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25억 달러 투자의 의미...세계 1위 가성비 콘텐츠 생산지는 '한국'
넷플릭스, 4월 24일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중 한국 25억 달러 투자 약속. 수익성 강화 트렌드로 투자 줄이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 제작비 늘린다는 것은 고무적. 그러나 여기에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분석. 세계 최고의 '가성비 콘텐츠'는 한국산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잡은 스케쥴은 의외였습니다.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사업자 넷플릭스(Netflix)의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를 만난 겁니다. 통상적으로(늘 그렇지는 않지만) 한국 대통령들이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교민 행사나 자동차나 철강, 반도체 등 미국 레거시 대기업들을 먼저 만나왔습니다.
[넷플릭스, 4년간 한국 투자 25억 달러 확약]
대통령의 넷플릭스 면담은 의미가 있습다.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넷플릭스 테드 사란도스 CEO는 4년간 25억 달러의 한국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 투자금액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4년간 25억 달러. 1년 평균 6.25억 달러 투자는 예년에 비해 규모가 늘어난 겁니다.
넷플릭스가 2023년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까지 한국 콘텐츠 투자액은 7억 달러이고 2021년 한해에도 5억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시장 분석 회사 MPA(Media Partners Asia)는 넷플릭스가 2022년 한국 콘텐츠에 7억 달러를 집행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넷플릭스의 한 해 전체 콘텐츠 투자 금액은 170억 달러 수준입니다. 버라이어티는 2025년 넷플릭스의 투자액은 200억 달러 수준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넷플릭스가 구독자 증가보다 수익성이나 구독자 유지(Retention)을 더 무게감을 두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 방미 당시, 넷플릭스가 공개한 25억 달러는 규모보다는 이를 확정 발표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꺼낸 금액인 만큼 큰 문제가 없다면 이 규모 이상을 유지하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드 사란도스는 성명에서 “한국 창의 산업이 계속 위대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습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이유는 효율성]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정치가 아닌 경제가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는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1억 4,200만 명이 시청한 ‘오징어게임’의 경우 9억 달러의 가치를 넷플릭스에게 안겨줬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제작비가 214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입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넷플릭스는 2023년 1월 전체 구독자의 60% 한국 콘텐츠를 봤다고 공개했습니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수요는 넷플릭스가 매주 발표하는 시청률 순위인 ‘톱10(Top10)’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비영어 영화) 7위가 ‘길복순’입니다.
TV(비영어)는 더 화려합니다.
김희애 주연의 ‘퀸메이커’가 2위며 ‘더 글로리’는 6위에 올라있습니다. 9위는 한국 TVN 드라마 ‘환혼’입니다. '퀸메이커는 심지어 직전 주에는 1위에 올랐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한국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PA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 지역 한국 드라마 영화 수요 점유율은 2020년 2.4%에서 2022.02에 3.2%까지 높아졌습니다.
넷플릭스에게 한국 콘텐츠는 시청률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으로 북미 지역 가입자가 정체 상태를 보이는 넷플릭스의 경우 아시아 시장 확대가 아주 큰 희망입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2023년 1분기 171만 명의 구독자가 증가한 넷플릭스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10만 명이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150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비밀 번호 공유 단속의 영향으로 라틴 지역 구독자는 45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아시아가 없었다면 다시 한번 가입자가 줄어들 뻔 했습니다.
MPA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포함, 아시아 콘텐츠에 2023년 19억 달러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전년 대비 12%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런 투자로 넷플릭스의 아시아 지역 매출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9억 달러를 더 써, 40억 달러를 벌 수 있다면 괜찮은 장사입니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는 한국 콘텐츠만큼 강한 무기가 없습니다.
MPA는 19억 투자 중 특히, 이중 47%는 한국과 일본에 투자됩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넷플릭스는 올해 34편의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에도 2022년에는 역대 최다인 25편의 한국 영화, 드라마에 투자했습니다. 넷플릭스에 이어 한국에 진출한 애플TV+, 디즈니+ 등도 한국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경제 속 한국의 해법은]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신들의 기여도를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넷플릭스 덕분에 한국 콘텐츠뿐만 아니라 한국 창작자들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또 그들의 제작 투자는 VFX, SFX, 포스트 프로덕션, 재무, 제작 등과 같은 콘텐츠 제작 기업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넷플릭스는 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말 그대로 넷플릭스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더빙이나 자막 등이 수요도 증가했고 로컬 기술 기업인 덱스터 스튜디오, VFX 웨스트월드(Westworld) 등은 넷플릭스의 덕을 봤다는 겁니다.
넷플릭스는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자료를 이용해, 2021년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사업에 56조 원의 효과와 1만 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공개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음식과 패션, 관광 산업에 27조 원의 매출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경련이 2023년 4월 시장조사 지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11명을 대상으로 ‘한류 확산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한류 영향력이 50배 이상 커진 것 같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 가량(43.9%) 됐습니다.
[우리가 봐야 하는 건, 숫자에 가린 진실]
다만, 투자 금액보다 저작권 귀속 문제 등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스튜디오 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자칫하면 한국이 넷플릭스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투자 후 저작권을 공유하기 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독점 권리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인기가 허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작비를 보전 받는 대신, 저작권을 오로지 넘기는 계약은 매우 위험합니다.
미래에 얻을 수익을 앞당겨 수령하는 것을 뿐만 아니라, 창작자로서 누려야 되는 상업적인 이익을 투자자에게 넘겨주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제작비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계약이 장기화될 경우 넷플릭스가 만든 규모의 경제에 한국 기업들은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 금액보다는 투자의 질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넷플릭스 외 대안이 있냐고 묻는다면 해답이 쉽지 않습니다. 어려운 길(한국 플랫폼)을 가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 우리 플랫폼들의 적자 규모를 보면 무책임한 조언은 하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