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BBC, 10년 내 TV아닌 인터넷으로 방송 전환
글로벌 공공 방송 서비스 BBC 대표 팀 데이비, 최근 한 행사에서 인터넷, 유튜브 시청 트렌드가 늘어나면서 향후 10년 내 BBC채널들도 인터넷을 주로 송출하고 이를 묶어 서비스하는 '디지털 플랫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글로벌 뉴스 투자로 BBC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글로벌 대표 공영방송 영국 BBC가 스트리밍, 인터넷 시대의 공적 서비스에 대한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향후 10년 내 온라인으로 만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레거시 TV와 라디오 방송을 중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BBC 대표(director-general) 팀 데이비(Time Davie)지난 2022년 12월 7일(수 영국 시간) 영국 왕립 텔레비전 협회(the Royal Television Society) 연설에서 이 같이 말하며 ‘디지털 시대 공적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방송 TV와 라디오가 중단되고 선택의 폭이 무한한 인터넷 전용 세상을 상상해보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상파 방송 중단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이 시대를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BBC의 지상파 방송 중단 시점은 2030년 정도로 봤습니다. 데이비 대표는 BBC는 라이브 TV방송에 전념하고 있지만 영국인들은 2030년 많은 단독 TV채널과 라디오 방송사를 닫을 준비를 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시간 TV방송사가 더 줄어들 것이고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BC, 지상파 플랫폼 시대 종언 ‘디지털 공적 PP의 시대’ 개막]
이 같은 데이비 BBC의 대표의 말은 BBC가 향후 10년 내 모든 방송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옮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BBC1이나 라디오4와 같은 채널이 중단 돼 인터넷으로만 방송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하나의 앱에 모든 BBC채널, 콘텐츠, 로컬 뉴스 채널 등이 서비스되는 올인원 서비스도 일반화될 수 있습니다.
BBC가 지상파를 버리고 인터넷에 들어간다는 것은 기존의 기득권을 잃는 다는 말과 같습니다. 유튜브와 디지털 세상에는 채널 번호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BBC도 프리비(Freevie)나 DAB라디오 등 지상파 플랫폼이 아닌 온라인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될 수 있다.
특히, 팀 데이비의 언급은 BBC의 지상파 플랫폼 전략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 BBC는 인터넷, 유튜브의 부상에 대응에 지상파 플랫폼 구축으로 맞서왔습니다.팀 데이비가 밝힌 전략은 BBC 지상파 플랫폼의 종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상파 플랫폼 대신, 온라인 플랫폼(iplayer)이나 인터넷 방송으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로 한 겁니다. BBC는 ‘공정 역할 수행’이라는 공공 방송 서비스의 존립 근거를 위해 욕심을 벼렸습니다.
팀 데이비는 “디지털로의 전환 그 자체가 도전은 아니며 대부분의 시청자를 잃지 않고 수백만 파운드를 불필요하게 소비하는 동시에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BBC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필요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BBC TV채널과 라디오 방송이 매달 수 천 만 명의 영국인들과 만나고 있지만, 실시간 시청률과 시청자 수는 계속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올 인터넷(All-IP) 시대를 대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적 방송 서비스에는 디지털과 TV가 다르지 않다.]
BBC는 이미 인터넷 공적 서비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BBC는 어린이 채널 CBBC와 BBC4의 지상파 송출을 중단하고 인터넷으로만 방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채널의 주 시청자인 어린이와 젊은 세대가 인터넷이나 유튜브 시청에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또 BBC는 다른 지상파 방송 채널도 수년 내 인터넷 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채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BBC뉴스와 BBC월드를 통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22년 BBC는 스트리밍 퍼스트와 상업 콘텐츠를 위해 3억 8,000만 달러를 쓰겠다고 공개했습니다. BBC의 이런 인터넷 침투 전략은 TV시청자 감소와 고령화에 있습니다.
지상파만을 고집할 경우 공적 방송 서비스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BBC1의 평균 시청자 연령은 60세 이상이며 젊은 세대의 감소 현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BBC 구축이 마냥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은 고령층이나 저소득,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에게 디지털로만 다가가는 것은 숙제입니다.
강연에서 팀 데이비는 정부 규제 당국과 정치인들에게 규제 완화와 함께 더 많은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BBC는 12년 간의 보수당이 이끈 행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지원금을 삭감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이 보수당을 크게 넘어서고 집권(Labour government)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신료 인상 등 BBC 지원금 확대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총선은 2024년 말 전 치러집니다.
지금 BBC 수신료 시스템은 오는 2027년 말 폐지가 예정됐다. 이에 BBC는 다른 방식의 지원 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팀 데이비 대표는 새로운 펀딩 모델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국민들로부터 직접 징수하는 수신료 모델(Licence Fee)이 많은 저항에 부딪히고 있어 영국 정도 다른 방식으로 공적 부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직접 지원하거나 각 가정에 인터넷 연결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입니다.
[디지털 시청에도 BBC수신료 부과 검토]
데이비는 연설에서 BBC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디지털 시청에 대해서도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현재 면허 시스템이 2027년 끝난 뒤 지상파 TV나 BBC iplayer 등을 통해 BBC를 보는 모든 가구에 수신료를 징수하는 겁니다.
데이비 대표는 “우리는 수신료 방식(licence fee)을 고수하지 않는다.모든 토론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새로운 지원 메커니즘은 자발적인 구독 모델이 아니라 더 보편적(universal)이어야 한다. “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포함한 경쟁사인 미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들과 비교해 우리는 53억 파운드(9조 4,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며 규모가 매우 작다”고 덧붙였습니다.
데이비는 또한 “어떤 펀딩 방법은 BBC가 정치적으로 독립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며 “어떤 두려움이나 보상도 없이 보도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는 협상 불가능한 팩트”라고 강조했습니다.
2022년 1월 영국 정부는 향후 2년 간 수신료(Licence fee)를 가구당 159파운드(25만 원)로 동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 실적 소요 자금이 증가함에 따라 BBC는 각종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국 문화부 장관 마쉘 도네란(Michelle Donelan)은 영국 총리에게 “수신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권리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공공 방송 지원, BBC 넘어서]
수신료 동결과 영국 정부의 제작비 지원이 줄어들면서 BBC의 해외 방송도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팀 데이비(Tim Davie)는 연설에서 영국 정부가 긴급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글로벌 뉴스(World Service)를 축소할 밖에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영국이 BBC 해외 방송 지원을 줄이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글로벌 방송에 대한 자금 집중으로 규모 면에서 영국을 넘어섰다고 강조했습니다.
팀 데이비는 연설에서 월드 서비스가 미래에 적절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중대한 공적 서비스 투자(serious public service investment)’를 요청했습니다.
팀 데이비는 “러시아와 중국이 정부와 연관된 글로벌 뉴스 미디어에 수 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자금 부족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월드 서비스가 9월 400명을 해고했고 2억 8,500만 파운드 비용 절감 계획으로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라디오 제공도 종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BBC 월드 서비스의 목표는 고품질 뉴스를 접할 수 없는 세계인들에게 불편부당한 정보를 전달하는 겁니다.
지난 1932년 시작된 BBC 글로벌 뉴스 ‘월드 서비스(World Service)’는 매주 평균 3억 6,400만 명의 오디언스가 보고 있는 BBC의 핵심 외국어 서비스습니다. 특정 국가의 공영방송이 이 정도의 해외 뉴스 커버리지를 갖는 것은 흔치 않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BBC 월드 서비스가 영국 소프트파워의 한축(a pillar of British soft power)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BBC월드 서비스는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점유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는 러시아 투데이(Russia Today)와 중국 CGTN(중국 국영 보도채널)과 BBC뉴스의 점유율을 빠르게 뺏아가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정부의 입장을 담은 글로벌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들 채널의 콘텐츠 제작비는 상당수 중국 정부에서 나옵니다.데이비 대표도 연설에서 “BBC의 월드서비스에 필요한 자금은 약 2억 5,400만 파운드입니다. 그러나 향후 3년간 영연방개발청(the Foreign, Commonwealth and Development Office)은 9,400만 파운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추가 자금 조달이 없을 경우 월드 서비스를 또 다시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그러나 데이비는 “주가 감축을 부인하면서도 우리의 뉴스의 도달율과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옹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