금제를 모두 제공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 둘을 비교할 때 광고 없는 번들 요금제(The ad-free bundle plan)의 6개월 평균 고객 유지율이 71%로 광고 지원 요금제(the ad-supported plan) 68%에 비해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경향은 디스커버리+, 훌루(Hulu), 피콕(Peacock) 등에도 나타났습니다. 디스커버리+의 고객 유지율은 유료 요금제가 68%였고 광고 지원 요금제가 64%였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광고 포함 스트리밍 서비스 전략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요구합니다.
당연히 광고를 포함해 가격을 낮춘 저가 유료 서비스는 필요하고 많은 사업자들도 준비 중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광고 의존도는 ‘유료 구독 의지’를 떨어뜨립니다.
지난 2020년부터 확산된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양한 마케팅 실험을 해왔습니다. 100% 유료 서비스로 시작된 스트리밍은 팬데믹을 이용, 극장 영화를 극장과 동시 개봉(HBO MAX)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는 최신 영화를 공급하되 별도 과금(Premier Access fees for select new movie releases) 하는 방식을 영화 ‘뮬란(Mulan)’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덩치 키우기도 가속화됐습니다. 2021년 5월 아마존은 MGM 스튜디오 인수를 발표했고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합병을 선언했습니다. 특히, 이 합병으로 HBO MAX와디스커버리+도 합쳐진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넷플릭스는 E커머스 숍을 열었고 16종의 모바일 게임을 스트리밍 서비스 앱에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적절 수익 모델 개발 위한 실험은 광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FAST)가 대세였다가 최근엔 유료 서비스 사이에서 광고 지원 저가 스트리밍 서비스 런칭이 유행입니다. 앞으로 이런 실험들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하나의 수익 모델만 가지고 가는 사업자는 존재 하지도 않을 겁니다. 디즈니의 광고 기반 서비스 확장도 이런 차원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이탈하는 고객들을 단속해야 할 겁니다.
다시 애플로 돌아가서 오스카 수상 이후 구독자 확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광고 지원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