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오징어게임'의 성공과 CNN의 추락..그 차이는 '밀도'
제 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The Squid Game)' 최고 배우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수상. 한국인 최초 수상이며 아시아 출신으로도 처음. 아울러 지난 5월 신임 사장 등장 이후 CNN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음. 특히, 디지털에서는 9년 영광은 온데 간데 없음. CNN의 추락과 '오징어게임'의 성공 사이 방정식
NBC를 통해 2022년 9월 12일(미국 시간) 미 전역에 생중계된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은 3시간 내내 다양한 화제를 만들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승리였고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싸움도 거셌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꾸준함]
‘오징어게임’은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를 기쁘게했습니다. 최고 배우상(Lead Actor in Drama)을 이정재가 받았고 최고 감독상도 황동혁에게 돌아갔습니다. 최고 단연 배우상의 이유미 등 총 6개의 에미상이 한국으로 왔습니다. 더 대단한 사실은 이런 기록들이 과거 누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제 배우 이정재와 감독 황동혁은 에미의 역사에 자신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올해(2022년) 역시 에미 무대는 스트리밍(Streaming)에게 가장 많은 공간을 할애했습니다.
HBO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는 74회 에미상 14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넷플릭스(Netflix)는 105개 부문 후보작에 지정됐습니다. 최송 수상작도 이들 두 플랫폼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종 2022년 에미 수상작에서는 HBO와 HBO MAX가 넷플릭스를 압도했습니다.
HBO는 총 12개의 프라임 타임 에미상을 가지고 갔으며 ‘크리에이티브 아츠’ 부문을 포함하면 38개 상을 수상했습니다.
HBO는 단편 시리즈에서 10개의 에미 트로피를 수상하며 넷플릭스를 압도했습니다.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의 선전 덕입니다. ‘화이트 로터스’는 최고 단편 시리즈 상도 받았다.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웨이브 등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프라임 타임 에미상 수상은 3개에 그쳤습니다. 역시 기술 스탭이나 신인 배우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크레이티브 아츠’를 포함하면 총 26개의 에미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2021년의 경우 넷플릭스는 총 44개 부문(프라임타임 26개)에서 에미상을 받았고 HBO(MAX)는 19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는 ‘크라운’과 ‘퀸즈 갬빗(Queen’s Gambit) 등의 선전에 덕을 봤습니다.
개별 작품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 출신의 선전은 눈에 띄었습니다. HBO MAX의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는 최고 미니 시리즈(limited series)을 받았습니다. HBO MAX의 Z세대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 시즌2의 주연 젠다야(Zendaya)는 흑인 여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또 에미 역사상 가장 어린 에미 2관왕으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코미디 부문 여우 주연상(outstanding actress in a comedy series)은 HBO MAX의 ‘헥스(Hacks)’에서 열연한 진 스마트(Jean Smart)가 받았습니다.
또 희대의 사기 벤처 ‘테라노스(Theranos)’의 실화를 담은 훌루(Hulu)의 TV드라마 ‘드롭아웃(The Dropout)’에 출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는 최고 단편 여우 주연상(lead actress in a limited series)을 가지고 갔습니다. 훌루 역시 디즈니가 보유한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오징어게임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공은 알다시피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역시 과거 10년의 투자 끝에 '오징어게임’이라는 세계최고 히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황동혁 감독은 이 오징어게임의 시나리오를 오랜 기간 준비했다고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조바심이 망친, 세계 1위 CNN의 디지털]
그러나 CNN은 오징어게임과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상징이었던 제프 저커 전 CNN대표가 2022년 2월 물러난 이후 CNN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영진과 오너는 디지털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TV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CEO가 된 크리스 리히트(Chris Licht)는 속보 뉴스(Breaking News)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스트레이트와 팩트 뉴스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의견 중심의 뉴스와 앵커가 핵심이 되는 뉴스는 전임자 제프 저커 사장의 전매특허였습니다.
현상황에서 CNN이 TV 투자하는 것이 어쩌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TV광고와 케이블TV 등 플랫폼으로 부터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가 전체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NN은 여전히 연간 10억 달러의 수익을 케이블TV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CNN 뉴스의 미래는 간과되고 있습니다.
경영진과 소유 주주 교체에서 CNN디지털은 완전 소외되어 있습니다. 현재 CNN 디지털 방문하는 이용자들은 매달 1억 4,4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CNN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1위 뉴스 미디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런 CNN디지털에 2022년 들어와서는 전혀 의미있는 숫자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CNN오디오(CNN Audio)가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를 내세운 단편 오리지널 시리즈 팟캐스트 ‘ All There Is with Anderson Cooper’를 내놓는 등 일부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이 팟캐스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판을 바꿀만한 CNN 뉴스 디지털 전략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TV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는 나머지 디지털은 사실 안중에 없습니다.
디스커버리가 CNN의 모회사 워너미디어를 인수하기 전에는 ‘모든 미래는 뉴스 디지털’에 있었습니다.
제프 저커(Zeff Zucker) 전 CEO와 디지털 담당자 앤드류 모스(Andrew Morse) 전 최고 디지털 책임자는 그들의 임기 9년 동안 플랫폼을 넘어 CNN저널리즘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디지털 뉴스에 집중투자해왔습니다.
온라인 미디어 퍽뉴스에 따르면 2021년까지 CNN은 CNN디지털의 수익과 매출을 두 배 이상 성장시켜 연간 4억~4억 5,000만 달러 매출과 1억 2,000~1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들의 시각에서 디지털 뉴스 성장은 비즈니스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TV보다 모바일 혹은 스마트TV, PC에서 더 많은 동영상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뉴스에 일시적 중단이란 없다. 중단이 가져올 간극]
하지만, 새로운 CEO 리히트의 CNN은 디지털 가속화 작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가장 먼저 CNN의 새로운 경영진이 한 일은 스트리밍 뉴스 플랫폼에 대한 투자 감축입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The Warner Bros. Discovery)는 지난 2022년 3월 말 3억 5,000만 달러를 들여 투자한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시작 32일 만에 폐쇄했습니다. 또 앤드류 모스 등 CNN 디지털 뉴스를 구축했던 주역들도 모두 사퇴시켰습니다.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의 퇴출입니다.)
앤드류 모스 사퇴 이후 CNN 디지털 대표 대행이었던 알렉스 맥칼럼(Alex MacCallum), CNN 디지털 최고 기술 책임자였던 로빈 페터슨(Robyn Peterson)도 최근 회사를 떠났습니다. 둘다 미국 디지털 뉴스 분야에서는 업계 최고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이외 CNN디지털 수석 부사장이자 편집장(the senior vice president and editor-in-chief) 메러디스 아틀리(Meredith Artley)은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 자리에 최종 후보자로 올라있으며 CNN+의 수석 부사장이나 프로그램 책임자인 레베카 커틀러(Rebecca Kutler)도 회사를 그만둡니다.
이외 CNN디지털의 주요 자리도 거의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히트가 새로운 CEO로 발표된 지 거의 7개월이 넘었지만 디지털 뉴스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CNN은 7월 20일 버지니아 모슬리(Virginia Moseley)를 CNN 수석 부대표이자 TV 및 디지털 뉴스 편성(TV and digital newsgathering)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과거 TV뉴스룸과 디지털 뉴스룸을 나눠 구성했는데 이를 통합한 겁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나 투자는 없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전히 CNN의 디지털 미래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CNN 대변인 매트 도닉(Matt Dornic)은 언론 인터뷰에서 “CNN디지털은 여전히 회사의 성장과 기회의 영역”이라며 “우리는 디지털 뉴스와 정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의 포지션을 이끌고 강점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문자 그대로 믿을 사람은 적어도 미국 디지털 뉴스 비즈니스에서는 소수입니다.
미국 디지털 미디어 업계에서 통용되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광고 기반 서비스는 처음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뉴스에 대한 투자 철수가 CNN의 미래를 의심케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디지털은 중단이 아니라 실패해야 성공합니다. 오징어게임은 10년을 기다린 플랫폼과 크리에이터가 만든 산물입니다.
현재 한국 뉴스 미디어들도 디지털 뉴스 전환 작업은 부가적인 업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TV부터 살리고 디지털 뉴스를 키우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결국 디지털이나 모바일 뉴스 포맷과 플랫폼을 만들지 못하면 ‘성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뉴스룸에게 ‘TV의 성공’은 어떤 의미입니까.
어차피 올해 회복한 뉴스 시청률은 내년 언제부터 다시 빠질 겁니다. 시청 패턴의 변화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시청자로 향하는 다른 길 혹은 우회로를 만들지 못한다면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질 겁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 방정식을 뉴스룸도 잘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모든 이들의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그런데 시간을 쓰는 밀도(혹은 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입니다. 밀도의 차이가 성공 여부를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