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미디어와 안녕' 통신사 버라이즌, 야후 등 미디어 사업부 매각, 너무 늦은 정상화
버라이즌 미디어, 100억 달러에 인수했던 야후와 AOL 매각, 판매 대금은 50억 달러, 50억 달러 손해를 보면서도 매각하는 이유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과의 경쟁 쉽지 않다는 판단/최근 매출 확대하는 등 정상화됐지만 너무 늦었다는 판단
(2021-05-04)
다시 한번 통신 기업 소식입니다.
통신 사업자 버라이즌(Verizon)이 미디어 사업에서 손을 뗍니다. 버라이즌은 야후와 AOL 등 디지털 미디어 부문을 사모 펀드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에 5억 달러에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양사 계약에 따르면 새로운 회사 이름은 ‘야후(yahoo)’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CEO는 현재 버라이즌 미디어 부문 CEO인 구루 고랩펀(Guru Gowrappan)이 그대로 맡습니다.
구루 고랩펀 CEO는 성명에서 “아폴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아폴로의 전문 지식과 전략적 통찰력을 통해 야후는 시장 기회, 미디어 경험을 활용하고 디지털 광고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버라이즌은 한때 세계 최고 인터넷 기업이었던 인터넷 포털 야후와 인터넷 서비스 회사 AOL을 인수하고 경영하는데 거의 100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지난 2015년 AOL을 44억 달러에 인수했고 2017년에는 야후를 사들이는데 45억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이번 거래는 초창기 인터넷의 역사를 개척했던 두 기업들의 새로운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야후는 1990년 대 후반 세계 사람들의 인터넷 첫 화면을 장식한 거대 포털이었습니다. 당시 전 세계 이용자가 1억6,000만 명이 넘었습니다. AOL역시, 전성기 3000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통신 서비스 회사였습니다.
그래서 버라이즌은 원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이들 기업을 통해 대규모 오디언스를 확보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경쟁 하면서 디지털 광고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보여주지 못하고 버라이즌 미디어는 원하는 매출을 올리는데 실패합니다.
고전 끝에 버라이즌은 지난 2018년 미디어 부문 대규모 자산 정리 후 정리해고도 몇 차례 진행했습니다. 당시 매각된 자산은 텀블러(Tumblr), 플리커(Flickr), 무비폰(Moviefone), 허프포스트(Huffpost) 등입니다.
노력 끝에 최근 버라이즌 미디어는 마침내 정상화를 시작했습다. 2021년 1분기 버라이즌 미디어는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데 힘입어 전체 매출은 1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야후 뉴스는 Z세대를 위한 트위터 뉴스에 두각을 나타냈고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신규 사업에도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었습니다. 시대는 구독을 넘어 스트리밍 서비스로 향하고 있었고 미디어 부문에도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모회사 버라이즌은 5G에 돈을 쏟아부어야 해 미디어에 쓸 돈이 없었습니다. 지난 1분기 발표에서 버라이즌의 유료 방송 가입자(Fios TV)는 377만 명으로 10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양사는 계약에 따라, 버라이즌은 매각 대금 중 42억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7억5,000만 달러는 아폴로 우선주로 배당 받습니다. 매각 이후에도 버라이즌은 지분 10%를 보유하며 최종 거래는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버라이즌은 매각 자금을 통신 부문 강화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 버라이즌과 함께 AT&T도 지난해 디지털 광고 회사 잔드르(Xandr) 매각에 나섰습니다. 어제 말씀드렸지만 영국 BT도 스포츠 미디어 부문 매각을 시작합니다. 통신 기업들의 자산 재조정이 시작됐습니다.
한 때 미디어에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통신 기업들은 이제 핵심 사업에 집중합니다. 그 빈자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채웁니다.
한편, 현재 버라이즌 미디어는 야후 브랜드(뉴스, 파이낸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AOL, 기술 미디어 테크크런치(TechCrunch), 엔가젯(Engadget), 콘텐츠 스튜디오 료트(Ryot)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