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디지털(Digital)에서 방황하는 CNN, 미래까지 잃은 CNN
세계 최초 유료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전격 중단한 지 2개월. 여전히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CNN. 디지털 뉴스에 대한 투자를 '가늘고 길게 가겠다'고 잡은 것으로 알려져 '미래를 포기했다'는 지적도. 연이은 전문가들의 이탈도 고민.
CNN의 현재 앵커 체제 및 디지털에 강한 뉴스 미디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임 CEO 제프 저커(Zeff Zucker)가 갑작스럽게 물러난 이후 ‘CNN의 미디어 미래 전략’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Discovery)가 CNN의 모회사 워너미디어(Warner Bros)를 인수하고 새로운 CEO 크리스 리히트(Chris Licht)가 취임한 이후 혼란이 더하고 있습니다. 3,600억 원을 투입해 야심하게 준비했던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시작 32일 만에 중단시켰고 디지털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띄게 줄였기 때문입니다.
팩트와 실시간 TV 뉴스 프로그램을 중시했던 크리스 리히트는 제프 저커가 그만둔 뒤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CNN의 미래였던 ‘CNN 디지털(CNN Digital)’에는 특별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힌 방향은 속보 뉴스를 줄이고 의견 중심의 토론 프로그램을 줄이는 겁니다. 이를 통해 CNN을 팩트를 기반으로 한 불편 부당한 뉴스 미디어로 전환시키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CNN 디지털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도달율 성과를 홍보했던 CNN디지털 보도 자료 사이트도 지난 2021년 12월 이후 멈춰있습니다.
리히트의 생각은 현재 CNN이 여전히 케이블TV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보입니다. 실제, CNN의 1년 케이블TV 프로그램 사용료 10억 달러(1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물론 전체 수익의 상당수를 차하고 있습니다. 또 앤더스 쿠퍼와 같은 유명 앵커뿐만 아니라 제이크 태퍼(Jake Tapper)와 같은 속보를 주로 전달하는 회사 형 앵커의 기여도도 매우 큽니다.
CNN디지털 사이트를 방문하는 오디언스는 월 평균 1억 4,400만 명 정도(미국)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를 넘어 글로벌 1위 디지털 뉴스 미디어입니다. CNN의 실시간 TV시청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디지털 뉴스 방문율은 여전히 최상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모습은 아닙니다. 경영진 교체 이후 소외되는 것은 디지털 전략입니다. CNN디지털(CNN Digital)을 보는 자세와 투자 역시 답보 상태입니다. 그래서 내외부에서 CNN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있지만 미래가 없는 형국이라는 겁니다.
[CNN디지털에 대한 9년 투자 5,000억 원 연간 매출 달성]
전임 CEO 제프 저커와 그의 심복(Deputy) 앤드류 모스(Andrew Morse)는 2013년 이후 2022년 초 물러나기 까지 9년 동안 디지털 저널리즘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습니다. 오디언스들이 디지털로 계속 이동하고 있었고 디지털 저널리즘은 성장하는 미래 플랫폼으로 인지 됐었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성과도 냈습니다. 퍽뉴스에 따르면 2021년 CNN디지털의 경영실적은 9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해 4억~4억5,000만 달러 매출에 1억2,000만~1억 5,000만 달러(1,947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당시 CNN의 디지털 성장은 비즈니스의 미래로 인식되는 필수 영역이었습니다. CNN의 연간 수익이 10억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10분의 1을 디지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CNN의 모회사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The Warner Bros. Discovery)는 인수 이후 CNN의 디지털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적어도 지금까지는) CNN+를 폐쇄했고 CNN디지털 대표 앤드류 모스를 비롯한 CNN디지털을 담당했던 주요 경영진들도 연이어 회사를 나가고 있습니다.
CNN디지털 뉴스는 C.D.O(최고 디지털 책임자) 밑에 최고 편성 책임자(Editor in Chief Digital, 보도국장 역할. 뉴스 취재 담당 )과 최고 플랫폼 책임자(C.P.O, Chief Product Officer 뉴스 콘텐츠 유통 담당)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외 뉴스 디지털 기술을 책임지는 CTO도 있습니다.
지난 6월 30일 CNN디지털의 2인자 이자 스트리밍 서비스 CNN+ 런칭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알렉스 맥칼럼(Alex MacCallum)도 결국 사임했습니다. 맥칼럼은 CNN디지털 CEO(C.D.O)대행을 맡고 있었습니다. 또 CNN디지털의 최고 기술 책임자(CTO) 로빈 페터슨(Robyn Peterson) 역시 회사를 떠났습니다. 패터슨은 미국 뉴스 업계에서 최고 디지털 기술 플랫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CNN디지털 수석 부사장 겸 편집 담당 대표(The senior vice president and editor-in-chief)였던 메러디스 아티(Meredith Artley)와 CNN+의 수석 부사장이자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레베카 커틀러(Rebecca Kutler)의 뒤도 CNN를 그만뒀습니다.
10년 이상 CNN에서 근무했던 아티는 CNN의 최근 변화에 대해 상당히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그녀는 워싱턴 포스트 차기 편집국장 최종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디지털 뉴스 전문가들이 CNN에서 자리를 빼고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경영진 선임은 아직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히트가 CNN대표에 취임한 후 2달이 지났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CNN디지털 대표 대행은 웬디 브런디지(Wendy Brundige)가 맡을 것이라고 리히트는 밝혔습니다.
특히, 제프 자슬라브(Zeff Zaslav) 등 디스커버리 경영진이 CNN을 장악하고 난 뒤 강조되는 시너지 강화도 CNN디지털의 확대를 막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는 워너미디어 인수 이후 엄청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CNN디지털 관계자들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경영진들은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유로스포츠(EuroSport), 푸드네트워크(Food Network) 등과 같은 미디어에서 생산한 콘텐츠와 뉴스 프로그램도 재활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일부에선 CNN이 계속에서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와 글로벌 스포츠 취재를 계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 사퇴 후 CNN디지털의 불안한 미래]
6월에야 CNN은 CNN디지털 최고 책임자(C.D.O)를 모집한다고 공고했습니다. CNN디지털의 보도와 경영을 모두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시간 방송을 중시하는 지금 구도에서 디지털 뉴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기존 디스커버리 콘텐츠와 시너지를 높이며 현재의 디지털 구조를 관리하는 역할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새로운 C.D.O의 자질에 전에 없던 항목이 포함됐습니다. 바로 ‘책임있는 비용 집행자로서의 자질(reputation of being a responsible spender)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심지어 수익을 내라는 압박일 수 있습니다.
부채만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디지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업계 최초로 유료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는 도박은 이제 가능하지 않습니다.
CNN대변인 맷 도르닉(Matt Dornic)은 미국 언론에 “CNN디지털은 여전히 회사의 성장과 기회의 영역”이라며 “우리는 최근 수년 간 디지털 뉴스와 정보 분야 지배적 1위였고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언급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직원은 별로 없습니다. 많은 직원들은 여전히 리히트의 디지털 뉴스 전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리히트의 명확한 디지털 실행 비전(vision for digital in practice)을 알고 싶어하지만, 현재까진 부재합니다. 특히, 디지털뿐만 아니라 고유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뉴스 미디어의 전체 비즈니스 공식도 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안정적인 디지털 미디어 공식은 ‘많은 오디언스를 모아 광고 매출을 늘린다’는 겁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런 안정적인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NN이 디지털에 대한 투자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또 가늘고 얇게 가는 디지털 정책(shifting to a leaner)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미디어 변화에 무지하거나 미래에 대한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나마 미래 의지를 볼 수 있는 건 디지털 투자지만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CBS, NBC 등에서 아침 뉴스 프로그램을 혁신 했던 리히트 CEO는 CNN대표 부임 이후 ‘속보 표현(Breaking News)’을 줄이고 아침뉴스 ‘뉴데이(New Day)’와 주말 뉴스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뉴스 전략의 경우 제작 기술에 대한 투자로 ‘오디언스와의 참여를 늘리는 방향(focused on increasing engagement with our audiences by investing in technology)’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오리지널보다는 실시간 TV뉴스 프로그램의 디지털 확산에 더 주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리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번 기사 출처가 하나도 없네요.. mediaite 등 참조해서 합치신 기사들 링크 걸어주셔야 라이선스적으로 괜찮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