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위기 경영의 조건 "매체에 대한 정의와 디지털" "트렌드 전환에 숨는 뉴스는 망한다"
CNN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를 수렁에서 건진 그가 CNN에서 한 첫 메시지는 '자신들에 대한 재정의' "우리는 뉴스를 이끌어야 한다". 디지털 팀과 조기 면담하면서 미래에 어디에 있다는 것을 강조. "우리는 오디언스와 시장 사이 제대로 된 정의가 있는가"
CNN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 뉴스 채널은 아닙니다. 1년 매출이 1조 원 가까이 되고 직원도 3,600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한국 보도 채널 혹은 미디어들은 CNN 따라가기 열풍이 불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만큼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CNN 역시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더 취약합니다. 케이블TV라는 확실한 매출처가 무너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수익(디지털)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끔 한국 언론 경영진 분들에게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CNN도 어차피 디지털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전달 드리지 못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CNN은 하지만 우리는 안 하는 것(혹은 못하는 것). 바로 ‘현실과 자신들에 대한 정의’입니다. 우리 미디어는 중요했던 것만 중요합니다. 방송은 방송, 신문은 신문, 온라인은 온라인입니다.
그렇지만, CNN은 다릅니다. 자신들의 미디어 정의를 ‘뉴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정의하는 미디어가 되겠다고 했습니다.(To define the news, not just react to it)
그들의 매체 전략은 뉴스를 정의 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우리 미디어(특히 방송 미디어)는 CNN보다 뛰어날 때도 많지만 자신들의 뉴스 정의를 하지 못합니다. ‘중립, 제대로. 다시’ 등의 모호한 말로는 우리를 규정할 수 없습니다.
CNN은 지난 9월 초 새로운 CEO 마크 톰슨을 맞이했습니다.
알다시피 마크 톰슨 2012년~2020년까지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면서 회사를 글로벌 1위 구독미디어로 탈바꿈시켰습니다. 10년대 초반 60만 명이었던 뉴욕타임스의 구독자 수는 2020년 60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지금은 970만 명 수준입니다.)
CNN에서 그의 첫 마디는 ‘ ‘디지털 게임’에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려울 수록 TV를 강조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정의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톰슨 CEO는 “지금 CNN이 집중하고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레거시TV가 ‘더 이상 우리를 정의해주지 않는다”며 “지금은 우리가 생각했던 과거 동일성에 산만해져서는 안된다”고 전했습니다.
자신들의 정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 했습니다.
톰슨은 “현재 중장년을 층을 포함해 모든 세대가 뉴스를 보는 첫 번째 장소가 TV가 아닌 스마트폰이 됐다”며 “이런 변화에 반응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뉴스 사업자들은 오디언스뿐만 아니라 비즈니스까지 위험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적어도 방송 미디어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위기 때 TV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톰슨은 정의를 내세우며 디지털로의 전환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겁니다.
그리고 그는 오디언스 트렌드 전환에 숨어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톰슨은 동물적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투자 및 조직) 사이즈를 줄이지만 명분이 있어야 하고 직원들에게는 공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알다시피 CNN역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버티컬 콘텐츠 투자는 거의 중단했습니다.
“만약 위기라고 해서 디지털(미래) 투자를 줄인다면 외부가 아닌 내부의 패배감은 더해질 것이다.”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지금 CNN은 마크 톰슨이 뉴욕타임스를 맡을 때 만큼 어렵습니다.
글로벌 1위 보도채널이었던 CNN의 시청률은 FOX NEWS 뿐만 아니라 MSNBC에도 뒤지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현재 CNN의 프라임 타임 평균 시청자 수는 58만 3,000명으로 경쟁사 MSNBC 120만 명, 폭스 뉴스의 190만 명에 비해 크게 뒤졌습니다.
주매출원들이 고갈되고 있습니다. CNN의 광고 매출과 프로그램 사용료 매출은 위기다. 소비자들은 점점 갈수록 케이블TV에서 벗어나 스트리밍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입니다.케이블TV로부터 받는 구독료 매출이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디지털은 성과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착각하지만, CNN은 한 번도 디지털 포맷을 성공시킨 적이 없습니다. 24시간 뉴스 채널의 한계입니다. CNN의 디지털이 침체됐던 이유는 방향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관심이 TV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마크 톰슨은 여기서 다시 한번 디지털을 강조했습니다. 과거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없지만, 미래를 열 의무는 자신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회사 출근 후 디지털 팀과의 면담을 아주 일찍 잡았습니다. 무너진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선 미래를 버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디지털을 포기하는 순간, CNN을 보는 시각은 80년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AI는 그들에게도 숙제가 될 겁니다.)
기자들이 그에게 바라는 건 어쩌면 세부적인 디지털 전략이라기 보다 우리와 함께 고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지일 겁니다.
일단 10월부터 CNN의 디지털 전략은 달라졌다.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멀티 플랫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0분 길이 팟캐스트(Tug of War: Attack on Israel)등을 제공한 겁니다. CNN팬들이 기자들이 직접 전하는 전장의 소식과 다른 나라들의 반응을 들을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이런 팬들과의 소통을 거부할 기자들의 있을까요?
AI시대, 팬들과의 교감을 거부한다면 기자나 경영진은 버티기 어렵습니다.
참고 기사 “CNN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