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CNN+ 전격 중단, 워너 "우리의 경쟁 상대는 NYT가 아닌 넷플릭스"
세계 최초 글로벌 뉴스 스트리밍 CNN+, 서비스 한 달 만인 4월 30일 전격 중단.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 스트리밍 전쟁에서 단독 서비스는 생존 가능성 낮아". 대신 HBO MAX, 디스커버리+ 등과 CNN 통합 해 메가 스트리밍 만들 것.
CNN의 원대한 꿈이 모회사의 전략 변화로 30일 천하로 끝났습니다.
지난 4월 9일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해 탄생한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는 오는 4월 30일 유료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3월 29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 달도 안된 충격 결정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CNN+는 CNN이 3억 달러(3,600억 원)을 투입해 2년을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고퀄리티 뉴스와 여행, 음식, 역사 등의 다큐멘터리, 뉴스 오디언스와의 상호 교감 시스템 구축 등을 내세우며 ‘새로운 방송 뉴스 구독 모델(월 5.99달러)’을 꿈꾸며 시작됐던 서비스입니다.
이를 위해 유명 음식 크리에이터 앨리슨 로만(Alison Roman), 유명 교수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등을 진행자로 영입했고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 돈 레몬(Don Lemon) 등 유명 앵커에는 오디언스과 더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포맷 토크 프로그램을 맡겼습니다.
또 기존 CNN TV 인기 프로그램의 확장판(5 Things, Reliable Sources Daily)도 선보였는데 인기가 높았습니다. 폭스 뉴스의 대표 앵커 크리스 월래스(Chris Wallace)는 CNN+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나름 화제가 됐고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워너미디어는 합병 후 이 서비스를 가장 먼저 중단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CNN+ 서비스 중단을 직접 명령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WBD는 합병 전부터 CNN+를 단독 런칭을 중단하라고 은근한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너미디어의 HBO MAX, 디스커버리스의 디스커버리+ 등과 CNN+를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CNN+는 첫 주 10만 명~15만 명 내외의 구독자를 확보하면서 초라한 시작을 해 분위기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수천 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입니다. 최초의 글로벌 유료 뉴스 서비스라는 점이 감안됐어야 하고 뉴욕타임스도 디지털 구독 4년 만에 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는 선례 등이 있지만 서비스 중단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글로벌 최고 뉴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회사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시작 초반의 성과로 인해 한 달 만에 좌초됐습니다.
WBD는 CNN+를 급작스럽게 중단한 이유가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의 존재 필요성이나 퀄러티 보다는 시장 상황을 감안한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BD는 ‘유료 뉴스 서비스의 단독 생존’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하나의 우산 WBD “CNN+의 경쟁은 뉴욕타임스가 아니 넷플릭스”]
5월 2일 CNN 새로운 CEO로 취임하는 크리스 리치트(Chris Licht)는 직원 메모를 통해 “이번 결정은 WBD의 전체 스트리밍 서비스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하면서 모든 것이 한번에 제공되는 서비스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자슬라브 WBD CEO는 HBO MAX, 디스커버리+ 등을 하나의 우산 아래 합치는 ‘그랜드 스트리밍 서비스’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자슬라브는 또 “CNN+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 메이저들과 경쟁하는 것이지 뉴욕타임스가 비교 대상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CNN을 영향력(Impact)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10억 달러(프로그램 사용료)를 버는 기업으로 CNN을 보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슬라브는 CNN의 글로벌 미래도 스트리밍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2월 인터뷰에서 자슬라브는 “우리 목적은 CNN을 글로벌로 보급해 글로벌 오디언스들이 아침 자기 자리에서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넷플릭스, 디즈니와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CNN+를 HBO MAX, 디스커버리+에 포함해 글로벌 진출 무기로 삼겠다는 의지입니다.
CNN+ 대표 이자 CNN디지털, CNN스페인을 책임지고 있는 앤드류 모스(Andrew Morse) 부사장은 이 결정을 사전 통보받았으며 조만간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를 이어 알렉스 맥컬럼(Alex MacCallum)이 CNN디지털을 맡습니다.
CNN+ 직원들은 향후 90일 간 월급이 지급되며 CNN의 다른 포지션에 근무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CNN이 CNN+를 위해 뽑은 기자, 작가, 및 기술, 마케팅 직원은 전체 CNN 직원의 10% 가량인 500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WBD의 성급한 중단 결정은 CNN+를 역대 최단 기간 생존 스트리밍이라는 오명을 남겼습니다.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가 의욕적으로 구상했던 숏 폼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Quibi)는 6개월 운영된 후 저조한 구독 실적(70만 명 전후)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습니다.
이에 CNN임원들은 WBD 경영진이 케이블TV 몰락 시대를 구해줄 생명줄인 CNN+를 너무 빠르게 해체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CNN의 당초 계획은 이 서비스에 10억 달러(1조 2,300억 원)을 투자해 4년 안에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CNN+를 통해 기존 케이블TV에 집중돼 있던 CNN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고 디지털 전략을 장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CNN+이후 스트리밍 뉴스의 미래는]
2022년 기준 미국 뉴스 미디어의 경우 MSMNBC(8억9,100만 달러), 폭스 뉴스 채널(27억 달러), CNN 18억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중 상당수가 광고와 프로그램 수신료로 이뤄지는데 광고 시장의 급격한 디지털 이동이 스트리밍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결정이 CNN의 스트리밍 전략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디지털에는 강하지만, 스트리밍에 약했던 CNN은 유료 뉴스 서비스, 토론 의견 뉴스, 앵커-팬과의 교감 등을 앞세워 ABC뉴스, 폭스뉴스, NBC, CBS뉴스 등 스트리밍 뉴스 플랫폼을 완성한 뉴스미디어와 맞설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CNN+는 CNN의 미래 뉴스 구상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CNN+의 중단은 CNN의 새로운 전략 무기를 폐기시킨 경영 판단일 수 있습니다.
WBD는 CNN+를 해체하는 동시 스트리밍 뉴스 시장 대응을 이원화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CNN+를 HBO MAX, 디스커버리+와 합쳐 ‘뉴스를 가진 새로운 종합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하는 동시에 기존 CNN 앱에도 CNN+ 콘텐츠를 일부 포함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뉴스 서비스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이미 대량으로 공급된 CNN.COM과 CNN앱을 활용해 디지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CNN의 TV시청자들을 CNN+로 끌어오겠다는 전략과는 완전 다릅니다.
이는 다른 뉴스 미디어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신선하지 않고 시장 참여도 늦었습니다.
현재 CNN+의 오리지널 뉴스 라이브 프로그램을 CNN앱에 넣는다면 ABC와 NBC 등과 직접 경쟁 상황에 벌어집니다. 또 CNN+라이브 프로그램을 HBO MAX와 합칠 경우 기존 유료 방송 플랫폼과 협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CNN+가 TV CNN의 시청률을 잡아 먹을 것이라고 우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BC, NBC 등의 미국 뉴스 미디어들은 이미 각자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뉴스 서비스를 가지고 모회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디지털을 넘어 스트리밍 시대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무료와 유료 뉴스 스트리밍 구독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겁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21년 11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84%가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으로 뉴스를 (가끔 혹은 자주) 시청하고 있었고 이 중 상당수가 스트리밍 뉴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보도채널 MSNBC는 스트리밍 뉴스를 맞춰 TV프로그램을 개편했습니다. 속보 뉴스 등의 우선 순위는 스트리밍과 디지털에 넘겨주고 TV는 ‘의견 중심, 토론 중심 뉴스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로 치면 와이드 뉴스 프로그램을 늘리는 겁니다. 이런 와이드 프로그램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방송됩니다.
디지털 시대, 개인적인 주제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앵커 등을 따라다니는 ‘개인 뉴스 소비’ 성향을 반영하고 뉴스 소비 중심이 스트리밍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결론입니다.
이를 위해 MSNBC는 4월 4일부터 TV 아침뉴스 ‘모닝조(Morning Joe)’를 4시간으로 확장 편성했습니다. 또 백악관 미디어 정책 보좌관 출신 시몬 샌더스(Symone Sanders)를 영입해 주말 TV뉴스와 주중 스트리밍 뉴스(The Choice)를 맡겼습니다.
NBC뉴스 대표 노아 오펜헤임(Noah Oppenheim)의 전략에 따라 NBC는 스트리밍 서비스 NBC 뉴스 나우(NBC News Now)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MSNBC는 낮 시간에는 TV속보를 보내고 저녁에 뉴스 분석 프로그램을 방송했는데 이 구조를 완전 뜯어 고쳤습니다. MSNBC의 대표 라시다 존스(Rashida Jones)는 케이블TV뉴스 중 인기 프로그램을 선별해 다음 날 피콕에 제공하는 과감한 결정을 했습니다. 피콕은 매일 오디언스들을 방문하게 만드는 뉴스 콘텐츠로 구독자 확대를 노립니다.
NBC도 NBC뉴스 코러스폰던트(NBC News correspondents)들에게 MSNBC TV 출연에 앞서 속보 뉴스를 NBC뉴스 나우와 디지털 NBC웹사이트에 먼저 공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를 자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NBC NEWS NOW)와 모회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 적절히 배분해 공급합니다.
폭스 뉴스는 유료 스트리밍 뉴스 폭스 네이션(Fox Nation)을 운영 중입니다. 월 5.99달러로 CNN+와 같은 가격이지만 미국 내에서만 방송되고 트루 크라임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방송한다는 점에서 약간 다릅니다. 케이블TV뉴스 팬들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보수 성향 오디언스들이 모두 포섭 대상입니다.
CBS뉴스는 최근 스트리밍 뉴스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톱 앵커인 ‘노라 오도넬(Norah O’Donnell)’과 토니 도쿠필(Tony Dokoupil)이 진행하는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런칭했습니다. 또 ABC뉴스도 린지 데이비스(Linsey Davis)가 진행하는 주중 오리지널 뉴스 스트리밍을 방송 중입니다.
CNN이 뉴스 채널 시장에서는 최고 강자였는지 몰라도 뉴스 전문 스트리밍이 아닌 일반 스트리밍 시장에서 얼마나 강점과 차별성을 가질 지는 의문입니다.
CNN이 자랑하는 현장성과 속보성은 여전히 무기지만, 이를 보기 위해 별도로 스트리밍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 ‘유료 뉴스 스트리밍’에도 끌렸을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CNN의 현장성과 앵커에 대한 매력은 분명 스트리밍을 강하게 하는 무기지만 이 용도로만 쓰기에는 아깝습니다. 그래도 전 뉴스 스트리밍의 미래를 강하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