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CBS 아닌 파라마운트, 한국 시장에도 연말 진출
바이어컴CBS, 16일부터 회사 이름 파라마운트(Paramount)로 변경. 지난해부터 서비스 중인 스트리밍 파라마운트+와 동일하게 변경. 스트리밍 시장 올인 전략. 오는 2024년 1억 명 가입자 확보 전략 위해 2022년 연말 한국 등 60여 개국 진출. 현지 사업자와 협업 전략이 한국 사업자 주는 시사점.
바이어컴CBS(ViacomCBS)가 회사 이름을 파라마운트(Paramount)로 변경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이름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입니다.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되어 있는 이 회사의 주식 티커도 ‘PARAA(클래스 A)’로 바뀝니다. CBS 아닌 파라마운트는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Paramount+)의 60여 개국 글로벌 진출을 발표하고 올해(2022년 말) 한국에도 서비스한다고 공개했습니다.
사명 변경은 바이어컴CBS 의장 샤리 레드스톤(Shari Redstone)과 밥 바키쉬(Bob Bakish)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공개됐습니다. 같은 날 바이어컴CBS는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스트리밍 전략을 공개하고 파라마운트+의 확장과 미국과 해외에서의 다른 비즈니스 현황을 소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레드스톤과 바키쉬는 “파라마운트로 우리의 이름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이 되기를 열망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을 반영할 것”이라며 “사명 변경은 미래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힘과 폭을 활용하는 우리의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둘은 또 “새로운 사명에는 CBS, Showtime, MTV, Comedy Central, BET, Nickelodeon, Smithsonian, Paramount+, Pluto TV 등과 같은 회사의 글로벌 자산 및 시청자까지 총체적인 힘이 담길 것”이라고 모든 채널을 언급하며 콘텐츠의 중심이 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파라마운트+, 2024년 1억 명 확보]
스트리밍 시장 전략도 공개했습니다. 파라마운트는 오는 2024년 1억 명 스트리밍 구독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이어컴CBS시절 공개했던 6,500만~7,500만 명 구독자 목표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를 위해 프레젠테이션에서 바키쉬와 레드스톤은 공격적인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 및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대표작인 ‘스타트렉(StarTrek)’, 극장판, ‘조용한 집3’, ‘트랜스포머(TRANSFORMERS)’ 새로운 시리즈가 내년부터 극장 개봉 이후 파라마운트+에 제공될 예정입니다. 최고 인기 드라마인 ‘엘로우스톤’의 시즌5도 공개됩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인 ‘엘로우 스톤’ 시즌4는 평균 1,04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습니다.
또 영국, 독일 등에서 로컬 콘텐츠를 수급하고 한국의 경우 이준익 감독의 욘더(Yonder)에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공개 예정인 '욘더'는 죽은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미래 전망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레드스톤 의장은 파라마운트의 성장 초점은 ‘선순환(virtuous cycle)’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레드스톤은 "우리의 레거시 비즈니스가 우리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그 변화가 우리의 레거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목표를 분명히 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바키시 CEO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이름은 회사 성장을 위한 분위기 전환 작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 파라마운트와 파라마운트+의 이름이 같다는 이유를 들어 ‘파라마운트’에 쓰는 비용은 파라마운트+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스트리밍 전략을 분명히 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파라마운트는 147 억 달러(17조 원)를 콘텐츠 제작에 투입했습니다. 리서치 회사 암페어 애널리시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금액은 디즈니보다는 적은 비용이지만 워너, 애플 등에 비해선 높습니다. 하지만, 다른 스튜디오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순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물론 파라마운트도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바키쉬 CEO는 “스트리밍 시장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훨씬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한국 등 글로벌 진출 위한 스트리밍 번들]
우리의 관심사는 파라마운트의 한국 진출 시점입니다. 파라마운트는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와 쇼타임을 앞세워 올해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섭니다. 이와 관련 단독 서비스, 스트리밍 묶음 상품(현지, 자사) 등 구독자의 선택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스트리밍 상품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파라마운트는 2월 16일 프랑스에 파라마운트+를 출시하고 현지 미디어 스트리밍인 카날+(Canal+)와 번들(Bundle)로 제공된다고 밝혔습니다. 카날+는 프랑스 1위 스트리밍 사업자입니다. 파라마운트+는 또한 프랑스 시장에서 개별 상품 및 단독(an a la carte and direct-to-consumer basis)으로도 출시됩니다.
파라마운트는 60여 개 글로벌 국가에 스트리밍 번들(Bundle, 묶음)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사의 두 개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 스카이쇼타임(SkyShowtime, 영국 Sky와 쇼타임의 합작 스트리밍)를 함께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겁니다.
파라마운트는 이들 모델을 적용하는 국가에 영국, 라틴아메리카, 캐나다, 오스트리아, 카리브해 국가 등과 함께 한국을 포함시켰습니다. 서비스 시점은 올해 연말입니다.
한국에도 파라마운트+Sky쇼타임 번들(묶음 서비스)이 제공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에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토종 사업자와 묶어 제공하는 스트리밍 상품도 서비스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7일 바이어컴CBS는 스트리밍 서비스 티빙을 운영 중인 CJ ENM과 오리지널 TV프로그램과 영화의 공동 제작 및 글로벌 공급, 콘텐츠 라이선싱, 스트리밍 서비스 공동 유통 등을 협력하는 전략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바이어컴CBS는 2022년 아시아 시장에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파라마운트+를 티빙과 단독 번들(exclusive bundle)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CJ ENM은 바이어컴CBS가 보유한 1위 무료 스트리밍 TV플랫폼(FAST) 플루토TV(Pluto TV)에 CJ ENM K콘텐츠 채널을 오픈했습니다. 파라마운트도 아시아 시장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2022년 한국을 시작으로 2023년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파라마운트+를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로컬+글로벌 번들 상품, 파트너가 필요한 파라마운트]
파라마운트+의 한국 진출로 올해 한국의 스트리밍 시장 경쟁 상황은 더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에 이어 파라마운트+가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지지만 사업자들의 싸움은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로컬+글로벌 사업자의 번들을 제공한다는 파라마운트의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 파급력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디즈니(Disney)도 미국에서 디즈니+, ESPN+, 훌루(Hulu)를 묵은 스트리밍 서비스 묶음을 내놓고 한국 등 해외에서는 디즈니플러스와 스타(Star, 로컬 콘텐츠 편성용 해외 스트리밍)라는 브랜드의 서비스를 출시하지만 이번 경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 플랫폼에 한국 콘텐츠를 담는 넷플릭스 및 디즈니와는 다른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디즈니는 한국 통신 사업자들을 통해 제공되지만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곳과의 협업은 마케팅 차원에서 머무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입니다. 파라마운트는 여름 미국에서 파라마운트+와 쇼타임(SHOWTIME) 스트리밍 서비스 번들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보면 번들 가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아래와 갚습니다.
파라마운트+에센셜(Essential 광고 포함)과 쇼타임 묶음 상품: 11.99달러(1만4,300원)
파라마운트+프리미엄(Premium 광고 없는)과 쇼타임 묶음 상품: 14.99달러(1만 7,000원)
이를 볼 때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현지 스트리밍과 파라마운트+의 묶음 상품도 대략 15~20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개 서비스를 모두 구독하고 싶은 사람들은 고려해볼만한 성격이지만, 전반적인 서비스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부채가 많은 파라마운트가 한국 시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적자를 견딜 수 있을 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파라마운트+가 미국 등에서는 광고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유료+광고)을 내놓는 만큼 한국에서도 광고를 포함하는 첫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파라마운트의 깐부 전략, 한국도 닥칠 문제]
바이어컴CBS가 사명도 변경하고 번들 전략도 밝혔지만 시장에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이 회사의 주가는 6% 하락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파라마운트+가 독자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고 있는 셈입니다. 파라마운트+가 4분기 가입자 숫자(700만 명)와 2024년 목표를 기존(6,500~7,500만 명)보다 높였지만(1억 명) 투자자들을 확신시키기 부족했던 겁니다.
실제, 파라마운트+ 가입자에는 통신사와의 마케팅(T모바일) 무료 구독자가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11월 9일부터 미국에서 특정 무선 통신 상품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파라마운트+(광고 포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모션은 4분기 3개월 중 2개월 동안 시행되었으며 분기 동안 파라마운트+ 가입자 수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프로모션은 가입자를 확대할 수 있지만 콘텐츠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에는 좋지 않습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하듯 파라마운트는 4분기 기준 63억 달러의 현금 보유를 발표하며 투자 여력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중 3분의 1은 LA에 있는 CBS스튜디오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블랙록(Black Rock office building)의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파라마운트는 스트리밍 투자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비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이 계속될 수 없습니다. 결국 팔 수 있는 물건이 바닥납니다. 가장 비싼 매물 중 하나인 출판사 Simon & Schuster는 규제 기관의 승인이 쉽지 않습니다.
CBS 등 실시간 채널이 광고와 프로그램 수신료로 현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이 사업은 기울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며 수익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치열한 춘추전국시대를 견디는 사업자만이 통일된 시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파라마운트가 혼자 이 싸움에서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를 파라마운트도 모를 리 없습니다. 이에 파라마운트는 전략적 협업을 계속 가져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CJ ENM, 카날+ 등과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사실 투자 현금이 부족한 파라마운트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강제적인 협업일 수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투자해야 할 금액 높아진다면 협업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레드스톤은 아버지가 남긴 유산(파라마운트)을 매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시장은 냉정합니다. 컴캐스트에 M&A될 것이라는 극단적 분석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는 현재 넷플릭스, 디즈니와 싸우기 위해 전략적 협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라마운트의 모든 콘텐츠는 현재 컴캐스트의 케이블TV 상품 가입자 모두에 무료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또 유럽 일부 시장에서는 파라마운트+는 컴캐스트와 협업해 SKy(컴캐스트의 영국 미디어 플랫폼)를 통한 묶음 상품을 내놨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파라마운트+와 NBC유니버설의 피콕(Peacock)이 함께 하는 새로운 ‘스트리밍 번들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 HBO MAX를 상대하기 위해서다. 파라마운트는 거듭 단독 생존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 정치에서 ‘단일화 이슈’와 결이 같습니다. 부인하면 부인할 수로 관심이 커집니다.
레드스톤은 개막 연설에서 “파라마운트는 투자자들에게 당신이 마땅히 받아야하는 투자의 가치를 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기도 올 겁니다.
파라마운트의 상황은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미래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독자 생존, 협업, 인수 등이 모두 고려될 수 있습니다. 서서히 스트리밍 오리지널 시장이 열리는 지금 베팅할 수 있는 전략이냐 자금이 없다면 더 진지한 고민(사업 철수)도 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두 개 작전 수행 계획을 세울 수 없다면 전략적 피봇(Pivot)이 필요합니다.
적절한 예가 아닐 수 있지만 2012년 1월 5일 미 국방부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 21세기 미국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 라는 제목의 새로운 국방전략지침(Defense Strategic Review)을 참고합니다. 중동과 한국 등에 동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선 순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전략은 계속 바뀝니다. 지금 미국의 전략도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현재가 전쟁 중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한국 방송 구조에서는 수익이 발생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 스트리밍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후발 사업자들이 있다면 메이저보다는 스페셜을 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어 오디언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