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도채널의 조건, CNN의 미래와 우리의 시간
CNN의 스트리밍 실시간 채널 런칭 의미와 맥스(MAX)와 만남. 스트리밍에 진출해도 케이블TV 시청량은 줄지 않는다? 여전히 속도와 기술에 둔감한 한국 뉴스 채널들에게 'CNN맥스의 의미'는 ?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Nielsen)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독일 등 4개국 스트리밍에 제공되고 있는 콘텐츠 개수가 최근 2년 사이(2021년-2022년) 39% 늘어난 235만 개를 기록했습니다. 지상파 방송, 케이블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270만개로 늘어납니다.
스트리밍 사업자도 최근 2년 사이 118개에서 167개로 증가했습니다.
콘텐츠 검색 시간도 2019년 7분에서 2022년 10분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2023년 5월 미국에서 스트리밍 된 콘텐츠의 60%가 원래는 일반 TV에서 방송됐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플루토(Pluto TV), 폭스의 투비(Tubi), NBC유니버설 등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FAST가 급성장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글로벌 1위 보도 채널 CNN이 새로운 CEO로 마크 톰슨(Mark Thompson)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크 톰슨은 BBC와 뉴욕타임스를 살린 장본인입니다. 마크 톰슨 영입 뉴스는 CNN이 모회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의 스트리밍 맥스(MAX)에 CNN라이브 채널(CNN맥스)를 런칭한다고 발표한(8월 25일) 하루 뒤 흘러나왔습니다. 맥스는 넷플릭스와 같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CNN은 1위 보도채널이지만 유료 뉴스 스트리밍 CNN+ 출시 28일 만에 중단하는 등 디지털과 구독 미디어 시장에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가이 퇴장 후 등장한 구독 가이]
2022년 4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병 이후 크리스 리히트(Chris Licht)가 CNN CEO에 부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부 직원들과 불과만을 일으킨 뒤 16개월 만에 물러났습니다. 아침 뉴스 프로듀서 출신인 리히트는 CNN 라이브 뉴스를 강화하고 스트리밍 사업을 정비하는 등 과감한 내부 정비를 했지만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아침뉴스에 힘을 줬지만 이미 세상은 스트리밍으로 넘어간 건 몰랐습니다. 여기에 CNN유명 앵커들과의 불화와 디지털 뉴스의 홀대 등이 리히트의 조기 퇴진을 앞당겼습니다.
리히트가 물러난 이후 WBD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는 CNN 후임 CEO를 계속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자슬라브가 전 뉴욕타임스와 BBC의 대표였던 마크 톰슨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세마포(Semafor)는 2023년 8월 24일 마크 톰슨이 후임 CNN CEO 후보 중 가장 앞 서 있다고 보도했고 퍽(Puck)은 이를 확정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퍽은 “자슬라브 CEO가 톰슨은 적임자로 찍고 적극적인 영입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슬라브와 다른 임원들은 어려 명을 CNN CEO로 고려했지만 마크 톰슨으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까지 마크 톰슨이 CNN CEO를 원하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보도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마크 톰슨이 지금 CNN에 현재 가장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톰슨은 뉴욕타임스 CEO(2012~2020년)로 근무하기 전 BBC에서 프로듀서와 CEO(2004년~2020년)를 역임한 만큼 방송에도 익숙합니다.
뉴욕타임스에 근무할 당시에는 회사를 성장과 제품 중심, 연간 반복 매출(A.R.R(Annual Recurring Revenue)), 미디어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 확대 등을 진행해 회사를 글로벌 1위 구독 미디어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톰슨은 분명히 생명체(기존 비즈니스 모델)를 고립시키지 않고 비즈니스를 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아웃사이더였습니다.
하지만, 톰슨은 쉽지 않은 독배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CNN의 위상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 디지털 재건해야 하는 임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톰슨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이전에 부임했던 CEO들과 전혀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신문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뉴욕타임스를 장악했고 뉴스룸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에도 익숙했습니다. 자슬라브가 그를 영입할 수 있다면 조직 재건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에 대한 다른 도전, 톰슨의 미래는]
스트리밍의 광풍이 뉴스에 불어 닥쳤지만, CNN은 계속 헤매고 있었습니다.
많은 뉴스양과 속보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들의 스트리밍에 오디언스를 끌어오는데 실패했습니다. CNN은 최근 스트리밍 전략에서 전혀 다른 결정을 했습니다.
단독 서비스 대신, 모회사 스트리밍 맥스(MAX)에 라이브 채널 ‘CNN맥스’를 런칭하기로 한 것입니다. MSNBC, 폭스뉴스(FOX News), ABC 뉴스(ABC News), CBS 뉴스 등 CNN의 경쟁사들이 별도 스트리밍 플랫폼을 런칭 한 것과 다른 흐름입니다.
WBD의 스트리밍 도전은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 CNN+를 출시했지만 경영권이 디스커버리로 넘어간 이후 28일 만에 철수했습니다.
뒤늦게 시장에 들어왔지만, CNN의 초기 움직임은 빠릅니다.
CNN맥스는 9월 말부터 케이블TV뉴스에 방송되는 프로그램 4편을 스트리밍에 실시간 편성하기로 했습니다. ‘The Lead With Jake Tapper’, ‘The Situation Room with Wolf Blitzer’, ‘Anderson Cooper 360’ 등입니다.
CNN은 프라임타임 프로그램과 아침뉴스 등 향후 모든 라이브 콘텐츠가 스트리밍할 계획입니다. 인터내셔널 프로그램과 오리지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WBD 스트리밍 부문 대표인 J.B 페렛(J.B. Perrette)은 “우리는 녹화나 2차 콘텐츠가 아닌 베스트 프로그램을 스트리밍에 투입할 것”이라며 “오디언스들에게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도채널 등 다른 레거시 미디어들은 스트리밍을 추앙하는 척했지만 핵심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스트리밍 수익이 아직은 높지 않고 기존 수익 모델(케이블TV)을 갉아먹는다는 이유입니다.
CNN도 이전 CNN+를 런칭하면서 핵심 케이블TV 뉴스프로그램 대신, ‘제이크 태퍼의 북클럽’ 등 연성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내세웠습니다. CNN도 (아직은) 스트리밍이 케이블 경제를 뒤집을 수 있다고 보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시대가 바뀐만큼 CNN도 메인을 스트리밍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케이블TV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약이 필요합니다. 퍽(Puck)에 따르면 WBD는 2023년 여름 유료 방송사업자(MVPD)와 CNN의 스트리밍 진출 관련, 콘텐츠 제공 계약 수정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페렛 대표는 “수년 전부터 케이블TV계약에서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허용 조항을 포함해 왔다”며 “스트리밍 권한은 우리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허용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CNN 전체 방송을 스트리밍하지 않는 한 케이블TV와의 계약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케이블TV와 PP계약에 변동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CNN 케이블TV시청자는 스트리밍 뉴스를 보지 않는다]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내부였습니다. CNN뉴스 스트리밍이 케이블TV시청률을 갉아먹는다는 내부 비판이 거셌습니다. 하지만, 페렛 대표는 단호했습니다.
페렛은 CNN맥스와 CNN실시간 채널 사이 자기 잠식은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CNN 실시간 오디언스와 다른 시청자가 스트리밍을 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스트리밍 서비스에 CNN라이브 콘텐츠를 공급한 이유를‘새로운 시청자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습니다.
페렛 대표는 인터뷰에서 “스트리밍과 실시간 시청자는 다른 부류”라며 “CNN 실시간 채널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지만 스트리밍 시청자는 20~30세가 더 젊다”라고 말했습니다.(CNN on traditional linear cable is obviously aging; the streaming audience is 20 to 30 years younger.)
실제, 버라이어티가 2023년 5월 15세~29세 세대를 대상으로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 포맷’을 물었을 때 FOX나 ABC는 1%에 불과했다. 1위는 틱톡(31%)이고 3위는 17% 넷플릭스였습니다.
아울러 맥스와 CNN의 만남은 젊은 구독자를 묶어둘 수 있습니다.
CNN의 매력은 실제 뉴스가 발생했을 때 생겨납니다. 자연스럽게 스트리밍에서도 라이브 뉴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젊은 코드 커터(Cord Cutter, 유료 방송을 끊고 스트리밍으로 옮기는 것)를 늘릴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대형 화제 ‘뉴스 속보 자막’이 흐를 경우 TV로 옮겨가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CNN의 스트리밍을 향한 야망에도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CNN은 1년에 유료방송으로부터 10억달러가 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고 있습니다. CNN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이전 제프 저커(Jeff Zucker)시절 절정이었습니다. 현재는 케이블TV 힘이 많이 빠졌지만 올해(2023년) 역시, 7억에서 7억 5,000만 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CNN이 손해를 예상하면서도 스트리밍에 진출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 때문입니다.
CNN맥스가 맥스의 구독자를 유지 혹은 확대시켜지고 인지도도 높여질 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페렛 대표는 CNN이 새로운 광고 재원을 불러오고 누적 시청자를 증가시켜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CNN맥스의 성공 해법은 ‘마크 톰슨’]
스트리밍 시대 이전과 다른 공략법이 필요한 것은 맞다. 뉴스 채널도 시청자가 아닌 구독자들에게 존재감을 증명해야 합니다.
존재를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CNN맥스는 정통법을 택했습니다. CNN+는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했고 CNN맥스는 자신들의 업인 뉴스에 집중합니다. CNN이 스트리밍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막대한 케이블TV를 포기함으로써 글로벌 뉴스 채널의 지위와 인재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이런 회의론을 잠재우고 스트리밍에 성공하기 위해선 마크 톰슨의 신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천하의 마크 톰슨도 미디어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필패입니다.
CNN맥스와 마크 톰슨이 함께 성공하기 위해선 FAST(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CNN맥스가 방송된 뒤 CNN맥스는 스마트TV나 유튜브를 통해 FAST에 올라타야 합니다. 뉴스를 재활용하는 방법이며 CNN맥스 채널과 맥스를 홍보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뉴스는 FAST에서도 가장 각광 받는 채널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TV를 보지 않는 이들에게 FAST뉴스는 더 빨리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NBC, CBS, ABC, FOX 등은 이미 라이브 FAST채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CNN맥스는 FAST채널은 아니지만, FAST와 구조상 차이는 없습니다.
CNN맥스가 FAST에 방송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뉴스 헤비 유저’의 이동입니다.
FAST가 전국 뉴스는 전국 뉴스와 지역 뉴스를 모두 편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컬 뉴스 채널은 FAST에 도달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로컬 FAST 뉴스는 2022년에서 2023년 7월 사이 81개(60%) 증가했습니다. 로컬 나우, 투비, 삼성TV플러스는 많은 뉴스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삼성 TV플러스는 위치 기반으로 가장 가까운 지역 뉴스를 FAST에 송출하고 있습니다.
뉴스와 오디언스가 모이고 있는 FAST에 CNN이 빠진다면 또 다른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CNN맥스를 유료 스트리밍에만 가둔다면 CNN+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뉴스는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빨리 식기도 합니다.
CNN맥스의 등장한 뉴스 변혁기에 온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새로운 채널을 원한다면 새로운 오디언스를 만나러 가야 합니다. 시기를 잘 탄다면 한국도 글로벌 뉴스 채널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