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1986년 '탑 건'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달린 영화의 미래
36년 만에 개봉한 '탑 건' 속편 '매버릭'. 역대 메모리얼 데이 개봉 기록 세우는 등 엄청난 광풍을 일으키며 선전 중. 그동안 팬데믹으로 개봉을 3번 미룬 미룬 성과가 '극장의 힘'으로 나타나. 특히, 전체 관객 중 절반 이상이 35세가 넘는 세대로 '팬데믹' 이후 극장 방을 나오길 주저하던 시청 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의미 커.
젊은 톰 크루즈(Tom Cruise)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준 영화 ‘탑 건(Top Gun)’의 속편 ‘탑 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이 공개되자 마자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 최대 휴일 중 하나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주말에 개봉한 ‘탑 건: 매버릭’은 36년 만에 조종석에 돌아온 톰 크루즈를 축하하듯, 개봉 첫 4일 1억 6,050만 달러의 박스 오피스를 올렸습니다. 이로써 ‘탑 건’ 속편은 지난 2007년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의 기록 1억 5,300만 달러를 넘어서 역대 1위 메모리얼 데이 흥행 영화로 기록됐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도 ‘탑 건: 매버릭’은 (첫 3일 기준) 3위 안에 들었습니다.
당초 파라마운트(Paramount)와 스카이댄스(Skydance)는 ‘탑 건: 매버릭’이 1억 2,400만 달러(5월 27일~29일)’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휴일 기간, 1억 5,10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탑건의 힘은 매우 강했습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 사이 관객이 급증하며 3일 간 1억 2,600만 달러, 4일 간 총 1억 6,000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탑 건’은 북미 지역에서 4,732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는데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36년 만에 복귀한 톰 크루즈]
‘탑 건’ 속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게 날았습니다. 파라마운트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이 영화는 첫 주말 동안 1억 3,900만 달러를 벌어 들여 전체 흥행이 3억 달러(3,723억 원)로 급증했습니다. 이런 첫 주 출발은 여름 흥행의 예고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탑건의 흥행은 마블 히어로 등의 도움 없이 이뤄낸 성과라 더 의미는 큽니다.
팬데믹 이후 개봉한 영화 중 흥행 성적 상위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 2억 6,000만 달러)’,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1억 8,700만 달러)’, ‘배트맨(The Batman 1억 3,400만 달러)’ 등 모두 히어로 영화였습니다.
‘탑 건’ 속편은 올해로 환갑(1962년생)이 된 톰 크루즈에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그의 40년 연기 생활에서 가장 성공적인 데뷔작으로 기록됐기 때문입니다.
크루즈의 주연 작품 중 이전에는 개봉 첫 주말 북미 시장 1억 달러 이상 박스 오피스를 올린 영화는 없었습니다. 2005년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은 첫 주말 박스 오피스가 6,400만 달러였고 2018년 공개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Mission: Impossible – Fallout)’도 6,1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조셉 코신스키(Joseph Kosinski)가 감독한 ‘탑 건:매버릭’은 1억 7,000만 달러(2,109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 1986년 끝난 오리지널 작품의 수십 년 뒤를 잇습니다. 피트 매버릭 미첼(탐 크루즈)은 중요한 미션을 위해 새로운 그룹의 조종사들을 교육시킵니다.
최고 파일럿이자 전설적인 인물 매버릭(톰 크루즈)은 자신이 졸업한 훈련 학교 교관으로 발탁됩니다. 그의 명성을 모르던 팀원들은 매버릭의 지시를 무시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공 훈련에서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든 전설적인 조종 실력에 모두가 압도됩니다. 매버릭의 지휘 아래 견고한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에게 국경을 뛰어넘는 위험한 임무가 주어지자 매버릭은 자신이 가르친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이 될 지 모를 하늘 위 비행에 나섭니다.
탑 건: 매버릭’은 톰 크루즈 외 마일즈 텔러, 글렉 파웰, 존 햄, 제니퍼 코넬리, 발 킬머 등도 출연합니다. 발 킬머(Val Kilmer)는 첫 번째 작품에서 아이스맨을 연기합니다. 이들이 익숙하시다면 중년 이상임이 분명합니다.
‘탑 건: 매버릭’의 선전에는 작품에 대한 호평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수요 측정 기업 PA에 따르면 ‘탑 건’ 속편의 수요(Demand)는 글로벌 1위입니다. 수요 정도도 영화 평균의 88배입니다. PA의 수요는 시청률, 각종 인터넷 기사량, 소셜 미디어 언급 등을 종합해 평가됩니다.
영화 드라마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도 97%의 긍정 평가를 이끌어냈고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의 경우 점수가 A+였습니다.
[탑 건, 올드 팬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다.]
‘탑 건 매버릭’ 관람객들은 거의 과거의 향수를 기억하는 고객들이었습니다.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영화 예매 고객 중 절반 이상인 55%는 35세 이상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상당히 사회학적 경제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성인 고객들은 팬데믹 이후 극장을 다시 방문하는 것을 꺼려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이들이 다시 극장을 방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팬데믹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든 이후 극장을 다시 찾은 첫 번째 고객들은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의 부모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더 이상 아이들과 극장에 갈 수 없는(혹은 가지 않는) 중년 층 관객들은 여전히 극장에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장 많이 구독하고 있는 이들도 30대 중반 50대 사이 세대입니다. 극장이 다시 이들을 불러낼 수 있다면 생존의 노래를 한번 더 부를 수 있습니다. ‘매버릭’은 이들에게 극장을 방문할 명분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또 영화 매버릭의 화려한 비행과 액션신은 젊은 영화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젊은 탑 건 팬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겁니다.
‘매버릭’은 당초 2020년 여름 극장에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여러 차례 연기됐습니다. 많은 영화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했지만, 톰 크루즈는 빅스크린(Big Screen)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파라마운트 북미 유통 담당 대표 크리스 아론슨(chief Chris Aronson)는 언론 인터뷰에서 “극장 개봉을 계속 고수했던 전략이 통했다”며 “이 영화는 오랫동안 극장에 오지 못했던 관람객들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많은 올드 팬들이 영화관에 돌아온다면 탑 건의 성공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탑 건 이후 기대감 더 높아진 영화 비즈니스]
‘탑 건: 매버릭’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에도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향후 하반기 개봉하는 영화들은 흥행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Jurassic World Dominion, 6월 9일)’, ‘엘비스(Elvis, 6월 24일)’, 조던 필(Jordan Peele)의 ‘놉(Nope, 7월 22일) 등의 작품이 6월 이후 극장 공개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들의 선전에 따라 영화 스튜디오와 극장의 주가가 출렁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올드 맨과 우먼들이 관심을 가질 영화 하나만 소개합니다.
‘쥬라기 공원 도미니언(Jurassic World Dominion)’
배우 크리스 프랫(Chris Pratt)이 주연한 ‘쥬라기 월드’가 다시 돌아옵니다. 영화 ‘주라기 공원’ 프랜차이즈는 지난 10년 간 가장 신뢰할 만한 영화 시리즈로 불립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유니버설(Universal)’의 2015년 ‘쥬라기공원’은 개봉 당시 2억 달러가 넘는 박스 오피스를 기록했습니다. 또 2018년 작품 ‘Fallen Kingdom’은 전편만 못했지만, 북미 지역 개봉 첫 주 1억 5,000만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특히 ‘탑 건’이 문을 연 이후 개봉하는 첫 대작이어서 흥행에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새로운 ‘쥬라기 월드’는 주인공 크리스 프랫뿐만 아니라 과거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거 다시 등장합니다. 샘 닐과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 BD 웡 등도 다시 자신의 역으로 나옵니다.
올 하반기 극장 개봉하는 영화를 종합해보면 모두 히스토리(History)를 가진 작품입니다. 이른바 슈퍼 팬이나 과거의 향수를 기억하는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들입니다. ‘쥬리가월드’ 등 이들 영화에는 심지어 배우들도 과거 인물들이 대거 다시 등장합니다.
또 다른 해석은 ‘탑 건’의 초기 흥행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35세 이상 올드 팬들을 극장으로 오게 만들 동인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나이가 드는 건지, 아니면 오랜 영화 팬들을 끌어들일 힘이 생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탑 건의 생태계’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가 선전하고 있지만, 스트리밍은 죽지 않았습니다. 추격에 나섰습니다. 역시 가장 선봉에 선 사업자는 넷플릭스(Netflix)입니다.
주춤했던 넷플릭스도 시청자 쟁탈 경쟁에 나섭니다. 팬들을 3년 동안이나 기다리게 했던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가 시즌4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복고 신고식도 근사하게 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이기도 한 시즌4는 공개 첫 주 영어 작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전 1위였던 ‘브리저튼(Bridgerton)’의 기록을 단숨에 넘어섰습니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톱10 랭킹에 따르면 ‘기묘한 이야기 시즌4’는 5월 23일~29일 2억8,700만 시간이 시청 돼 역대 1위(the record for biggest-ever premiere weekend of an English-language series)를 기록했습니다. 금요일(5월 27일)에야 파트1 7편이 모두 공개됐기 때문에 이 기록은 사실상 주말 28~30일 3일 간 만들어낸 것이어서 더 놀랍습니다.
나머지 시즌4 파트2는 오는 7월 1일 공개됩니다. 시즌4의 힘으로 나머지 3개 기묘한 이야기 시즌도 덩달아 톱 10에 올랐습니다. 시즌1이 3,800만 시간 시청 돼 주간 3위에 오르는 등 ‘기묘한 이야기’ 팬들은 시리즈 다시 보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