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70년 닐슨의 아성은 무너질까. 5월 미국 업프런트에 앞서
5월 미국 미디어들의 광고주 설명회 기간. 각 미디어들은 자사의 가을 신작 콘텐츠를 광고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로 총력전. 올해의 주요 특징은 콘텐츠 가치를 설명하는 자료로 닐슨(Nielsen)이 아닌 다른 스마트 데이터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는 것. 팬데믹 이후 흔드리는 닐슨의 아성
72년을 이어온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Nielson)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5월은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광고주 설명회가 이어지는 시기입니다.
5월 광고주 설명회, 즉 업프론트(Upfront)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는 TV스타와 미디어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입니다. 행사는 5월 16일 NBC유니버설을 시작으로 18일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등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이 자리에는 이번 가을 자신들의 모든 프로그램 라인업들이 소개됩니다.
업프런트 행사는 시청률 조사 기관(audience measurement firms)의 주 무대이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시장 측정 데이터와 이를 종합 분석한 기준 등을 공개하며 클라이언트를 찾아 나섭니다.
특히 올해는 업계 표준 시청률 기관인 닐슨을 넘어서려는 신생 조사 업체들이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닐슨 이외 시청률 측정 사업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복잡해지고 있는 시청자, 신생 기업들의 추격]
스트리밍 시대, 시청자를 추적하는 작업은 보다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닐슨에 대한 비판도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닐슨이 스트리밍으로의 오디언스 이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 가치 평가에서 닐슨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구 바이어컴CBS)는 스마트TV 전문 시청률 측정 기업 비디오AMP와 지난 2021년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복수 시청률 데이터 전략에 따라 파라마운트의 TV프로그램 광고 판매에서 사용될 다양한 지표들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비디오AMP(Video AMP)는 실시간 TV시청자와 VOD 프로그램 이용을 측정하기 위해 티보(Tivo)와 같은 유료 방송 셋톱박스 사업자에 도움을 받습니다. 올해 기업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이 회사는 현재 미국 가구의 3분의 1의 시청률을 측정할 수 있고 나머지 가구들의 시청 패턴 측정은 “패널 방식보다 훨씬 정확한 빅데이터’를 이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NBC유니버설(NBCUniversal)과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구 워너미디어) 역시, 스트리밍 시대 자신들의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 iSpot.tv.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NBC유니버설은 올 초(2022년) 겨울 올림픽에서 미 전역 4,000여 만 대가 넘는 스마트TV를 통해 시청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수만 개 TV패널의 수동적인 시청률 측정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로 설립 10년 째인 iSpot.tv는 스트리밍 시대 이후 가치가 급등해 최근 골드먼삭스 그룹(Goldman Sachs Group Inc)에서 3억 2,500만 달러를 투자 받았습니다.
디즈니(Disney)는 iSpot.tv, LiveRamp, VideoAmp, Viant, Moat 등을 포함한 거의 100개에 가까운 새로운 시청률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3월 삼바TV(Samba TV)를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했습니다. 스마트TV을 통한 개인 시청률 측정에 특화된 사업자입니다.
영화 관객이나 웹사이트 트래픽 데이터 등 소비자 데이터 수입과 분석으로 유명한 컴스코어(Comscore Inc.)도 콘텐츠 시청률 측정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 대표 타니아 유키(Tania Yuki)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 사용량과 다른 디지털 플랫폼에서 소비자 이용을 측정하던 컴스코어의 경험은 사람들이 어떤 스크린에서 콘텐츠를 보고 있는 지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일 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전 받고 있는 닐슨]
닐슨의 시대는 아직 완전히 저물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업자가 시청률 측정에서 닐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도 닐슨과 광고 에이전시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과 새로운 시청률 측정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고 폭스(Fox)의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투비(Tubi) 역시 닐슨과 계속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닐슨 디지털 및 어드밴스드 TV 담당 총괄 이사 아메나 아타이(Amenah Atai)는 5월 초 열린 버추얼 뉴프런트(virtual NewFront) 이벤트에서 “닐슨은 거의 10년 동안 빅데이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빅데이터를 우리의 고품질 패널 시청 데이터와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불만은 많습니다.
NBC유니버설 글로벌 광고&파트너십 대표(chairman of global advertising and partnerships) 린다 유카리노(Linda Yaccarino)는 악시오스(AXIOS)가 주최한 행사에서 “시장 지형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카리노 대표는 “소비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TV에서 떠나고 모바일, 스마트TV 등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시청률 측정 기준을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닐슨의 시청률 측정 시스템은 TV시대 초기 완성됐습니다. 미국 인구 비율에 맞춰 전역에서 수천 가구 패널을 뽑아 이들을 통해 가구 시청률을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닐슨은 ‘닐슨 홈스(Nielsen homes)’라고 불리는 기기를 통해 가구 구성원들이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는 지를 측정합니다.
그동안 마케터와 TV방송사들은 이 데이터를 자신들의 TV프로그램이 타겟 시청자들에 얼마나 전달되는 지를 측정하는데 써왔습니다. 미국의 TV광고 시장 규모는 한 해 650억 달러(83조 5,200억 원)에 달합니다.
아날로그 시대 만들어진 닐슨의 체계와 위상은 디지털 또는 스트리밍 시대 매번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 닐슨은 상당한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각 가정에 설치된 닐슨 홈스의 수리와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측정 부정확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미 전역 시청률을 공식 인정하는 MRC로부터 인증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TV콘텐츠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TV를 통해 시청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2021년 버라이어티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어릴수록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스(플랫폼)’이 더 다양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지만 한국도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60세 이상 시청자들은 엔터테인먼트의 주된 소비 플랫폼으로 지상파TV(29%)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15~29세 시청자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소셜 미디어 서비스, 유튜브 등이 16~20%로 비슷하게 조사됐습니다.
닐슨도 스트리밍 시장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TV와 스마트TV 등을 통합 측정하는 ‘통합 시청률 시스템’ 닐슨원(Nielsen One)을 테스트했고 올해 4분기 공식 발표합니다.
닐슨에 따르면 ‘닐슨원’은 전통TV패널에 더해 스마트TV, 유료 방송 셋톱박스 등 거의 모든 디바이스를 통해 시청 트렌드가 수집됩니다. 닐슨 CEO 데이브 케니(David Kenny)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뀌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위해 모든 것을 변경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닐슨원 대중화에 앞서 닐슨은 매달 스마트TV 일일 통합(Total usage of TV) 시청률 ‘가우지(Gauge)’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TV를 보는 시청자들의 하루 시청 패턴을 측정해 어떤 플랫폼을 통해 얼마나 보는 지를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2022년 3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TV이용자들은 하루 TV시청 시간 중 30%(29.7%)를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시청률 시장 전망]
닐슨 독점의 종말은 수년 전부터 예고됐지만, 많은 미디어 기업들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시청자들의 이동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로나, 게이코 등과 작업해 온 혼다 미디어(Horizon Media)는 올해(2022년) 업프런트 행사에서 닐슨의 대체 사업자들이 미디어 기업의 15%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오디언스들의 콘텐츠 시청 트렌드가 점점 다양해짐에 따라 완벽한 측정 기준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에 한 회사의 데이터가 모든 시장을 대변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없습니다. 방송사와 케이블TV채널들을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로부터 시청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는 경향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통합하는 방식입니다. 데이터들이 많지만 하나의 기준으로 바꾸는 표준화 작업은 필요합니다.
아군 카마르(Arun Kumar) 인터퍼블릭 그룹(Interpublic Group of Cos) 데이터&마케팅 기술 이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 작업은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각기 다른 시청률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사과와 오렌지를 양배추와 비트와 비교하는 작업”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바라드 라메쉬(Bharad Ramesh) 그룹M 리서치 대표도 인터뷰에서 “시청률 분석 시장에서 정말 의미 있는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오는 2023년 닐슨 이외 시청률 데이터 업체의 미국 광고 거래 시장 점유율이 3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모펀드에 160억 달러에 매각돼 상장 폐지가 예상되는 닐슨에게는 지금이 최대 위기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