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 애플 TV+를 위해 영화에 올인…스트리밍 서비스에 신작 영화가 주는 효과
애플 TV+ 2021선댄스 영화제 최고 기대작 <CODA> 판권 279억 원에 확보, 미국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영화 쟁탈전 시작, 한국에 주는 교훈은
(2021-02-03)
올해(2021년) 온라인으로 열린 버추얼 선댄스 영화제(virtual Sundance Film Festival)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관객의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집중도는 뜨거웠습니다. 출품작 중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상영할 보석을 찾기 위한 눈길입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에는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러던 중 애플(Apple)이 행운을 잡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코다 CODA>의 상영권을 확보한 겁니다. 북미 지역 상영권인데 일단 2,500만 달러(279억 원)입니다. 올해는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만 1만4,092편에 달했습니다.
[애플, 2,500만 달러에 선댄스 기대작 판권 확보]
선댄스 영화제가 저예산 영화가 주로 상영되는 장소인 것 만큼 이 금액은 인수 규모로는 최고입니다. 당시 애플과 아마존, 넷플릭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애플의 의지가 강력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훌루(Hulu)가 네온(Neon)이 2,250만 달러에 판권을 확보한 영화 <팜 스트링스Palm Springs>(감독 앤디 샘버그)가 최고였습니다.
각본가이자 감독인 시안 헤더(Siân Heder)의 작품인 <CODA>는 청각 장애인 가족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고3 루비(출연 에밀라 존스 Emilia Jones)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가족을 지키는 일과 자신의 꿈(음악)을 찾아 떠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참고로 C.O.D.A는 청각 장애인의 아이(Child of Deaf Adults)의 약자. 영화는 소리없이 전달되는 청각 장애인 부모의 마음과 딸의 노래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미국 드라마 부문 경쟁작에 첫 상영됐습니다. 매력적인 내용에 안정적인 흐름의 이 작품이 공개되자, 판권을 사겠다는 바이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해 <Palm Springs>의 입찰가를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이 판권 확보전에 가세하면서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시안 헤더(Siân Hede) 감독은 애플과의 계약에 특히 기뻐했습니다. 헤더는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데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애플이 배급 패트너로 결정된 것에 대해 의미 있고 중요한 경로를 통해 서비스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애플의 과감한 베팅, 애플 TV+ 살릴까]
지난 2019년 11월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한 애플(애플TV+)은 기대에 많이 못 미칩니다. 눈에 띄는 대표작도 없었고 일단 절대적인 작품 라인업(첫 시작 오리지널 콘텐트 40개)이 빈약합니다.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애플의 새로운 기기를 구입할 경우 무료로 1년 이용권을 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선 애플이 하드웨어(아이폰, 맥북)를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 Apple TV+를 이용한다고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애플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신규 기기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애플 TV+ 1년 기존 무료 이용 프로모션은 2020년 11월 끝나야 하지만, 애플은 이를 2021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애플은 오리지널 콘텐트 라인업도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은 애플 TV+에 신작 영화이자 오스카 수상 희망작인 <팔머 Palmer>를 공개했습니다. 무료 이용 기간을 연장한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팔머>를 보길 원하는 입장입니다. 연장된 무료 이용기간에 새로운 영화를 보고 그 가치를 느낀다면 애플TV+ 구독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스카상 수상도 애플에게 중요합니다.
사실 <팔머>의 경우 경쟁작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있습니다. <팔머>는 영화 드라마 평가 사이트인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긍정 평가를 70% 받아 관객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넷플릭스(Netflix)의 <Ma Rainey’s Black Bottom>, 서치라이트(Searchlight)의 <Nomadland> 등을 제치고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영화 시장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애플은 적어도 양적으론불리합니다. 넷플릭스(Netflix)는 올해 매주 1편의 영화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70편의 오리지널 영화가 2021년에 쏟아집니다.
반면, 애플은 최근 2년 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한 영화가 10여 편에 불과합니다. 대신 오리지널 콘텐트를 내놓으면서 넷플릭스 등과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몇 안되는 작품이지만 입소문이 나길 원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애플은 오는 3월 12일 개봉하는 톰 홀랜드(Tom Holland) 주연 <체리 Cherry>와 다큐멘터리 <발리 아이리쉬 Billie Eilish: The World’s a Little Blurry>(2월 26 미국 개봉)의 성공을 바라고 있습니다. <체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의무병의 이야기인데 오스카 ‘최고 영화상(Best Picture Oscar)’ 수상도 은근히 점치고 있습니다.
또 <The World’s a Little Blurry>는 다큐멘터리상 수상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전세계에서 7,5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가수이자 작곡가인 빌리의 인기에 흥행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애플TV+의 유료 가입자 확보]
애플이 무료 이용 기간을 연장 했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들도 이번 신작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관건은 이런 영화들이 가입자들의 유료 전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입니다. 과거 오리지널 드라마 <테드 라소 Ted Lasso>나 <테헤란 Tehran> 등의 호평을 받은 드라마들이 일부 있었지만 빈약한 라인업으로 프로모션 왜 신규 가입이 별로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버라이어티(MoffettNathan)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애플 TV+의 구독자 중 무료 이용자 비중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애플은 6월까지 연장된 무료 이용 프로모션 기간에 최대한 가입자를 많이 확보해야 할 겁니다.
문제는 같은 조사에서 현재 프로모션 가입자의 29%가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이를 유료로 연장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겁니다. 오직 30%만이 월 4.99달러 비용으로 가입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현재 가입자 10명 중 6명이 무료 가입자이고 이 중 2명이 만이 유료로 볼 생각 있다는 겁니다. 희망적인 전망을 해도 가입자는 현재의 60%까지 떨어집니다.
이에 반해 같은 조사에서 디즈니는 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과의 프로모션(특정 인터넷 상품 가입자 대상 1년 무료 이용)통해 디즈니+에 가입한 고객은 전체의 16%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는 무료 기간이 끝나도 계속 가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습니다.
충성도 낮은 고객을 가진 애플은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신작 영화 라인업을 통해 최대한 많은 진성 가입자를 모아야 합니다. 현재 애플의 공식적으로 애플 TV+ 가입자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가 추정한 미국 내 가입자는 1,450만 명 수준(2020년 3분기)입니다. 넷플릭스(7000만 명 돌파) 등과 경쟁하기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 정도 가입자는 정말 애매한 수준입니다.
[신작 영화 가입자 유지에 큰 도움, 한국도 고민해야]
더 많은 유료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선 오리지널 콘텐트를 강화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2021년 1월 현재, 애플 TV+의 오리지널 콘텐트는 55개(드라마 11개, 코미디 시리즈 6개, 다큐멘터리 13개, 영화 11개, 가족 전문 스페셜 14개 등) 수준입니다. 그래서 숫자를 더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평타 수준인 콘텐트의 재미를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갈 것이냐 멈출 것이냐’ 애플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 콘텐트는 구독자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뉴스나 드라마가 구독자를 유지시켜 준다면, 좋은 영화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신규 구독자를 모아줍니다. 넷플릭스, 디즈니+가 영화 라인업을 늘리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도 넷플릭스 등은 될만한 작품을 쓸어 모았습니다.
이들의 신작 영화 전략은 한국 스트리밍 사업자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국내외 영화제 등을 통해 새로운 피를 적극적으로 수혈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자는 단순히 TV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