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지금까지 구치소에 크리스 월래스였습니다. This is Chris Wallace, in custody.”/케이블 TV뉴스시대의 마감, 새로운 시작
미국 케이블TV뉴스의 또 하나의 전설이 저물다. 폭스 뉴스 채널에서 18년 간 일요일 아침 뉴스 프로그램 진행했던 크리스 월래스, 프로그램 하차 밝혀. 동시에 월래스는 CNN+(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져 충격. 아울러 미국 LA 엔터 테크놀로지 시장 변화도
(2021-12-13)
오늘은 떠나고 모이는 미디어 뉴스입니다.
또 하나의 전설이 케이블TV뉴스를 떠납니다.
오랫동안 폭스 뉴스(Fox News Channel)의 상징이었던 크리스 월래스(Chris Wallace)가 폭스 일요일 아침 프로그램을 떠납니다. 독립 저널리스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스 월래스의 사직은 폭스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충격적인 뉴스는 중도 보수의 상징이었던 크리스 월래스가 CNN의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 CNN+로 이동한다는 소식입니다. 월래스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토론회를 중계한 바 있어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합니다.
월래스의 사직 소식은 갑자기 전해졌습니다. 월래스는 그가 2003년부터 거의 20년 동안 진행했던 뉴스 프로그램 ‘폭스 뉴스 선데이(Fox News Sunday)’의 마지막 발언에서 이를 전했습니다.
월래스는 “나는 정치를 넘어 뭔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길 원한다.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조만간 그 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I want to try something new, to go beyond politics to all the things I’m interested in. I’m ready for a new adventure. And I hope you’ll check it out,” said Wallace).
뒤이어 CNN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The Reliable Source’는 크리스 월래스의 CNN+합류 뉴스를 속보로 전했습니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의 전성 시대를 구가했던 명앵커가 스트리밍 뉴스로 항해하는 순간입니다.
버라이어티도 월래스의 측근 발언을 이용해 그가 CNN+에 합류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CNN+는 내년 1분기 새롭게 서비스되는 유료 구독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폭스 뉴스는 지난 2017년 크리스 월래스와의 계약을 연장했지만, 지금은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크리스 월래스는 폭스 뉴스 채널에 오래 근무했지만,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진행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대신 양 진영에 대한 공격적 진행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 월래스는 “사람들을 내가 묻는 질문이 소프트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크리스 월래스는 한 살 때 부모가 이혼 해 그의 어머니와 양아버지 빌 레오나드(Bill Leonard)와 함께 살았습니다. 양아버지 빌 레오나드는 CBS NEWS대표를 역임했는데 크리스 월래스가 정치 관련 저널리즘의 길을 이어가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버드대를 다녔던 월래스는 재학 시절 유명해집니다. 지난 1969년 하버드 대학 학생들은 베트남전 반대 운동, ROTC 폐지, 흑인 학생 인권 운동 등을 벌이면서 대학 강당(1969 student occupation of University Hall)을 점거합니다. 그 뒤 학생들은 케임브리지 경찰에 의해 구금 당했고 월래스도 거기 있었습니다.
당시 대학 라디오 방송사(WHRB)에서 기자로 일했던 그는 경찰이 학생들에게 부모에게 알리라며 딱 한통의 전화를 허용했는데 그 기회를 라디오 보도를 하는데 활용했습니다.
이때 유명한 멘트가 구치소(Cambridge City Jail)에서 나옵니다.
‘지금까지 구치소에서 크리스 월래스였습니다.(This is Chris Wallace from WHRB News reporting from Middlesex County Jail in custody)
이제 크리스의 이 시그널은 지상파나 케이블TV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울려퍼질겁니다. CNN은 그가 CNN+에서 데일리 스트리밍 뉴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CNN+, 공격적인 인재 영입
2022년 1분기 방송을 앞두고 있는 CNN의 첫번째 스트리밍 서비스 CNN+는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구독 미디어로서의 매력도를 높이고 팬(오디언스)와 앵커 간 긴밀한 소통을 담당할 진행자들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팬과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만나 매출도 일어나고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컨셉트와도 같습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 교수도 영입했고 케이스 헌트(Kasie Hunt) 전 NBC기자도 CNN+에 합류했습니다. 또 스트리밍 뉴스 제작을 위해 ‘NBC Nightly NEWS’의 수석 프로듀서였던 젠 수오조(Jenn Suozzo)를 영입했습니다.
CNN입장에선 FOX, NBC뉴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스트리밍 뉴스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CNN+는 기존 케이블TV뉴스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반대 성향의 폭스 뉴스 채널 인사들의 영입도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크리스 월래스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전 2021년 초 CNN은 크리스틴 피셔(Kristin Fisher) 폭스 뉴스채널 정치부 기자를 스카우트해 항공과 국방 관련 취재를 전담시키고 있습니다.
빠르게 늙어가는 케이블TV, 그리고 뉴스
미국 케이블TV 뉴스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선거 이후 폭스 뉴스는 팩트 보도보다 논평 및 의견 프로그램(opinion programming) 비중을 대폭 늘렸습니다. 밤 11시~12시 뉴스 프로그램에 충성 팬들이 두터운 보수 앵커들을 대거 포진시켰습니다. 이는 노년층이 즐겨보는 유튜브 정치 채널과의 경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는 폭스 뉴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버라이어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6년 간 미국 케이블TV는 ‘정치 뉴스’와 ‘오피니언 프로그램’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CNN, 폭스 뉴스, MSNBC의 정치, 의견 프로그램은 2021년(1월 1일~11월 30일) 사이 가장 많이 시청된 케이블 콘텐츠 5000 건 중 83%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57%에 비해 크게 늘어간 수치입니다.
외피상으로는 케이블TV 뉴스의 우세로 보이지만 실상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케이블TV 시청자들이 얼마나 고령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지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노령층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매우 중요하지만, 젊은 시청자가 없다면 케이블TV뉴스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할 겁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1947년 생인 크리스 월래스도 케이블TV뉴스를 떠나는 현실과 어떻게 보면 맞아 떨어집니다.
미국 LA지역, 엔터테크 기업 지도
크리스 월래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떠났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LA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LA지역 스타트업,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업들을 취재해 기사화하는 미디어 dot.la가 내년(2022년) LA 스타트업(Start-Up) 지도를 공개했습니다. 기업들의 위치와 간단한 업종을 만화 형태로 정리하는 그림입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생태계를 온라인으로 정리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지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물론 그동안도 엔터테인먼트, 대학, 기업, 문화 등의 세계 최고 인재와 기업들이 모여 있는 미국 LA지역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만한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최근엔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한 테크놀로지까지 가세하면서 생태계는 더 단단해지고 외연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전기자동차(오른쪽 하단 리비안)까지 이 지역에서 탄생합니다.
Dot.la가 소개한 올해 첫 번째 온라인 버전 스타트업 지도는 지난해와 많이 바뀌었습니다. 숏 폼 스트리밍 기업 퀴비(Quibi) 등이 사라지고 메타버스 가상 아바타 제작 기업 지니스(Genies)나 전기자동차 기업 카누(Canoo), 리비안 대체 육류 개발 회사 비욘드 미트(Beyond Meat) 등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지도에서는 LA지역에 생겨난 혁신 스타트업들이 게임, 스트리밍, 자동차 등 어느 정도 클러스터(군집)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사들이 글로벌 테크 기업을 취재하고 있고 실리콘밸리, 뉴욕, 워싱턴 지역 주재 기자도 두고 있지만, 영화, 드라마, 게임, 메타버스, 스트리밍, 전기차 등의 스타트업과 생태계가 생기고 있는 LA 등 남부 캘리포니아, 라스베이거스, 리노 등 네바다 지역에 대해선 피상적 지식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많지만, 현장 지식을 전달해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술 현실화 주기가 빨라지고 테크놀로지 플랫폼들이 엔터테인먼트라는 외피를 달고 등장하는 지금, 이 지역 움직임을 예외 주시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이어컴CBS,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등 거의 모든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자신들만의 NFT나 메타버스(Metaverse)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변화를 살피고 스스로가 나아갈 추동력을 가지는 미션은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이 플랫폼을 가질 수 없다면 플랫폼을 흔들 소프트 콘텐츠의 힘을 더 키워합니다.
크리스 월래스의 말을 다시 전합니다.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기록하고 흐름을 바꾸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