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즈니스]카리스마 방송 시대의 종말 이후 CNN의 첫 도전은 ‘설전 아닌 대화하는 아침 뉴스’
CNN은 9월 15일(미국 시간), 오전 6시 아침뉴스 라인업, 돈 레몬, 파피 할로, 카이틀린 콜린스 등 베테랑 기자, 앵커로 전격 교체. 일각에선 ‘정치 및 출연 중심 의견 뉴스’에서 ‘대화하는 하드 뉴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 정치보단 사회 문제 다루는 뉴스’로 뉴스 애호가들을 잡을 지는 미지수
“상황을 흔들 때가 왔다.(time to shake things up.)”
글로벌 1위 뉴스 채널 CNN의 아침뉴스 프로그램 진행자로 내정된 돈 레몬(Don Letter)가 성명에서 밝힌 말입니다. 돈 레몬은 “리히트 CEO가 이를 제안했을 때 난 너무 놀라 쓰러졌다.”며 “나는 그의 믿음에 영광스러운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CNN의 새로운 CEO 크리스 리히트(Chris Licht)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1위 뉴스 채널을 바꾸고 있습니다. MSNBC, CBS의 아침뉴스를 개혁했던 리히트는 CNN에서도 아침뉴스(오전 6시~9시)를 가장 먼저 개편했습니다. CNN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소속 뉴스 채널입니다.
CNN은 9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기 앵커인 돈 레몬(Don Lemon), 카이틀란 콜린스(Kaitlan Collins), 파피 하로우(Poppy Harlow)가 아침뉴스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방송 전문 진행자, 백악관 출입 유명 정치부와 경제와 하드뉴스 전문 기자였다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베테랑 기자(파피 할로)가 한자리에 모인 셈입니다.
특히, 콜린스는 최근 백악관 출입기자단 회장을 맡을 정도로 ‘현장’에 뛰어납니다. CNN CEO 크리스 리히트는 MSBC의 ‘모닝 조(Morning Joe)’, CBS의 ‘CBS This Morning)’ 등 현재는 미국 대표 아침뉴스가 된 프로그램들을 기획 연출한 최고 전문가입니다.
[CNN의 새로운 아침 뉴스 ‘집단 토크’]
새로운 CNN 아침 뉴스 프로그램은 2022년 말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아침뉴스가 나오기 전까지 현재의 ‘뉴데이(New Day)’는 오전 6~9시 방송됩니다.
일부 코너의 경우 과거 리히트가 연출했던 포맷을 모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히트가 가장 잘하는 포맷은 ‘집단 토크’입니다. CBS 디스 모닝과 모닝 조 모두 다양한 분야, 여러 명 패널들이 출연해 토크하는 형태의 와이드 프로그램입니다. 또 집에서 시청자들에게 직접 뭘하기보다 패널들 간 이야기에 집중하는 형식입니다. CNN의 아침뉴스 역시 큰 틀에서는 이들 두 프로그램의 장점을 모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히트 CEO는 과거 제프 저커(Jeff Zucker) 시절, CNN이 의견 중심 뉴스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전통 뉴스로 다가갈 것이라는 전략을 분명히 했습니다. 팩트뉴스로의 회귀입니다. 아침 뉴스를 맡게 된 돈 레먼과 백악관 출입기자 콜린스 역시 방송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시절, 이 둘은 가끔 방송에서 상당히 높은 어조로 정부를 비판해왔습니다.
리히트 CEO는 성명에서 “돈 레몬과 파피, 케이틀린의 조합은 사상 최고이며 아침뉴스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그들은 각자 개성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설득력도 있다. 이들이 또 서로의 새로운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돈 레몬은 지난 2014년부터 CNN의 프라임타임(밤 10시)에서 방송(Don Lemon Tonight)을 해왔지만 아침 뉴스 진행으로 다른 사람에게 그 자리를 넘겨줄 것으로 보입니다.돈 레모은 2006년 CNN에 입사했습니다.
자금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 존 버만(John Berman)이나 브리아나 킬란(Brianna Keilar)도 새로운 자리를 맡을 것으로로 전망됩니다. 또 CNN은 크리스 쿠오모(Chris Cuomo) 앵커 사퇴 이후 공석으로 있는 저녁 9시 뉴스 앵커 후임자도 결정할 것으로 버라이어티는 분석했습니다. 현재는 여러 앵커가 돌아가면서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아침 정치뉴스의 대명사였던 CNN ‘뉴 데이’]
2013년에 런칭한 아침뉴스 ‘뉴 데이’는 제프 저커 CEO의 상징 같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뉴스 전쟁을 시작하는 CNN에게는 투쟁적인 의견 뉴스의 포문을 여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첫 트리오(Cuomo, Kate Bolduan, Michaela Pereira)들은 정치 뉴스 보다 일반 뉴스와 다양한 주제를 주로 다뤘습니다.
저커 전 CEO는 처음 “뉴 데이 런치 당시, 1996년 CBS의 아침뉴스 ‘투데이(Today)’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설적인 듀오였던 ‘케이티&매티(Katie and Matt, 케이티 쿠릭과 맷 라우어)’가 진행한 CBS 아침뉴스로 1990년대와 2000년 대를 그야말로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뉴 데이는 정치로 선회했습니다.
케이블TV뉴스 시청자들은 ‘전통적인 아침뉴스 형식’을 좋아하지 않다는 것이 경험치로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2015년 쿠오모를 앵커로 내세우고 폭스로부터 카메로사 앵커를 영입했습니다.( 케이트 볼두안은 육아휴직으로 잠시 화면을 벗어났습니다.)
당시 짐 머피(Jim Murphy) CNN 부대표는 “첫 해를 진행해보고 케이블TV 오디언스들은 하드뉴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The cable-news audience wanted hard news now). 당시 경쟁 프로그램인 MSNBC의 ‘모닝 조’는 이미 정치와 사건 중심 하드뉴스를 표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뉴 데이’의 경우 정치에 더 집중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와 알리신 카메로타(Alisyn Camerota), 마이클 페레이라(Michaela Pereira) 간 정부 관료 간 피튀기는 대면 설전(face sessions)으로 유명했습니다. 일부 트럼프 행정부 공무원들은 CNN의 아침뉴스에 출연하길 꺼려했습니다. 이들 조합은 쿠오모가 저녁 9시 뉴스로 옮기간 2018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시사와 정치의 발빠른 만남은 젊은 층을 모이게 했습니다. 뉴 데이 시청자 중 25~54세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젊은 프로그램으로 불렸습니다. 트럼프 시절, 의견 중심의 색깔 있는 정치 뉴스는 반응이 좋았습니다. 2014~2015년과 트럼프 시절인 2018~19년을 비교할 경우 25~54세 오디언스는 폭스 ‘폭스&프렌즈(Fox & Friends)’의 25% 상승, CNN의 ‘뉴데이’는 113% 상승, MSNBC의 ‘모닝조’는 113%가 급등했습니다.
젊은 층 사이 인기로 2016년 11월 ‘뉴 데이’의 프로그램 광고 수익이 5,54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3,75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낮은 성과입니다. CNN 아침뉴스는 케이블TV뉴스 채널에서 3위입니다. CNN은 경쟁사에 비해서 전체 시청률은 낮았습니다. 폭스 뉴스(Fox News)의 ‘폭스&프렌즈(Fox & Friends), MSNBC의 ‘모닝 조(Morning Joe) 등에 비해 주요 타깃 시청률(시청자 수 100만 명)이 저조했습니다. ‘뉴 데이’의 하루 평균 시청자수는 50만 명 수준입니다.
[모닝 커피 한잔의 여유가 필요한 CNN]
트럼프 퇴임 이후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도 ‘뉴 데이’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CNN이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GMA)’와 같은 완전한 연성 뉴스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리히트가 생각하는 CNN의 아침뉴스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뉴 데이’보다 다양해지고 정치가 아닌 다른 현상도 많이 다룰 것임은 자명합니다.
논란되는 뉴스메이커를 인터뷰하고 성문제를 더 많이 취재할 지도 모릅니다. 특히, 볼거리도 많을 전망입니다. 돈 레몬과 파피 할로, 카이틀란 콜린스의 이질적인 호흡은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아침부터 심각한 마음으로 ‘미국 정치를 걱정했던 뉴스 애호가’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리히트 CEO는 항상 시청률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말해왔습니다.
만약 CNN이 강한 저널리즘 명성이 있다면 ‘광고주’들이 기꺼이 돈을 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2022년 5월 취임 이후 ‘속보 뉴스(Breaking News)’ 배너를 최소화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CNN에서 가장 오래된 미디어 비평&산업 분석 프로그램 ‘릴라이어블 소스(Reliable Sources)’를 폐지했습니다. 이 와중에 제프 저커의 총애를 받던 미디어 담당 기자 브라이언 스텔터(Brian Stelter)도 회사를 떠났습니다.
리히트 대표는 동료들에게 올해(2022년) 모닝쇼에 대해 “좀 더 대화적이고 매력적인 접근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대화적으로 매력적인 접근이 어떤 모습일지 알기엔 몇 개월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CNN의 ‘뉴 데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연성 뉴스와 하드 뉴스, 그리고 정치 토론 뉴스의 중간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뉴스 미디어로는 다소 위험한 선택입니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지만, 자칫하면 무색무취한 CNN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얼마전 CNN의 베테랑 탤런트&디벨롭먼트(talent and development) 임원이었던 레베카 쿠트러(Rebecca Kutler)도 회사를 떠나 MSNBC로 옮겼습니다.
쿠트러는 MSNBC에서 콘텐츠 전략 담당 선임 부대표(senior vice president of content strategy)을 맡게 됩니다. MSNBC의 스트리밍 전략과 실시간 및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을 위한 새로운 뉴스 프로그램 개발을 책임질 것으로 보입니다.
쿠트러는 CNN에서 수 백명의 기자의 경력을 관리하고 뉴스 프로그램, CNN의 핵심 인재와 출연진 등의 경력 개발을 책임져왔습니다. 그녀는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 런칭 당시 크리스 월래스(Chris Wallace), 오디 코니시(Audie Cornish), 케이시 헌트(Kasie Hunt) 등 유명 저널리스트를 영입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5월 리히트 CEO부임 이후 회사를 떠났습니다.
뉴스 미디어에게는 사람이 가장 소중합니다. 그녀의 이동은 CNN에는 손실이고 MSNBC에게는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