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메타버스를 넘어 멀티버스(Muti-Verse)를 향해/다양성은 핵심 가치
DC코믹스, 핵심 콘텐츠인 '슈퍼맨'의 표어 변경. '진실, 정의, 미국의 길'에서 '미국의 길'을 없애고 '더 나은 미래'로 변경. 다양성을 존중하고 우리 모두의 삶을 고민하는 DC의 사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 아울러 DC는 다음달 양성애자 '슈퍼맨'도 공개
(2021-10-18)
DC코믹스는 자사의 슈퍼 히어로 ‘슈퍼맨(Superman)’의 오랜 표어(자체 표현 mantra)를 변경했습니다. 맨트라로 불리는 이 표어 혹은 모토는 슈퍼맨에게는 임무를 수행하는 명분과 같은 중요한 개념입니다. 슈퍼맨은 이것을 위해 행동하고 뜁니다.
맨트라의 변경은 슈퍼맨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말해줄 뿐 아니라 앞으로 그가 구할 세상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 슈퍼맨의 모토(Mantra)는 ‘진실, 정의 미국의 길(Truth, Justice and the American Way)’였습니다.
[슈퍼맨의 새로운 미션은 ‘진실, 정의 그리고 더 나은 미래]
짐 리 DC 최고 창작 책임자 및 발행인(chief creative officer and publisher)는 10월 15일 버추철 DC팬덤(DC Fandome)에서 ‘슈퍼맨(Man of Steel)’의 새로운 미션을 ‘진실, 정의 더 나은 미래(Truth, Justice and a Better Tomorrow)’라고 공개했습니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변경입니다.
DC코믹스는 “이번 결정은 DC코믹스가 전달하려고 하는 스토리 라인을 더 잘 반영하고 더 좋은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80년 이상 된 슈퍼맨의 유산을 기리기 위한 변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도 ‘슈퍼맨’은 시대에 맞고 모토를 여러 번 변경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모토도 첫 번째 슈퍼맨 책에서 유래하지 않았습니다. 1940년대 방송한 라디오 시리즈 슈퍼맨에서 나왔는데 ‘아메리칸 웨이’는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응원하지 위한 외침이었습니다. 이 모토는 냉전과 반공주의의 광풍이 불던 1950년대 TV시리즈 ‘슈퍼맨의 모험(Adventures of Superman)’에서 되살아 났습니다.
이어 1960년대 이 표어는 어린이 TV애니메이션 슈퍼맨 시리즈(The New Adventures of Superman)에서 ‘truth, justice and freedom’라고 사용됐습니다.
우리에게 이 미션이 가장 잘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78년 실사 영화(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에서 ‘아메리칸 웨이 버전’이 부활됐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슈퍼맨 강철의 사나이는 스스로의 입으로 이 단어(American Way)를 이야기합니다. 이 ‘미국의 길’은 슈퍼맨과 승리하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 명사가 됐습니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미국주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나친 애국주의라는 비판에 ‘아메리칸 웨이’는 90년 대 이후 흔들렸습니다.
1993년 실사 TV시리즈 ‘로이스&클락(Lois & Clark)’에서 슈퍼맨은 단지 ‘진리와 정의(truth and justice)’를 위해 싸웁니다.
2006년 영화 ‘슈퍼맨 리턴(Superman Returns)’에서 극중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장 페리 화이트(출연 프랭크 랑겔라)는 "진실, 정의, 그 모든 것"을 위해 슈퍼맨이 여전히 싸우지 않느냐고 태연하게 묻습니다. 아메리칸 웨이가 자연스럽게 사라진 겁니다.
그 뒤 여러 번의 출판과 드라마, 영화 작품에서 ‘아메리칸 웨이’는 공식적으로 종적을 감춥니다. 올 초(2021년) 발행된 DC코믹스의 만화 (Batman/Superman #16)에 슈퍼맨의 표어는 ‘진리, 관용, 그리고 정의(Truth, Tolerance and Justice)’로 표출됩니다.
<blockquote class="twitter-tweet"><p lang="en" dir="ltr">"Truth, Tolerance, and Justice" is the mission Pa Kent gives his son right before Clark suits up for the first time. Take a look at this clip that I borrowed from <a href="
20, 2021</a></blockquote> <script async src="https://platform.twitter.com/widgets.js" charset="utf-8"></script>
작가인 진 루엔 양(Gene Luen Yang)은 트윗(tweeted)을 통해 “클라크 켄트의 아버지(짐 리)가 그에게 준 임무에 대해 경의(Homage)를 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메타버스를 넘어 멀티버스(Muti-Verse)를 위해]
DC의 결정은 ‘슈퍼맨’이 모든 사람의 영웅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함께 공존하는 시대, 모든 사람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사례가 또 있습니다. 지난 10월 11일 DC코믹스가 슈퍼맨의 아들인 존 켄트(Jon Kent)가 향후 작품에서 ‘양성애자’라로 커밍아웃(would come out as bisexual)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10월 11일은 ‘전미 커밍아웃의 날(National Coming Out Day)’이었습니다.
지구의 슈퍼맨으로 불리는 존 켄트는 오는 11월 9일 출간되는 ‘Superman: Son of Kal-El #5’에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서 켄트는 동료인 제이 나카무라(Jay Nakamura) 기자와 로맨틱한 관계로 묘사됩니다.
지구를 구한 켄트는 제이에게 스스로를 위로 받습니다. DC코믹스가 보는 지금의 세계는 댜양성입니다. DC코믹스의 영웅은 모두를 포용합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그럴 듯한 방패 뒤에 숨은 왜곡된 상업주의는 적어도 이곳에는 없습니다.
한편, DC의 이런 행보는 최근 넷플릭스의 내홍과 사뭇 다릅니다. 넷플릭스(Netflix)가 최근 내부 자료 유출로 시끄럽습니다. 한 직원(알리지 않은)이 블룸버그(Bloomberg) 등 언론사에 오리지널 콘텐츠의 실제 투자금과 효과(Impact Value)를 분석한 자료를 건넸다는 겁니다.
이 직원은 결국 해고됐지만 그 파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2,150만 달러(편당 240만 달러)를 투자해 9억 달러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는 분석 자료가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사실상의 영업 기밀이 모두 경쟁사로 넘어갔습니다.
이 직원이 언론이 내부 자료를 제보한 이유는 ‘오징어 게임’ 때문이 아닙니다. 지난 10월 5일 공개된 코미디언 데이브 채펠(Dave Chappelle)의 쇼 ‘더 클로져(The Closer)’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정적 의식 등 균형을 감을 잃었다는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CEO 등 경영진이 그와 그의 작품을 감싸고 나섰다는 이유입니다.
10월 17일 기준(미국시간) 미국 인기 콘텐츠 6위에 올라있는 더 클로저는 채펠이 코로나바이러스 등 시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전형적인 스탠딩 코미디입니다.
이 쇼에서 채펠은 트렌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쏟아냅니다. 때문에 내부에서도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GLAAD와 같은 외부 단체로 넷플릭스를 비난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트랜스 젠더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콘텐츠를 내려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라며 개정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 직원이 ‘넷플릭스가 혐오 발언에 대해 잘못된 역사적 인식을 하고 있은 아닌지를 게시판에 썼습니다.
여기에서 헤이스팅스는 답글 형식으로 “우리는 자유와 사회의 안전 사이의 긴장을 항상 반성할 것”이라며 “예술적 표현과 구독자를 기쁘게 하려는 우리의 헌신이 넷플릭스의 장기적인 선택이다. 우리는 항상 바른 쪽에 서 있지만, 오직 시간만이 그것을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데이브 채펠과 계속해서 일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