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9)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스마트TV(Smart TV) 보유 가구가 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 가까운 미국 가구가 스마트TV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TV는 스마트폰처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하는 만큼, 이들 가구가 아무래도 스트리밍 서비스(Streaming Service) 이용량이 더 많습니다.
때문에 스마트TV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력한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이나 TCL, 소니와 같은 스마트TV제조사들은 자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을 열기도 하고 애플TV+, 피콕 등 스트림이 서비스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스마트TV가 없어도 인터넷만 있으면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밍 디바이스(Streaming Device)와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합니다. 로쿠(Roku)나 아마존 파이어TV 등인데 스마트TV와 스트리밍 디바이스는 안방의 주인이 되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런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일단 공격적인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운영이 눈에 뜹니다. 삼성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삼성 TV+)는 제공 채널이 140개가 넘습니다. 또 콘텐트 사업자와의 협업도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틱톡과 손잡고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특화된 틱톡(TikTok)TV를 준비한 데 이어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과 서비스 확대를 위한 협력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미디어 인포메이션은 NBC유니버설과 삼성이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을 삼성 스마트TV에 입점시키는 대신, 피콕의 광고 매출 일부를 삼성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피콕은 지난해 7월 NBC유니버설이 런칭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NBC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드라마, 영화 등이 제공됩니다. 이 매체는 두 회사가 구체적인 계약 관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광고 일부를 양도하는 대신, 공동 프로모션 등 다양한 붐업(Boom-up) 이벤트를 벌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만약 삼성과 피콕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시장에 주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 회사 모두 TV와 콘텐트 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NBC유니버설의 전략적 제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몇가지 교훈이 있습니다.
<주요 시사점 THE TAKEAWAY>
• 삼성 등 스마트TV 기업의 공격적 경영 시작
• 광고와 마케팅 비용 부담이 기업들의 협업 걸림돌
• 스마트TV제조사, 입점 채널 및 스트리밍 서비스에 광고 매출이 15% 요구
삼성이 NBC유니버설과 손을 잡은 사건은 앞으로 벌어질 전쟁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스마트TV 제조사들은 로쿠나 아마존 파이어TV가 그랬던 것처럼 스트리밍 채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이익 실현에 나설 겁니다. 스마트TV의 판매량이 더 늘어나 스스로 플랫폼이 될 경우 무게 중심은 더욱 더 기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지난 1980~90년 대 미국 케이블TV사업자와 채널이 겪었던 상황과도 유사합니다. 이에 대해 스마트TV 광고 데이터 측정 회사인 Alphonso의 창업주 Raghu Kodige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유통 영역에서 상당한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로쿠나 아마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쿠는 이미 TV채널 등에서 입점을 조건으로 광고 시간의 일부나 본인들의 무료 스트리밍 채널을 위한 ‘콘텐트’를 공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NBC유버설은 로쿠에는 입점했으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는 계약 관계의 세부 이견이 있어 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삼성과 비지오 같은 스마트TV 제조업체들은 스트리밍 장치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협상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최근 몇 년 간 나온 스마트 TV에는 Netflix와 같은 앱이 미리 탑재돼 있습니다. 프로모션 비용 등을 투입했기 때문으로 알려집니다.
[스마트TV VS 스트리밍 디바이스 승자는 누구]
요즘 TV로 실시간 채널보단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스마트TV와 스트리밍 디바이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TV는 가정에서 로쿠(Roku)나 아마존 파이어TV 등과 같은 스트리밍 디바이스보다 더 일반적인 것이 맞습니다.
분리형보단 일체형이 더 선호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조사 기관 Parks Associates이 지난해 3분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 가구 56%가 스마트 TV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스트리밍 디바이스(Streaming Device)를 이용하고 있는 가구는 43%였습니다. 10%포인트 이상 스마트TV 보유 가구가 많은 겁니다. 스마트TV 가격도 많이 저렴해져 NPD그룹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미국 스마트TV가격은 평균 23% 하락했습니다.
세계가전전시회(CES)를 주관하는 미국가전연합(CTA)는 올해 소비자들이 3,900만 대의 스마트TV를 구매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스트리밍 디바이스는 2,100만 대 판매를 예상했습니다. NP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TV시장에서 삼성은 26%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경쟁사인 TCL이나 Vizio에 비해 많이 앞섭니다.
스마트TV 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제조사들의 요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만해도 TV제조사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입점시켜주는 조건으로 구독 수익의 25%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 다릅니다. 삼성과 비지오과 같은 스마트TV제조사들은 다른 보상을 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보상은 광고 수익입니다. 피콕과 같은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TV제조사에게 광고 수익 중 10~15% 정도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TV나 스트리밍 디바이스 제조사들은 리모콘에 특정 스트리밍 서비스 전용 버튼을 만들 경우 별도 추가 금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TV제조사들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TV수상기를 통해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에가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예를 틀어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새로운 OTT서비스에 가입을 원할 경우 TV가 아닌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 말은 삼성이나 비지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디바이스를 통해 서비스에 신청하는 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반면, 스트리밍 디바이스는 다릅니다.
이 사실은 분명 스마트TV 제조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이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삼성은 피콕과의 계약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고 할 겁니다. 현재 로쿠(Roku) 등 스트리밍 디바이스 가격이 30달러(3만6,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TV가 아닌 스트리밍 디바이스를 이용해 피콕에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시장 주도권을 위해선 삼성의 분발이 필요합니다.
한국 스마트TV시장은 아직 미국처럼 치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스마트TV에서 설치되는 기본 애플리케이션은 미국 등 해외 사업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장하고 시청 습관으로 자리 잡는 이 때 한국 콘텐트 사업자 및 OTT사업자가 분발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 안방 만큼은 온전히 외국 기업에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만을 위한 국수주의는 아닙니다. 최소한 유효 경쟁이 되어야 시청자들이 이득을 본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