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아이거의 삐뚤어진 아이폰 사랑? 뉴스도 아이폰으로 찍어라
디즈니 실적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 나선 가운데, ABC뉴스 대표 킴 갓윈 "여행 제한과 함께 왠만한 뉴스 보도는 아이폰으로 촬영하라고 해 반발". ABC 역시 디즈니는 매각 대상에 올렸음. 대신 테마파크에 6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뉴스의 시대"가 가고 "체험의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디즈니
디즈니(Disney)가 지상파 방송 ABC 매각을 고민한다고 했을 때 모두 믿지 않았습니다
ABC 방송 종사자들은 매각 가격이 고작 100억 달러라는 이야기에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Iger)가 ‘디즈니의 미래는 실시간 채널에 있지 않다’고 말한 사실을 생각해 낸 순간, 상상은 현실이 됩니다.
디즈니가 ABC를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은 ‘디즈니 그룹의 실적’ 악화와 함께 9월에 흘러나왔습니다. 디즈니 그룹은 2019년 시작한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만 1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향후 10년 간 600억 달러를 테마파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디즈니와 결이 맞는 뉴스입니다.
같은 월드 디즈니 우산에 있지만 테마파크(디즈니랜드, 월드)와 ABC는 대우가 전혀 다릅니다.
디즈니는 글로벌 시장에서 12개의 테마파크와 94개 포인트, 40개국을 돌아다니는 크루즈가 있습니다. 디즈니 테마파크는 매년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디즈니 내부 자료에 따르면, 타깃 오디언스는 7억 명 이상입니다.
디즈니가 제출한 투자 자료를 봐도 디즈니의 파크 비즈니스(Parks, Experiences and Products business) 매출은 2023년 7월 1일 현재 32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 이후 매년 6%가 넘는 성장입니다.
실적 좋은 만큼 투자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디즈니 어드벤처에 카랜드를 만들고 디즈니 리조트에 스타워즈 갤릭시 엣지, 월트 디즈니 월드(플로리다)에 ‘디즈니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확장합니다.
홍콩의 경우 프로즌 테마 섬을 만들고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에는 주토피아 테마 섬을 구축합니다. 아울러 2025년에만 디즈니 크루즈 2대가 더 투입되고 2026년에도 하나가 더 들어옵니다.
[뉴스도 이제는 아이폰으로]
그러나 디즈니에 속한 모든 회사가 확장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1943년 설립된 ABC, 그리고 그 핵심인 뉴스(ABC News)는 지속으로 경비 절감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스트리밍 시대 이후 좋았던 적이 없습니다.
디즈니가 스트리밍에 지나친 투자를 한 가운데 돈을 줄일 곳은 뉴스였습니다. 여기에 매직 킹덤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는 뉴스의 상황은 더 심해졌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의제 주도권을 뺏긴 ABC뉴스는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최근엔 더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CNN 미디어 전문 기자 올리버 달시의 보도에 따르면 ABC뉴스 보도국은 최근 현장에 카메라를 보낼 때 더 신중하라는 경영진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카메라 인력을 줄이기 위해 ABC뉴스 간부들은 직원들에게 웬만한 장면은 아이폰으로 촬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자들에게 출장도 자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출장을 자제하라고 한 데 가장 힘들어한 사람은 ABC뉴스 대표 킴 갓윈(Kim Godwin)입니다. 그녀는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기 홍보에 혈안인 인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촬영도 이 대목에서 나왔습니다. (using iPhones for shooting some stories)
경비 절감은 디즈니 전체의 문제입니다. 물론 갓윈 대표 잘못도 아닙니다.
하지만, 갓 윈이 비난 받는 이유는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을 두고 있었던 겁니다. ABC뉴스 아침방송과 저녁 메인 방송(월드 투나잇)의 시청률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할 수 없는 미래가 문제입니다.
ABC뉴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더 가혹할 것으로 보입니다. ABC뉴스 라이브 등 스트리밍에 집중하고 있지만 남들이 다하는 수준의 노력으로는 ABC라는 배를 끌어올릴 수 없습니다.
ABC뉴스는 아이폰으로 영상을 찍으라고 주문하는 대신, 아이폰을 활용한 새로운 포맷을 만들라고 지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